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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호 선생은 이 학교에서 연 칠 년 계속해서 삼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학급담임으로서 다방면에 걸친 실적(?)을 올린 가히 신화적인 인물로 통한다. 하여 우리들은 개학식 첫날부터 “이 돼지 같은 새끼들” 소리를 들어가며 제식훈련을 받으면서도 최달호 선생이 우리 반을 맡게 된 것에 자긍과 자부심을 느낀다.

이 반, 즉 3학년 8반의 반훈은 네 가지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예의는 사람을 만든다, Be ambitious!, 나는 약하다. 그러나 우리는 강하다.

우리들은 최달호 선생의 명성과 권위가 사실은 거짓되고 모순된 것임을 알아나가게 된다. 그 첫 번째 사건이 ‘갹출 사건’이다. 최소한의 예의(여기서 ‘예의’란 말은 자기 좋을 대로 편할 대로 쓰이곤 하는 그런 것이다)라는 명분 아래 이사장의 회갑 잔치 축의금을 그것도 다른 반의 두 배로 낼 것을 강요받았던 것. 그리고 이에 불만을 표시한 학급 총무 정태는 유기 정학을 당한다.

그리고 이 반은 담임이 강제한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이른바 이 반만의 오후 일과이다. 한편 이 방침에 이의를 제기한 아이들은 심한 체벌을 받고 이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교장실을 찾아 항의하지만 오후 시간 활용에 대한 찬반 의사 투표 결과는 놀랍게도 64명 중 60명의 지지표가 나와 결국 이 일은 무마된다.

최달호 선생은 학교를 찾아오지 않는 부모를 용서하지 않는다. “담임 찾아보기 싫다는 건 제 자식 싫다는 얘기지 뭐냐? 제 부모한테 자식 대접도 못 받는 느이들이야말로…….” 이렇게 아이들을 선동하기까지 하면서.

새삼 자식이 공부하는 건물을 두리번거리며, 봉투에 삼천 원밖에 못 넣어온 부끄러움을 감출 길 없어, “선생님, 다음 언제 시간 나시면 꼬옥 한번 연락 주십시오. 저녁이라도 함께…….” 그 꼭 한번은 어느 날 오후 느닷없이 찾아오고야 만다. “아버지 집에 계시지? 전화 걸어 임마! 학교에 선생님 대여섯 분 계신다고.” - 책 56쪽

평소 반의 단결력과 결속력을 강조해오던 최달호 선생. 그러나 어느 날 성적이 좋지 않은 부잣집 자제 12명의 특별 지도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그들을 오후 일과에서 빼준다. 알고 보니 이들 부모들로부터 뒷돈을 받아가며 이들의 성적을 올려주고 예비고사 원서도 써주었던 것.

아이들은 반발한다. 그리고 모의하여 거사를 준비하기에 이르는데 막상 당일 슬리핑 백을 뒤집어쓴 채 아이들의 불만 세례를 받던 최달호 선생은 그 자리에서 달아나 버린다.

우리는 그가 들어 있던 그 슬리핑 백 속에서 하나의 머저리를 찾아내었을 뿐이다. 그 얼굴에는 근엄스러운 안경도 없었고, 머리카락은 마구 흐트러진 채였다. 온통 땀으로 목욕을 한 얼굴이 형편없이 왜소하고 짜부라진 사내였다. 그것은 마술이었던 것이다. - 책 71쪽

우리 안에서 키워지는 돼지들은 사육자의 사육 방식에 기대어 살며 결국 사육자의 욕심만을 채워줄 뿐이다. 문제 제기와 문제 해결은 인간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행동이다. 또한 이는 수동적으로 길들여질 수 있는 매순간의 상황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텍스트: 전상국, 우상의 눈물(오늘의작가총서5), 민음사(2006.7.31).


태그:#전상국, #예의, #담임, #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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