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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평교사 출신인 장휘국 제7대 광주시교육감(59)이 8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취임식은 일선 학교 관계자들이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하교 시간 이후인 오후 5시에 진행된다.

 

장 교육감은 취임식에 앞서 국립 5·18민주묘지와 광주일고 학생탑, 현충탑, 4·19기념탑 등에서 참배할 예정이다. 이어 점심시간에는 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 선명학교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 등과 오찬을 한 뒤 기자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취임을 앞둔 장 교육감의 소회와 광주교육에 대한 비전을 지난 7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기자 주]

 

-오랫동안 당선자 신분으로 지내왔다. 역사적인 전교조 출신 광주교육감으로서의 취임 소감을 말씀해 달라.

"무척 떨리고 긴장된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광주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어깨를 짓누르는 게 사실이다. 무한한 책임감이 뒤따르지만, 광주시민들이 언제나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듬직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평교사 28년, 교육위원 8년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되살려 언제나 교육가족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함께 끊임없는 소통과 화합으로 광주교육정책들을 풀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 직선제 선거로 시작된 지방교육자치 시대에 맞추어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여 당당하고 소신 있는 교육행정을 펼쳐 나가겠다. 광주시민 여러분께서도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참여와 견제, 감시로 광주교육의 변화와 개혁,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 주시기를 기대한다."

 

-취임 이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치고 싶다.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사교육에 대한 총체적 문제들을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해소시킬 생각이다. 대표적 교육비리로 손꼽히는 '촌지'를 없애겠다.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교사는 관리자나 행정공무원들에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그릇된 촌지 관행을 반드시 없애겠다.

 

학교간, 학생간 경쟁교육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이 목표를 세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많은 잡무로부터 벗어나 아이들과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취임전 당선자 신분 5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당선 후 5개월 간 정말 많은 시민들과 대화했다. 교육현장인 학교도 80곳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과 대화, 평교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그들은 한결같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가 아닌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는 이렇다. 모든 사회분야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를 꾀하면서 바뀌고 있는데, 교육분야는 과거 일제 식민지 시절의 관습과 군사독재정권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화와 발전은 시대의 진리이며, 흐름이다. 설령, 제가 아니더라도 교육은 계속해서 진보하고 변화할 것이다."

 

-핵심공약인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에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렇다면 초·중학교 급식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야 맞다.

 

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학교 급식비를 부담하는 것도 무척 힘들어한다.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시간에 운동장 구석에서 남몰래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자. 그 학생들 역시 부유한 가정환경으로 급식비 걱정 없는 아이들의 친구이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학생들이 분명하다. 보편적 복지측면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혜택이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올해는 광주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체 실시가 이뤄졌다. 내년에도 초등학교만큼은 그 혜택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예산확보가 그리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행히, 광주시에서 초등 1~3학년 무상급식비 일부분을 대응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다고 판단된다. 나머지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장 교육감 핵심공약인 혁신학교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학교가 이렇게 바뀌면 훨씬 좋을텐데.' '아이들이 이러한 교실에서 저러한 교육을 받았으면...' 혁신학교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내재돼 있던 학교상을 구체화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불가능할까? 아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소박한 학교상은 이번에 제가 탐방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에서는 이미 현실화돼 있었다. 복지국가의 교육환경, 즉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행복한 학교, 배움이 있는 교실'을 광주형 혁신학교가 현실화시킬 것으로 자부한다.

 

2011년에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2개교 등 총 4개교의 혁신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혁신학교 개수라는 수치적 함정에 빠져들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혁신학교의 장점들이 알려지면, 자발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혁신학교 교육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리 척결을 주창하고 있는데 어떤 비리를 어떻게 없애겠다는 것인가?

"광주 교육계는 현재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그릇된 허례허식으로 인해 '도덕 불감증'이 만연돼 있는 상태다. 그래서 '교육개혁' 이야기가 아직도 회자된다. 그릇된 관행, 부적절한 절차, 차별을 부추기는 편가르기, 시민의 눈높이와 다른 행정시스템 등을 하나씩 고쳐 나갈 생각이다.

 

예를 들면 ▲교육비리 원아웃제 ▲교육비리 신고 교육감실 직통전화 설치 ▲예산절감 정책제안 공무원 우대 ▲교사채용 투명학교, 급식선도학교, 청렴학교 등 우수학교 지정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올바른 교육정책에 사용되도록 할 것이며, 교육비리 없는 광주교육을 실현하겠다."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고교평준화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 제가 해직교사 시절 근무했던 광주과학고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과학고는 과학분야 영재들을 길러내자는 취지에서 세워졌다. 광주전남 지역의 여러 중학교에서 1~2등을 하던 학생들이 과학고에 입학하여 1학기 시험을 치르고 성적과 함께 등수가 나왔다.

 

하지만 1등이 존재했고, 50등이 존재했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낙담하고, 서서히 학업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만약, 50등을 했던 학생이 과학고에 입학하지 않고, 일반고에 진학했다면 중학교 때처럼 높은 학구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가졌을 것이다.

 

이쯤 되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한 곳에 모이면 어떠한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설명이 된다.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은 평준화 교육정책으로 최근 20년간 전국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머물렀다. 결국, 평준화 교육정책과 우수학생 실력 저하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결론이다.

 

광주지역은 현재 자율형 사립고 3개교, 자율형 공립고 3개교, 과학고 등이 있다. 학생수 대비 특수목적고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여기에 더 많은 특수목적고를 설립한다면 평준화 교육정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 자명하다. 자율형 사립고는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도록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여 우수한 학생들이 배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전문계고, 특성화고 운영에 대한 주요 정책 방향을 설명해 달라.

"모든 사물이나 환경은 초심을 잃게 되면 역기능이 발생한다. 교육정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전문계고는 기능 인력을 양성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런데, 대학 진학을 권유하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적성 및 특기와는 무관한 직업적 선택으로 취업이탈자가 발생하는 등 전문계고의 특성이 퇴색되고 있다.

 

전문계고는 취업중심의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업지원센터 구축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전문계고 복지지원 확대 ▲교실 및 실험실습 환경 개성 등 전문계고 내실화에 주력할 생각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부정적 회의적으로 보는 교직자들이 많다. 이에 대한 장 교육감의 생각은?

" 교육현장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회, 학생인권위원회, 인권상담실, 학생생활교육위원회(기존 학생선도위원회) 등의 기구가 정비될 예정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으로는 ▲학생인권 관련 우선과제 단계적 해결(체벌금지, 강제적 보충 자율학습 금지, 성적공개 및 우열반 편성 금지, 단계적 두발 자유화 등) ▲인권적 생활교육 가이드라인 제시 ▲인권친화적 '학교생활규정' 표준안 제시 ▲학생인권 종합 매뉴얼 제작 및 배포(교사 권한 범주, 권한 실현 방식, 갈등상황 대처방식 체계화 및 유형화, 체벌 없는 대안적 지도 등)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교육주체 토론회 실시 등이 있다."

 

-진보교육감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이 있다고 보는가?

" 현재 우리 사회에 진보와 보수의 정책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에서는 이러한 대립이 교육에서는 벌어지는 것에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이 추구하고 있는 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전인 양성, 지덕체의 조화 등과 같은 교육의 본질 추구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교육감의 성공은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시민의 참여와 소통, 견제와 감시 등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 시민 교육감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외고 및 자율고(자사고, 자공고)의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불협화음으로 이어져 소중한 에너지가 낭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국어고 설립은 '광주에만 없다'는 논리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한편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외국어고 실패를 인정하고 자사고 및 일반계고로 전환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외국어고 설립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총체적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어고는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길러내자는 본연의 목적이 이미 상실했다고 봐야 옳다. 전국 대부분의 외국어고는 이미 입시를 목적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교과과정과 별 차이없이 진행하고 있다.

 

광주에는 자사고 3곳, 자공고 3고, 과학고 1곳 등의 특수목적고가 있다. 사실, 이 학교들로 인해 '고교평준화'가 제대로 유지될 것인지도 의문이 들 정도다. 고교평준화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특수목적 학교들이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 및 감독하는 교육청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마지막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교육은 모두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은 지나친 경쟁교육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다. 일부 계층을 위한 특권교육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교육양극화, 교육불평등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직선 초대 교육감으로서 60년 만의 교육 권력을 교체해 주신 시민 여러분의 뜻과 의사를 반영하여 모두가 행복한 학교, 신나는 교실을 만들겠다. 교육이 희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배우고 나누는 행복한 광주교육을 실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정의로운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광주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따뜻한 칭찬과 격려, 거침없는 비판을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남교육신문(www.ihop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장휘국 광주교육감, #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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