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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서서히 확산되어 가는 듯 합니다. 최근에 조사된 소비자 기대지수는 5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었습니다. 최근 5년중 가장 높은 수치로 112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향후 소비를 늘리겠다는 사람들이 확연히 더 많아진 것입니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써서 인위적으로 높여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큽니다.

 

추석명절 기간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서 대폭 신장됐습니다. 앞으로도 매출증가세는 더욱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무척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수출만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내수의 부활이야말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외요인의 불안이 걸림돌로 작용하겠지만 내년의 경제성장률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민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가볍기만 합니다. 명절이 돼도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입니다. 작년에도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오히려 25%정도 매출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양극화는 여지없이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상층부의 경기가 나아지면 점차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현상도 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정치권에서 재래시장을 살리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한 일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데 재래시장은 점점 고사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약속을 지키지않은 것도 있습니다. 재래시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별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설혹 정치인들이 재래시장을 살리고 싶어도 잘 살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생활패턴은 이미 대형할인점에 익숙해 있습니다.

 

가까운 시장에 걸어가서 여유있게 둘러보고, 꼼꼼히 품질을 살펴서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흥정하는 일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차를 몰고 대형할인점에 가서 편하게 주차하고, 품질에 대한 의심이 없이 물건을 사서 돌아오곤 합니다. 쇼핑의 환경도 쾌적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 높습니다. 재래시장의 인간미가 넘치는 냄새와 가격흥정과 물건고르는 재미는 모두 귀찮은 일이 되었습니다.

 

경기가 아무리 좋아져도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재래시장을 살리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국민은 성장제일주의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청년실업이 해결돼고, 재래시장의 장사도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부자들의 주머니가 넉넉하면 점차 흘러서 서민들에게도 훈풍이 불어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틀린 것입니다. 전혀 효과가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경제성장률이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경제구조 때문입니다. 그것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히 불만을 토로하는 일은 헛된 것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이 보입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편입된 우리의 형편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원하는 방법으로 서서히 편입돼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OECD가입과 세계화에 대한 의지가 작용하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를 맞게되었고, IMF의 경제통제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개방과 세계화를 조절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더욱 국제사회의 요구에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기업들은 한방울의 버블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노동자를 해고하기에 바빴습니다. 심지어 멀쩡한 생살을 도려내는 일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정부는 기초적 사회안전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만 이미 무한경쟁의 전투장에서 서민과 중산층은 날로 죽음과 같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런 고통을 덜기 위해 카드남발과 부동산 규제의 과도한 완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단시일 내에 IMF의 구제금융을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이미 내재하였습니다.

 

참여정부는 시작부터 카드채문제와 부동산시장의 가격폭등을 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외환위기의 휴유증으로 비정규직의 문제와 고용시장의 불안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카드채의 문제는 그럭저럭 해결을 보았으나,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데는 실패하였습니다. 최근 그나마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강력한 규제정책을 구사하여 부동산 시장은 안정시키고 있습니다. 또 비정규직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당연히 대폭 확대시켰어야할 분배구조의 문제는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치권의 무기력함은 여전히 해결되기 보다는 악화일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서민들과 중산층의 어려움은 전혀 완화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미FTA가 국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정치인들만의 잘못으로 보입니다. 정치인들이 서민을 위한 정책에 아무런 관심도 노력도 보이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여론에 강력한 영향을 받습니다. 국민의 여론이 압박을 충분히 가해준다면 경제정책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의 대다수가 경제를 잘 성장시키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잘 성장시킬 것같은 정치세력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무한경쟁을 주장하는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국민이 선택한 경제체제가 잘 가동되어 국민을 옥죄고 있는 것입니다.

 

문민정부의 경제실패는 그동안 지속돼 온 개발독재와 선성장론을 세계화로 확장한 것입니다. 이미 시장의 무한경쟁을 가장 훌륭한 경제적 덕목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지만 사실상 극우적 경제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것입니다. 극우의 실패는 외환위기를 초래하였습니다.

 

이후 10년간은 성과도 상당한 것이었지만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분배시스템의 도입에 실패한 것입니다. 아니 실패가 아니라 도입할 생각조차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 들의 실패는 보수우파의 실패입니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미봉한 것과 심지어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질서에 편입하려 노력하였던 것입니다. 국민여론의 외면은 이러한 실패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국민은 극우파의 실패로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경험하였습니다. 또 보수우파의 실패로 그 고통은 완화되기는 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그들을 불신하고 원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여전히 고통이 심해지기만 하는 현상을 누가 원망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방향이 잘못됐습니다. 극우파의 근원적 경제파탄과 연 이은 보수우파의 경제적 방향오류에 분개한 것이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온건한 좌파에서 찾아야 합니다. 물론 좌파적 경제관을 가진 정치세력이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선택의 대안이 못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극우파를 지지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방향입니다. 지금 대선지지율 여론조사는 대부분 극우파의 후보가 50%를 넘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보다 더더욱 시장만능주의적 사고를 가진 세력을 가난한 서민대중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더욱 시장에서 정글의 법칙이 기승을 부릴 것이 걱정입니다.

 

한국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세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재래시장의 체감경기를 운운하며 현정권을 공격합니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경기는 그들의 정책지향으로 가면 더더욱 고사가 빨라질 뿐입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지난 10년의 집권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원인입니다. 극우파의 정책과 특별히 구별될만한 무엇을 제시하지도 못한 이유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그러한 잘못된 선택은 결국 국민의 손해입니다. 극우파가 높은 지지를 받는다면 당연히 제정치세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경제정책을 그들과 유사하게 바꿔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진정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살피지 못하고 감정적 반감에 의한 지지성향을 보인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다음 5년의 기간에 국민이 또 다시 겪게될 고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대형할인점을 규제하거나, 재래시장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서 현대화하는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규제를 풀고 자유경쟁을 더욱 촉진하겠다는 극우세력,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선호하는 세력이 재래시장을 살리고 서민경제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재래시장을 재개발하여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재래시장 살리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국민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 걱정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재래시장, #경제파탄, #외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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