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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Cores

 

(1) 아이들, 아내와 함께 다녀온 부산, 제천 여행 4일 (7월30,31, 8월1,2일)

    - 4인 가족 4일 동안 총경비 약 700,000

    - 교통 : 판교 톨게이트에서 왕복 약 900 Km * 1,500 = 135,000

    - 숙소 : 부산리베라 호텔 (2박 26만원) + 제천 청풍리조트 (1박 8만원) = 340,000

    - 식사 : 농어 +광어 , 장어 최상품 , 기타 150,000

 

(2) 오랜 친구와 함께 다녀온 강원도 삼척 여행 3일 (8월10,11,12 일)

    - 2인 3일 동안 총경비 약 400,000

    - 교통 : 판교 톨게이트에서 왕복 약 800 Km * 1,500 = 120,000

    - 숙소 : 해안민박 (2박 11만원)  = 110,000

    - 식사 : 장어항 광어회(소문난횟집 65,000) , 삼척시내 도루목 찜(정라식당 25,000) , 진부IC 이승복 기념관 근처송어회(운두령 30,000 ) 기타 150,000

 

(3) 여름에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하고 다녀온 5일 (8월17,18,19,20,21 일)

    - 1인 5일 동안 총경비 약 600,000

    - 교통 : 대한항공 (190,000), 자전거변상(70,000), 기타버스,택시 등 총금액302,000

    - 숙소 : 민박 (4박 100,00)  = 100,000

    -식사:고등어회(30,000),백반(15,000*3회),과일/빵/우유등간식(50,000)총금액 170,000

 

나누고 싶은 기억 - 1. 부산 (7/30 ~ 8/1, 3일)

 

2009. 07. 30 (목) - 첫째 날

 

 먼 길을 가니 좀 서둘러서 7:30 쯤 집을 나섰다. 겁먹었던 것과 달리 휴가철의 경부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단숨에 금강휴게소까지 달렸다. 짙푸른 금강 옆에서 우리 가족들은 잠시 눈을 맞췄다. 사랑스러운 나의 피붙이들.

 

 첫 번째 목적지는 경남 김해 진영의 봉하마을. 김천에서 중앙고속도로 - 창원을 지나 그분 ( Navigator The Great ) 께서 알려주신 대로 부산시 강서구 xxx 번지 봉하마을회관앞에 도착했다. 어째서 김해시가 아니고 부산시로 시작할까... 수상하게 여겼지만 감히 그분께 대항할 마음을 먹지 않았다. "봉하마을회관" 으로 찾은 것이 잘못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 로 찾아야 정확히 나온다. 부산시 강서구에도 공교롭게 봉하마을회관이 있어서 그분은 우리를 부산으로 데려주었다. 심하게 헤맨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분께서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셈이다. 이미 알고 있는 고속도로 안내만 했으니. 디지털 문명에 대한 의심 , 전에도 있었지만 더욱 깊어짐.

 

 7월말의 강렬한 여름 햇살이 내리 쬐는 봉하마을에는 살아있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노대통령이 묻혀있는 작은 무덤을 찾았다. 봉분도 없고, 단순하게 생긴 넓적한 돌 하나이 얹혀져 있을 뿐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운아. 높은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모질게 목숨을 끊어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 분노를 일으켰던 이.

 

 정토원에 올랐다. 부엉이 바위. 봉하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정토원. 풍운아 노무현은 날마다 이곳에 오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 한때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로서 개혁정책을 시도했으나 수구세력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국민대중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도 했겠지. 2002년 대선 때 열렬한 지지자였던 나도 그를 버렸으니까. 사랑하는 이들이 부당하게 검찰로부터 시달리고, 내가 모르는 여러 가지 괴로운 일이 있었겠지 ... 그래도 자살은 잘못이다. ... 나의 결론.

 

 

 

 숙소에 4시 좀 넘어서 도착. 중3 수험생이자, 세상에 못마땅한 일이 많은 큰 아들 승재는 물이 싫다면서 숙소에 있겠다고 우겼다. 그것을 엄마와 아빠는 온갖 요사스러운 말로써 거의 억지로 데리고 나갔다. 16살짜리 저 녀석은 희한하게도 진짜 물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나 ... 해운대에 와서 바닷물 속에 들어가지 않다니 ... 세상에나 ... 40여년 살아온 길지 않은 경험이지만, 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더운 날씨였고, 바다에 가자며 먼 길을 달려온 우리였다. 그리고 푸른 바다가 출렁이며 눈앞에 있었고, 까마득히 모래알처럼 많은 남녀노소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바다를 즐기고 있는데 말이야. 좋아. 물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너의 선택이고 너의 선택은 너의 자유에 속한다.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어. 

 

 해운대의 출렁이는 파도는 바다에 몸을 맡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물은 차지 않았으나 , 바람이 좀 불어서 물 밖에서는 약간 추웠다. 바다를 즐기고. 8시쯤 민락회센터. 농어, 광어 두 마리 합쳐서 2,300 Gram. 40,000. 양이 좀 많았지만 작은 놈들이 없었다. 고소하고 싱싱한 회였다. 매운탕까지 배터지게 먹었다. 매운탕, 밥3개, 사이다 2개 26,000 . 저녁 먹는데 모두 66,000 소요.

 

 저녁을 먹고 달맞이길에 갔다. 해월정(海月亭). 바다와 달과 누각. 운치 있는 이름. 해운대, 광안대교, 광안리 바닷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인간문명의 화려한 조명과 구조물로 둘러 싸인 검은 저것은 바다인가. 검게 출렁이는 저것은 바다인가.

 

 숙소에는 11시쯤 들어온 것 같은데, 그 다음 일을 나는 모른다. 보조침대 옆의 바닥에서 불빛을 피해 잠들어 버렸으므로.

 

2009. 07. 31 (금) - 둘째 날

 

 7시쯤 일찌감치 해운대의 아침을 구경하러 숙소를 나섰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틈만 생기면 5 Km 달리기를 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샌달과 함께 조깅슈즈를 꼭 챙긴다. 해운대 바닷가 달리기는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니까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들고 속도가 떨어졌다. 해안선 한 바퀴 왕복. 30분 소요. 내 생각에 해운대 해안선은 2 Km 가 채 안된다. 해운대 모래밭을 달리고, 태평양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달리기로 더워진 몸을 태평양에 식히고.

 

 오늘 있을 가장 즐거운 일들을 나는 해치우고 왔지만 , 아이들과 아내는 아직 한밤중이었다. 그들을 깨워서 빵과 과일로 간단한 아침식사. 어디를 돌아다닐까를 잠시 의논하고. 10시쯤 호텔문을 나섰다. 해운대 지하철역. 자갈치 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미리 알아둔 "제일횟집"에서 점심으로 생선구이를 푸짐하게, 맛나게 먹었다. 자갈치 시장 맞은편에 있는 PIFF (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거리, 영국배우 제레미아이언즈의 손도장. 깡통시장, 국제시장. 딸아이 승민이 쪼리 하나 사고. 초딩 6학년에 어울리지 않는 야리야리한 부산 아가씨 스타일의 쪼리. 녀석은 마냥 신났다.

 

 다음 코스는 세계최대백화점이라는 부산 센텀백화점. 번화하는 부산과 해운대. 과연 화려하고 널찍널찍 했다. 1시간 정도 탈북자들처럼 백화점 이 곳 저 곳 구경. 서점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영화관 CGV 해운대에서 영화 "해운대" 를 봤다.

 

 

 설경구. 하지원. 한국형 재난영화. 해운대 영세상인들의 삶.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 오직 "자기의 삶"에만 집중하는 지질학자(박중훈)와 그 부인. 박중훈은 극중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신으로 여기는 우리 시대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공동체의 삶과 의리를 중요시하는 설경구. 억척스럽게 살아보겠다는 하지원. 그와 대립/갈등관계에 있는 설경구의 엄마.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작은 아버지. 설경구의 친구들. 등장인물들은 많지 않았지만 다양하고, 조화롭고 유머러스 했다. CG도 어색한지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나는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가끔 못알아 듣는 대사. 부산 사투리.

 

 저녁은 장어구이. 민락회센터 전날 갔던 집에서 장어를 55,000 에 사서 알려준 포장마차에 갔다. 소주 한 잔. 까이꺼, 운전할 일도 없고, 남아 있는 일일랑은 자는 거밖에 없는데 뭐. 불야성 해운대 바닷가를 산책하고 들어와서 그 다음의 일은 잘 기억 안남.

 

 

2009. 08. 01 (토) - 셋째 날

 

 토요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이 아닌 산책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Westin Chosun Hotel 옆의 동백섬. 꽃피는 동백섬의 환상적인 산책로. 멀리 대마도, 오륙도, 뻥뚫린 태평양, 삐죽삐죽 솟아난 바위섬들. 아찔한 절벽에 다가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인간이 감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음악이다. 이보다 더 멋있고, 웅장하고, 장엄하고,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소리가 또 있을까 ? 그런 음악을 들으며 달릴 수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이 행복감을 어찌 설명해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 태양과 바다와 파도소리와 달리기.

 

 동백섬은 APEC 정상회담을 하느라고 공원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나 혼자 달리면서 보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부산에서의 마지막 날 일정은 동백섬 산책으로 정했다. 승재는 덥고, 햇빛은 따갑고, 볼 것도 없다며 짜증. 승민이도 동조. 도대체 뭐가 멋있냐면서. APEC 정상들이 머물며 사진 찍던 그곳에서 사진 몇 방 찍고. 2002년에 구입하여 위태롭게 사용해오던 올림푸스 디카는 마침내 작동을 멈췄다. 동백섬 절벽 산책로를 따라 태평양을 바라보며 관람을 마쳤다. 절벽 산책로를 거닐며 들은 생각 - 여기 뛰어 내리는 사람 많이 나왔겠는데, ...

 

 
 1:00 쯤 동백섬을 떠나 제천의 청풍리조트에 7:00 쯤 도착했다. 본가의 누님들, 매형들 가족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서둘러 와야 했다. 청풍호수가에서 유쾌한 시간.

덧붙이는 글 |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것은 2009년 여름에 있었던 기억하고 싶은 일들에 관해서 -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나만의 사소한 기억에 관해서 이다. 잘 공감 안되는 부분도 있으리라. 전문적인 글쟁이라면 그런 것 다 고려해서 읽기 좋게 쓸 텐데, 그렇지 못하고 어렵게 표현된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라며 시작한다. 혹시 꼭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메일이나 전화를 하셔도 좋다.


태그:#여행기, #여름, #가족,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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