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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희경씨 이름으로 올라 온 <오마이뉴스> 기사 '희망버스는 진보의 재앙? 당신 생각은 잘못됐습니다'에 대한 반론이자, 김진숙 위원의 투쟁과 희망버스에 대한 진보의 주류적 생각에 대한 비판이다. 먼저 해당 기사의 물음에 간단히 답변부터 하고 본론을 말하고자 한다.

신규 수주하지 못하는 영도조선소, 놀라운 일 아니다

첫째, 김희경씨는 2010년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대폭 늘어난 수주 실적을 들어, 한국 조선산업은 중국 조선산업의 일취월장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를 근거로 영도조선소의 정리해고는 구조적 문제(산업 전반 또는 사업장의 비교우위의 상실)가 아니라, 영도조선소 부지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팔려는 불순한 의도 내지 무능·무책임 경영의 소산인 것처럼 말한다.

여기서 불순한 의도는 희망버스와 김진숙 위원에 대한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의 악담처럼 근거가 모호하기에 논할 문제가 아니다. 무능·무책임 경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70점을 줄 사람도 있고, 10점을 줄 사람도 있으니…. 어쨌든 무능 경영으로 영도조선소가 어렵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해관계자 모두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근로자나 협력업체가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선택을 잘못한 죄로 혹독한 시련을 당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정리해고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조선산업의 일취월장이 한국 조선산업을 포함하여 세계 조선산업의 지각 변동을 초래한다는 것은 시계열 통계로 보나, 기술(경쟁력 요소)의 성격으로 보나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러 저부가가치 선종에서 비교 우위가 중국으로 옮아간다고 해서 일본과 한국의 조선 산업이 다 몰락하라는 법은 없다. 거의 몰락했다는 유럽 조선산업도 크루즈(여객)선 등 몇몇 선종에서는 용케 버티고 있다고 한다. 요컨대 중국 효과는 선종, 선급, 회사, 사업장(수빅, 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에 들어가면 조선산업 관련 대표적인 통계가 몇 개 있다(☞ 관련 통계 보기) 여기서 세계 조선산업의 3강인 한·중·일의 2007~2010년간의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통계를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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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 외에 좀더 긴 10년의 통계를 봐도 중국 조선산업의 일취월장은 확연하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향상은 상당부분 중국 정부나 중국 해운업체의 주문에 힘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비축한 조선 노하우를 가지고 한국, 일본이 독식하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부터는 해운, 철도 관련 글을 많이 써온 odyssey(필명)의 글을 주요하게 참고하였다. 글을 살펴본 결과 충분히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선종은 건화물선·초대형광석운반선(VLOC)·유조선 등이고, 한국은 컨테이너선·유조선·LNG선·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석유시추선 등이다.

그런데 영도조선소는 도크가 너무 협소하여 갈수록 대형화하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VLCC, ULCC) 수주는 아예 불가능하고, LNG선 역시 대형화 경향으로 인해 수주가 곤란하다. 요즘 세계 조선 시장에서 발주되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은 배 길이가 300m, 400m(18000TEU급)을 넘어가는데 영도조선소는 도크의 한계로 인해 최장 280m(80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만 수주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등 다른 회사들은 다르다. 단적으로 국내 조선소들의 도크 크기를 조사한 자료가 있다(☞ 관련 자료 보기).

세계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380m 급 3개, 460m 급 2개, 490m 급 2개, 672m 급 1개, 700m 급 1개 이외에도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 미포조선에도 594m급 504m 급 등 많은 도크가 있다. 이들을 모두 합친다면, 현대중공업 한 회사만으로도 일본이 보유한 가장 큰 도크들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크가 모자라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 육상에서 배를 조립하고 진수를 시키는 육상건조공법을 쓴다.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같은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시 400~640m급의 도크들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고, 빅3 조선소들은 모두 세계 최고의 육상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건조가 가능한 공장부지 (Yard)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건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STX조선 역시 355~385m급 도크를 4개 보유한 데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하청업체들의 협력을 받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중국 다롄에 550만평 규모의 조선해양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관련 사이트 참조)

그런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확장이 불가능한 위치, 불과 8만평 부지에 232m급 1개와 301.8m급 2개의 도크만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상건조 공법을 쓸 수 있는 여유공간(블록적치장 Yard)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영도조선소에는 인양 용량이 큰 골리앗 크레인은 없고 인양용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크레인만 몇 대 있다. 따라서 블록 사이즈를 작게 만들어 지브(Jib) 크레인을 사용해서 더 큰 블록으로 부분 조립한 다음, 다시 해상크레인을 사용해서 최종 조립한다. 영도조선소 부지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한번에 끝내는 공정을 두 번에 걸쳐서 조립하니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하다. 영도조선소 숙련 근로자들의 손재주는 더 좋을지 모르지만, 공간과 입지(수심)의 한계로 인해 신규로 발주되는 선박을 영도조선소가 수주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중국의 추격이 없었다면 중형 벌크선, PC선, 탱커 등의 선종을 일부 수주했겠지만, 이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것은 영도조선소는 크기는 작고 부가가치는 높은 군함, 차세대 위그(WIG)선 등 특수선을 수주하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현대, 대우, 삼성, STX 등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에 들어가면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연도별 수주량 통계가 있다.


2005년 14백만CGT, 2006년에 19백만CGT, 2007년 32백만CGT로 고점을 찍은 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는 14백만CGT, 2009년에는 2백만CGT로 급감한 후, 2010년 8백만CGT로 약간 회복하였다(2011년 유럽·미국의 재정 위기로 인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2007년 고점 대비 2009년의 수주량은 2/32, 2010년은 8/32로 엄청난 낙폭 내지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약한 고리 중의 약한 고리인 영도조선소가 수주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반해, 잘 나가는 곳이- 이들 역시 수주에 혈안이 되어 있을테니까- 약간이라도 수주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요컨대 아직까지는 세계 1, 2, 3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 조선사들의 2010년 실적 하나를 가지고 영도조선소의 위기가 구조적 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도조선소 구조조정 불가피하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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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100주당 1주의 주식배당을 들어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 못 본 것이다. 사실 나에게도 이 주식배당은 수수께끼였다. 그래서 일단 배당 행위와 시점만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김기원 교수 등 기업 회계 지식이 있는 분들이 이 수수께끼를 해명해 주었다. 이것은 대차대조표상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익잉여금은 여태 난 이익의 합계액에서 배당한 금액을 뺀 것으로, 현금(여윳 돈)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설비투자에 써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조남호가 정리해고를 선포해 놓고 170억 원 현금 배당 잔치를 한 것은 아니며, 회사 입장에서도 현금 유출(특히 대주주에게)은 거의 없었다. 2010년 한진중공업은 (건설부문의 실적 악화가 주된 요인이긴 하지만) 어쨌든 570억 적자였다.

여기서 100주당 1주의 주식배당을 할 밑천인 이익잉여금이 있었기에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틀린 주장이지만, 570억 적자였기 때문에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주장도 틀린 주장이다. 사실 영도조선소의 문제는 한진중공업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건설부문과 조선부문이 있고, 조선부문에는 영도조선소와 100% 출자한 자회사인 수빅조선소가 있다. 손익은 이들의 합계(지분평가 포함)이다. 조선업은 일반적으로 선박 수주 후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며, 선주는 선사에게 대체로 계약과 함께 10%, 선박의 조립경과에 따라 10~15%을 3회 정도에 걸쳐 지급하고 인도 완료와 함께 잔액을 지급한다. 이것이 수빅조선소나 영도조선소의 손익에 반영된다.

그러므로 영도조선소는 지난 3년 동안 한척의 배를 수주하지 못했어도 기존 수주 물량을 가지고도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몇 년은 적자 행진이 불을 보듯 뻔하다. 건설부문과 수빅조선소가 장사가 잘 되서 한진중공업 전체로는 흑자가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도조선소는 갑자기 수주 사태가 나서 계약금이 뭉텅이로 굴러들어오는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적자 행진은 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2009년 이후 영도조선소에 일감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것치고는 적자 폭이 적은 것은, 일감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는 협력업체와 임시, 일용직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도조선소의 특성과 2008년 이후 조선·해운 시장의 동향 등을 종합하면 영도조선소의 구조조정은 2010년 12월 20일에 갑자기 선포된 것이 아니다. 실제 2009년부터 사무관리직· 협력업체 직원· 임시일용직 등 천수 백 명을 정리해 왔다. 임원· 사무직 등의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도 있었다. 일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 확연하고, 향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눈에 뻔히 보였기에 노사 간에 물밑에서 직영(정규직)의 희망퇴직도 논의 되었다고 한다.

물론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결국 2010년 12월 20일 회사가 일방적으로 400명 '희망퇴직' 공고를 냈고, 당연히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중 230명이 최대 22개월치 퇴직위로금 및 자녀 2명까지 대학학자금 전액 지원 등을 조건으로 희망퇴직에 응했고, 불응한 노동자 170명이 2월 17일 정리해고 되었다.

김진숙 위원은 지난 1월 초 '85호크레인'에 올라가 지금까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노조는 6월27일 투쟁 종결을 회사와 합의하였고, 약 30여 명의 정리해고자들이 추가로 희망퇴직에 응했다. 희망버스는 김진숙 위원의 헌신적 투쟁과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공감한 사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되었다. (1차 6월11, 2차 7월9일, 3차 7월30일)

우리나라 노동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은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2)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자 선정기준, 3) 근로자대표와의 성실 협의, 4) 해고 회피 노력 4가지다. 그런데 기업 전체적으로는 위기가 덜해도, 영도조선소처럼 그 덩치 큰 사업부가 일감이 없어 '돈 먹는 하마'가 되어, 조만간 기업 전체가 크게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는 좀 엄격하게 해석하긴 하지만, "경영합리화"나 "도산회피"를 위한 정리해고도 인정한다. 그래서 영도조선소 정리해고가 올해 5월 초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인정(해고 구제신청 기각)된 것이다.

김희경식 주장대로라면 '일제가 한국의 번영 가져왔다'는 논리도 가능

셋째, 골리앗 투쟁 등 "노동자의 극한투쟁이 역설적으로 현대중공업의 경영혁신을 추동하고 경쟁력 있는 세계기업으로 변신" 시켰다는 주장, 한진중공업은 "기술개발이 아니라 '후진적 노동억압'을 선택"해서 지금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 등은 솔직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내가 근래 들어 본 견강부회 중에서 가장 심한 것이기 때문이다.

확신컨대 노동자의 극한투쟁이 오늘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당사자인 현대중공업 노조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을 당했는데-그 전 오랫동안은 사실상 탈퇴 상태였다-이를 근거로 민주노총식의 투쟁 노선을 탈피해야 세계적 기업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주장은 최소한 김희경씨 주장보다는 천배는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기업 경쟁력 요소의 다양함을 감안하면 이 역시 침소봉대한 주장이겠지만, 아무튼 김희경식으로 사실왜곡과 견강부회를 하면 우리의 모든 번영이 일본 식민통치나 김일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최소한 이 주장보다는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때문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할아버지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예를 일반화 하면, 자식을 내팽개친 개차반 아버지가 위대한 사람을 만든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 같다. 평소 논리적이고 냉철한 분들이 왜 이렇게 황당한 논리를 펼치는지 깊이 성찰해 봤으면 한다.

북유럽 유연안정시스템의 토대는 '노동 내 작고도 합리적인 격차'

넷째, 덴마크 노동자들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 기뻐한다"는 주장도, 덴마크가 만든 유연안정시스템-최대 4년치를 보장하는 실업수당과 튼실한 재교육, 재취업 시스템 등-이 해고에 대한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사실왜곡과 견강부회가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어쨌든 김 기자는 덴마크의 유연안정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했고, 한국은 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

내가 연구한 바로는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 작동하는 유연안정시스템의 핵심 토대는 노동 내 작고도 합리적인 격차다. 이것은 OECD, WHO, ILO 등 국제기구가 생산한 통계를 통해서, 다양한 직능·직업·산업·부문·기업(규모) 별로 노동자들의 처우를 1인당 GDP의 배수로 환산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1인당 GDP의 2~5배를 받는 직능·직업들이 덴마크에서는 1~2배를 받는다. 또 원청이든 하청이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이익 많이 내는 기업이든 적게 내는 기업이든,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노동의 양·질이 같으면 처우가 거의 같다. 성과·능력에 따른 격차는 분명히 있지만 한국·미국·중국만큼 심하지 않다. 이는 사민주의 정당과 정의로운 노조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이는 자본의 이해관계와도 상당 정도 부합된다. 그 결과 고용률이 70%이상(우리는 60% 초반)이고 임금 근로자 비율도 90%이상(우리는 70%에도 못 미친다)이며, 전반적으로 사회가 평등하고 공평하다.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격차 구조가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고입·대입경쟁도 치열할 수 없다. 사교육도 있을 수 없다. 덴마크에서 정리해고 결사반대 투쟁이 없는 것은 사회안전망도 튼실하긴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기존의 근로조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취업이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리해고 되면 평생 가도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낙차가 큰 만큼 저항이 극렬하고, 떨어져 나오면 그 충격으로 자살·정신이상·가정파탄 등이 속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력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은 사회안전망에 관한 한 더 열악함에도 불구하고—4대 보험도 못내는 사람이 많으니— 낙차가 적기에 해고나 실직의 충격을 그렇게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 실제 기존에 다니던 수준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영도조선소에 다니다가 일감이 없어서 잘려나간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잘려도 사회적 관심도 못 받고, 퇴직위로금도 없고, 정리해고 철폐 투쟁도 할 수 없는 "2등 국민" 신세를 한탄은 하지만, 어쨌든 해고·실직의 충격을 재빨리 수습하고 직장을 옮겨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직원으로 재취업한다.

한손으론 일자리 학살, 한손으론 일자리 창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과 한진중공업 해고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최고 경영자로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지고 다시는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을 촉구하며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과 한진중공업 해고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최고 경영자로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지고 다시는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을 촉구하며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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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적이 있다. 내 희망버스 '폄하' 발언에 대해서 분노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일단을 김희경이 표현했다.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우리 시대 진보가 이념과 정책면에서 지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발언은 이렇다.

"'IMF 광풍' 이후 10년이 지났다. 수많은 비정규직 양산 이외에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위해 준비해준 것이 무엇이 있는가? 솔직히 쫓겨나도 먹고 살 대책이 있다면 미쳤다고 목숨 걸고 저런 투쟁을 하겠는가? 경기만 좋아지면 언제든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으면 저런 투쟁을 하겠는가? 정규직은 줄어들 뿐이고 비정규직은 늘어날 뿐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서 목숨을 걸고 수개월 동안 고공 크레인 농성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지나치게 무신경했다는 것을 이제라도 인정해야 한다. 여태까지 못했으면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대책 마련할 생각을 해야지 희망버스에 희망이 없다고 불평할 때인가?"
- '희망버스는 진보의 재앙? 당신 생각은 잘못됐습니다' 중에서

이런 사고방식의 뿌리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고용불안, 양극화를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재벌대기업과 초국적금융자본의 가렴주구에서 찾는다. 그런데 나는 묻는다. 세계화·지식정보화·중국의 세계의 공장화·과학기술혁명 등은 문명국의 보편적 현상인데 왜 한국만 유독 고통과 갈등이 심한가?

선진국과 1대 1로 비교하면 한국의 특이성이 나온다. GDP에서 차지하는 국가재정 비중· 복지지출·노동소득분배율·고용률·임금근로자 비율·비정규직·자영업자·소득격차·재벌행태· 노조행태·정치행태 등. 여기서 진짜 유별난 것은 재벌의 위상과 행태, 공공부문(관료)·노조의 철학·가치·행태·정치의 부실 등이다. 이 문제의 구조를 더 파고 들어가 보면 의외로 진보 정치지도자의 무책임·무지·공포(한마디로 탐진치 3독)와 화전민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조직노동의 철학·가치·행태가 문제를 악화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하나만 봐도, 인간의 수명을 제외한 모든 존재들의 수명이 짧아지고, (중국에 인접한 죄 등으로) 변화 부침이 극심해 진 환경에서 정년 보장을 당연시하고, 노동의 양질에 따른 공평한 처우 개념도 없고, 1인당 GDP의 2~3배의 처우를 기본으로 여기는 한국 진보(좌파) 및 노조와 한국의 유별난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문제, 대학진학율 문제, 고시·공무원 시험 열풍 문제가 어떻게 무관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적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적이 있는데, 항상 적을 자신의 바깥(보수, 재벌, 기업, 신자유주의 등)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부러진 동전을 볼록한 면은 그대로 두고, 오목만 면만 피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으로는 일자리를 학살하면서, 왼손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대기' 때문이다.

요컨대 내 주장의 핵심은 한국에서 유연안정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금과 재정에 기반을 둔 2차 분배구조 개선(사회임금 상향)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1차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특히 자본 내 분배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노동 내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자본 내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공정거래 질서 확립, 금융의 정상화, 벤처중소기업 및 신성장 산업 육성, 창업에 대한 과도한 공포 저감(연대보증제도 철폐) 등을 의미하는데 제대로 된 보수라면 당연히 앞장서야 할 것이다.

노동 내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연대임금제=중향평준화(하후상박 개념의 확장)=산업차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규직 고용에 대한 과도한 공포 저감 등을 의미하는데, 제대로 된 진보라면 당연히 앞장서야 할 것이다.


태그:#한진중공업, #김진숙,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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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전 김대호산업경영연구소 소장(2005) 전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차장(2003) '노무현 이후-새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2009) '희망한국프로젝트'(공저)(백산서당, 2007) '진보와 보수를 넘어'(백산서당, 2007) '한386의 사상혁명'(시대정신, 2004)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사회평론,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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