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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팽목항 재난 현장에서 밀착 봉사하며 겪은 생생한 경험이 담긴 책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팽목항 재난 현장에서 밀착 봉사하며 겪은 생생한 경험이 담긴 책이 나왔다.
ⓒ 도서출판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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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팽목항 재난 현장에서 밀착 봉사하며 겪은 생생한 경험이 담긴 책이 나왔다.

세월호 봉사자 전연순씨(불명 금비)가 부처임 오신 날에 맞춰 <세월호로 출가했습니다>(신국판 244쪽, 도서출판 심지, 1만 7000원)를 출간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전씨는 10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불가에 출가하기로 약속한 사흘 전이었다. 그는 재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대한불교조계종 긴급구호재난봉사대 일원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전씨는 "진도 팽목항에서 봉사하던 중 번개에 맞은 듯 깨우침이 일어나 세월호 재난현장으로 출가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책의 제목이 <세월호로 출가했습니다>가 된 이유다.

그는 실종자 가족을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맞잡아주며 고통을 나눴다. 처음엔 눈길조차 주지 않던 가족들도 그의 한결같은 봉사에 하나둘 마음의 문을 열었다.

봉사 일기이자 재난 현장 기록집

그가 대전에서 선유회와 함께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한 특별식으로 돈가스, 삼계탕, 팥빙수 그리고 세월호 침몰 현장의 선상 바지 위에서 펼친 짜장면은 그냥 음식이 아니었다. 자비의 향연이었다. 그중 황지현 엄마와의 인연은 기적처럼 다가온다.

혹여 '배가 고파 못 나오나' 싶은 생각에 하루도 빠짐없이 팽목항 등대 앞에 딸의 밥상을 차려 놓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본 그는 어느 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선상 바지선 봉사에서 민간 잠수사들의 요청에 구조장비를 급히 손바느질해 만든다. 거짓말처럼 그날 황지현 학생의 시신이 확인됐다. 실종자에서 미수습자의 이름으로 돌아온 황지현 학생의 영혼과 그를 포함한 유가족, 민간 잠수사들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천일 되는 날에는 전통 연에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새겨 하늘길 따라, 바람길 따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바람을 실어 날리는 의식을 주도했다. 또한 서 있기조차 힘든 강한 팽목항 찬 바람을 맞으며 맨발로 춤을 춘 민중의 춤꾼으로 추모했다.

사실 그는 타고난 춤꾼이었다. 어려서부터 무용을 시작했고 전국 각지는 물론 북유럽에서도 우리의 춤을 알렸다. 일본 등을 다니며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희생자 등 소외된 낮은 땅의 사람들을 위한 진혼무와 전통춤으로 죽은 자와 산 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왔다.

전씨는 세월호 인양 이후 미수습자 가족 대변인으로 봉사하며 '실종자'의 이름에서 '미수습자'의 이름을 알리고 가족들의 손과 발이 돼 동행했다.

그는 유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전국립묘지에 안장이 거부된 미수습자(교사)를 위한 일에도 발 벗고 나선다. 제도적 한계로 난항에 봉착되자, 그가 찾아낸 해법은 '솔로몬의 지혜'를 떠올리게 한다. 미수습자가 생전에 사용하던 침대에서 흔적을 찾아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DNA 검사를 통해 국립묘지 안장을 성사했다.

오랜 봉사 활동으로 큰 빚을 지고도 한 미수습자 유족의 어려운 사정을 들은 뒤 재능기부로 공연(단재 신채호 국혼 위령제)을 열고, 그가 단장으로 있는 금비예술단(법인)에 들어온 후원금 전액을 대한불교조계종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지정 기탁하기도 했다.
특히 이 책에는 그가 10년 만에 풀어 놓은,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미숙 시인은 추천사에서 "세월호로 출가한 전연순 작가가 몸소 겪고 기록한 생생한 현장을 접하면서 새삼 가슴이 저려온다"면서 "함께 부둥켜안고 들어주며 살뜰히 보살피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읽었다."고 썼다. 임동창 피아니스트는 "금비님의 옳은 일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통해 스스로 깨어났다"며 "고맙다"고 밝혔다.

세월호로 출가했습니다

전연순 (지은이), 심지(2024)


태그:#세월호, #10주기, #출가, #전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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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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