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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따라 여행을 하는 낙엽
▲ 낙엽 가을바람따라 여행을 하는 낙엽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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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분다.
따사롭다고 입동이 아닌 것은 아니니 겨울바람이라고 하자.
바람에 바스락거리며 제 몸을 흔들어대는 것들이 있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별가를 부는 것 같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담고 있는 낙엽
▲ 낙엽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담고 있는 낙엽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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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른 빛깔, 저마다 한빛을 받았음에도 다른 빛깔로 다가온다.
빛은 하나로되 그 빛을 투영하는 마음은 여러 가지다.
이렇게 서로 달라야 제멋을 내는 법인데, 우리는 왜 획일적인 사람들을 만들어가는 것일까?

바람에 갓 떨어진 낙엽, 저 낙엽도 말라갈 것이다.
▲ 낙엽 바람에 갓 떨어진 낙엽, 저 낙엽도 말라갈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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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떨어진 낙엽에는 나무의 냄새가 살아 있다.
그리고 조금 지나 마르면 흙에 기대에 있어 흙의 냄새가 난다.
낙엽,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증거이니 감사하다.

자기의 모습을 조금씩 잃어간다.
▲ 낙엽 자기의 모습을 조금씩 잃어간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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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붉던 빛은 점차로 사라진다.
그렇다고 낙엽이 아닌 것은 아니다.
빛바랜 색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색깔을 찾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는 흔적은 숙연하다.
▲ 낙엽 가는 흔적은 숙연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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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라가는 모습은 숙연하다.
말라가면 갈수록 흙을 닮아간다. 바스러지기라도 하면 흙인지 나뭇잎인지 알 수 없다.
흙과 하나 되는 과정이다.
누구나 흙으로 돌아간다.
흙에서 왔으므로.

간혹 바람과 맞서보기도 하지만 너무 가볍다.
▲ 낙엽 간혹 바람과 맞서보기도 하지만 너무 가볍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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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바람에 날리기 싫어 버티어도 본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러나 그것을 버겁게 여기기 아니하고 바람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기에 머문다고, 저기에 머문다고 낙엽이 아니랴!

작은 바람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비웠다.
▲ 낙엽 작은 바람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비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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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가벼운 이유는 비웠기 때문이다.
온전히 비우고 나면 자유로워진다.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낙엽처럼 아름답고 싶은 이유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 낙엽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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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낙엽의 꿈이다.
도심의 아스팔트에 떨어진 낙엽들은 그런 점에서 희생양이다.
바람 타고 흙으로 향할 수 있는 곳에 있는 낙엽들이라 낙엽답다.

저 낙엽처럼 마지막 순간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일까?
▲ 낙엽 저 낙엽처럼 마지막 순간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일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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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마지막은 아름다운 법이다.
자연은 어김없이 그렇다.
사람도 자연이다.
자연스럽게 살면 처음과 마지막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추해지는 것은 자연과 먼 삶의 결과인 것이다.

홀로남은 희망, 이제 곧 여행을 떠날 것이다. 씨앗은 희망이다.
▲ 민들레씨앗 홀로남은 희망, 이제 곧 여행을 떠날 것이다. 씨앗은 희망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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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들 사이로 또 다른 희망이 하나 남아 있다.
민들레씨앗, 다 날려보내고 아쉬운 마음에 하나만 달랑 잡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곧 그도 날려보낼 것이다.
이별, 섭섭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 이별이 아니라 또다시 만날 희망인 것이다.
영영 이별이 아니라 또다시 만날 희망을 본다.

마지막 순간,
자연의 이별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태그:#낙엽, #민들레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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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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