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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대부터 자연을 벗삼아 이곳저곳 산을 돌아다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북한산 야영장에 고정 텐트를 쳐놓고,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인수봉을 오르내리며 마음속에 간직하던 그 시절의 꿈.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날을 기다렸습니다. 인생 전쟁터에서 싸우다 보니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새삶의 터전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수도산 자락에서 그 꿈을 이루려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터를 마련하는데 실패 합니다.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세월이 흐릅니다.

"헨렌과 스코트 니어링의 삶"에 대한 책을 벗삼아 한동안 지내던 2005년 1월. 다시금 자연속의 삶에 대한 꿈이 꿈틀대기 시작하여 영월로 향합니다. 달려간 곳은 동강 입구로, 밭은 넓고 마음에 드나, 밭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좁고, 경사가 심하며 많은 부분이 유실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이나 겨울에는 이동이 쉽지 않음을 느끼며 다시한번 그 꿈을 잠시 접어 봅니다. 이 한 몸 누일 터 하나 찾는 게 참으로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그러던 2006년 3월. 뜻하지 않은 곳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을 발견합니다. 동네 어르신의 부탁으로 인터넷에 매물를 올렸다는 서울서 귀농한 이와 통화를 하고 아내와 함께 경북 봉화의 오지로 향합니다. 서울서 쏜살같이 달려 땅주인을 만나서 매물로 나온 밭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마을끝에서 500여 미터 내려가니 강에서 길이 끊어집니다. 그곳에서 잡목과 잡초를 헤치며 매물이 있는 곳에 힘겹게 도착하여 땅주인이 밭이라고 가르키는 곳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 할수밖에 없습니다.

잡목으로 가득한 내가 살아 가야할 곳
 잡목으로 가득한 내가 살아 가야할 곳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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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밭이 아니라 산이 되어 있는 상태. 30여 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던 곳이다 보니 나무가 빽빽한 산으로 변한 것이지요. 하지만 주변 경관은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곳은 길이 없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곳은 길이 없다.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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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로, 강물이 휘감아 도는 서북향에, 햇빛은 좋은데 바람이 조금 많을 듯한 곳으로, 강 건너엔 잘생긴 바위와 바람이 세서 그런지 학이 날개를 편듯한 소나무들이 바위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어떻게 집터를 만들까에 대한 고민에 망서려 집니다. 몇몇 사람이 이곳을 다녀 갔지만 악조건인 이곳을 가꾸려니 엄두가 나질않아 모두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길도,전기도,마실 물도 없는 곳! 하늘이 보이지 않게 커버린 나무만 가득한 이곳을 덮석 계약 해 버렸습니다. 30여 년이 넘게 마을 사람들 조차도 찾지 않고 잊혀진 곳. 먼 옛날부터, 발길이 끊기기 전까지는 강을 따라 분천역을 향해 많은 이들이 왕래했다던 이곳이 통행이 끊긴 지금은, 잡목과 잡초만이 무성할뿐, 인적하나 없는곳으로 변해 버린 거지요.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하면서도, 내손으로 지은 집에서 맘편히 한 번 살아 보는 게 소원인 제꿈을 위해 즐겁게 힘을 보태 줍니다. 사서 고생 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이제부터 저와 아내는 "헨렌과 스코트 니어링의 삶" 중에서 첫 번째인 오지에서의 집짓기를 저희손으로 시작할 준비를 합니다.

주말이 되면 서울과 봉화를 오가며 마을 분들과 친분을 쌓아 가기 시작합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 먼곳에서 살아 가려면, 이곳에 있는 순간은 마을의 일원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갇고, 또, 농사일이 바쁠때는 그일을 도와가며 마을 분들과 차차 격이 지내기 시작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난  2007년 3월 말경. 오지에서의 집짓기를 시작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집터를 만들기 시작할 연장과 점심을 준비하여 집터가 될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집터가 될 곳까지는 500여 미터를 이것들을 들고 가는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연장과 점심을 챙겨서 앞으로 집터가 될곳을 향한 첫 발걸음
 연장과 점심을 챙겨서 앞으로 집터가 될곳을 향한 첫 발걸음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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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터에 도착하여 왕래하기 편하도록 꽉 막힌 잡목들을 잘라 내기 시작합니다. 난생처음 엔진톱을 사용하려니 겁이 납니다. 그러나 금방 익숙해집니다. 처음이라 작은 나무부터 자르기 시작합니다.

난생처음 잡아보는 무서운 엔진톱
 난생처음 잡아보는 무서운 엔진톱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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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길을 내는 동안 아내는 집터 자리로 들어가서 손 톱으로 나무를 베기 시작합니다.
힘이 들어도 즐거운 시간입니다.

굵은 나무도 거뜬히 자르는 힘쎈 아내.
 굵은 나무도 거뜬히 자르는 힘쎈 아내.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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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니 꽉 막혔던 곳이 서서히 열립니다. 강 건너 풍경도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잘라진 나무들
 잘라진 나무들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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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이렇게 굵어 지도록 밭을 방치 했으니, 이것을 정리하여 다시 밭으로 만들려니 
휴~~~~

30여년 이상 밭을 점령하던 나무
 30여년 이상 밭을 점령하던 나무
ⓒ 고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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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 걱정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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