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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새 다이어리에 원대한 소망과 거창한 목표를 적는다. 그 중 '자원봉사하기'는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목표이다. 물론 가장 빨리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운명을 맞이한다. 하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작심삼일도 반복하다 보면 내년 이맘때, 타인을 위해 한 손을 내어 준, 변화된 자신을 보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봉사를 '남 좋은 일'라고 정의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있다. 그들은 나눔이라는 고귀한 가치실현을 위해 땀 흘리는 봉사자들에게 코웃음을 치며 질문한다.

'자원봉사하면 밥이 나와? 떡이 나와?'

사람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이 시대의 스크루지 영감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있다. 자원봉사하면 밥도 나오고, 떡도 나오고 심지어 찜질방도 갈 수 있다. 궁금한가? 궁금하면 500백원 대신 '수원시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이라고 검색을 해보자.

전국 최초, 수원시의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

카드 뒷면에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식하면 마일리지 포인트와 차감 내역의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 스마트마일리지카드 카드 뒷면에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식하면 마일리지 포인트와 차감 내역의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다.
ⓒ 수원시 자원봉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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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는 지난 7월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자원봉사 시간을 마일리지로 전환해 공공시설 및 민간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구축되었으며 전국 최초로 수원시가 시도한 정책이다. 이미 타 지역에서도 자원봉사 통장이나 할인 가맹점처럼 봉사실적에 따른 보상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이에 반해 수원시는 '살아 있는' 정책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스마트폰, QR코드 그리고 카드를 이용한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봉사자들은 간단히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1365자원봉사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자원봉사를 한다. 10시간 봉사활동이 충족되면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수원시 장안구 조원동)를 통해 스마트카드를 발급받는다. 이후 봉사자의 모든 봉사활동 실적이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으로 입력되고 봉사자들은 일반 마일리지 카드처럼 가맹점이나 공공시설에서 마일리지 차감으로 할인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수원시 마일리지'라는 스마트폰 앱은 업종별 할인 가맹점 위치와 할인율을 언제, 어디서나 조회 가능하게 한다. 또한 카드 뒷면에 있는 QR크드를 인식시키면 잔여 마일리지와 차감된 마일리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은 봉사자의 편의와 정책의 실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은 수원시와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봉사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보상을 위한 전시적인 행정이 아니라 생활 속 혜택을 챙겨주는 실질적인 보상을 지향한다. 그리고 봉사와 거리가 멀었던 시미들에게는 봉사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볍게,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공공기관→민간 할인 가맹점→자원봉사자→봉사수혜자... 선순환 고리

수원시에서 스마트 마일리지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 및 시설은 30곳이 넘는다. 회계과, 문화관광과, 체육진흥과등 시청 참여부서만 해도 8곳이다. 구민회관 수강료, 세계문화유산 화성 입장료, 경기장 사용료, 시설 대관료, 공영주차장 그리고 민속촌 입장료까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 자치 행정과 공순정주무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공공기관 및 시설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상점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봉사자들은 공공기관 못지 않게 다양한 분야의 '민간 할인 가맹점'에서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원, 병원, 안경점, 서점, 심지어 심리치료까지 지난 12월 31일, 현재 총 155개 사업장에서 스마트 마일리지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통 중심 상가거리의 50여 개 정도의 상점이 일괄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많은 개인 사업자의 참여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역내 인지도 상승과 더불어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민간 할인 가맹점 목록이 담긴 책자(1월 중 예정) 배포로 인해 무료로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입장에게도 매력적인 정책이다. 그보다 더 큰 원동력은 직접 발로 뛰며 사업주들을 만나 정책을 홍보하는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의 열정이 아닐까 싶다.

정책이 시민들의 품으로 원활히 파고 들어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커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홍보'와 '참여'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조화를 이루는 수원시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어떤 일이든 일장일단이 있듯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일한 만큼 거두는 이상적 경제체제를 철저히 위반할수록 빛이 나는 일인 자원봉사에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보상이 따르는 봉사, 의미 퇴색의 염려도...

마일리지는 이용 실적에 따라 획득하게 되는 보너스 점수이다. 고객은 획득한 점수를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 마일리지, 통신사 마일리지, 심지어 성형 마일리지까지, 요즘 거의 모든 기업에서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해 마일리지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자원봉사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기 의지로 참여하는 행위이다. 자원봉사와 마일리지?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증폭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의 오시현 대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기발한 아이디어다. 수원시는 시민 참여 정책이 많은데,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도 공모전을 통한 정책인가?
"그렇지 않다. 시장님 지시사항도 있었고,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준비하던 기획을 수원시 자치행정과와 함께 정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 경제개념이 결합된 기존의 자원봉사 마일리지 제도가 봉사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우려에서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을 반대의견은 없었는지.
"물론 있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의 인정보상제도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존재했다. 그런데 수원시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은 애초부터 보상을 긍정하고 미흡한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봉사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크진 않아도 그분들의 노고를 시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정책이 필요했다. 사실 봉사자들은 혜택이 있든, 없든 봉사를 지속하실 분들이다. 스마트 마일리지카드 할인 혜택은 봉사를 하고 계신 기존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봉사 의미가 퇴색되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수원시 마일리지 기준 할인 혜택은 경제적 개념과는 다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할인율별 자원봉사자 마일리지 차감 기준이 있다. 할인율은 10%, 30%, 50%로 제한하고 할인율에 따라 각각 300, 500, 700, 1000마일리지가 차감된다. 할인 금액에 해당되는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경제적 개념의 제도((예:1000원 할인-1000P차감)와 다르다. "

- 사실 깔끔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이해력 부족인지...
"(웃음) 아직 과도기라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아서 그럴거다. 기존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수원시민 전체로 자원봉사가 확대가 목표인 주요 사업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니 지켜봐 주길 바란다.

- 그럼 아직 구체적인 실적은 없나.
"아직은 객관적인 통계 자료는 없다. 아마 내년 상반기쯤 구체적인 실적이 나올 것이다."

- 현재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민간 할인 가맹점들을 정돈하고 있다.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 도입 이전에 총 500여 개의 가맹점이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이 떡집과 같은 음식점으로 치중되어 있어서 시민들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민간 사업주들을 만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사업주가 바뀌었거나 실질적으로 할인 혜택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인지 직접 방문하고 있다."

- 민간 가맹 할인점의 경우 '착한 가격 업소'와 개념이 비슷하다. 착한 가격 업소라고 해서 가봤더니 가격이 불친절한 사례가 많아 정책의 실패와 더불어 사회적 문제도 보도되기도 했다. 민간 가맹 할인점이 착한 가격 업소가 되지 않기 위한 대책이 있나?
"지난해에도 모니터 요원을 뽑아 민간 가맹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가맹 업주 간담회를 통해 보완할 부분들을 챙기고 있다. 1년에 두어번은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 아무리 좋은 정책도 수혜자인 국민이 모르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스마트 마일리지 시스템이 정착되기 위해 기획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보다 더 많이 관리와 보수에 투자했으면 좋겠다. '대가성 자원봉사'가 아닌 자원봉사의 보상'에 걸맞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고맙다. 지켜봐 주고 여러 곳에 홍보해주길 부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e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원봉사, #수원시, #스마트마일리지시스템,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마일리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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