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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연의 일부인 땅을 너무도 사랑해요. 대지와 토지는 땅이 아니겠어요? 펄 벅과 박경리님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분들이십니다. 부동산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분들이잖아요? 이 분들은 아마도 저보담두 훨씬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근데 이분들한테는 상도 주고 존경도 하면서 왜 나만 가지고들 그러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저도 이번 기회에 책을 한 권 낼까 합니다. 제목도 정해뒀어요. 궁금하세요? (중략) 제목은 바로…<택지>입니다."

- 박구홍 '세상에서 펄벅과 박경리님을 가장 사랑하는 어느 귀부인의 경우' 중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땅 사랑'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현 정권의 장관 후보자 이야기를 비롯해 광우병 파동, 대운하 사업, 영어몰입 교육 등 현 정권의 위태로운 정책과 국면들이 22명의 작가들에 의해 '콩트'로 만들어졌다. 현 정권의 정책에 '뿔'난 작가들이 '뿔'난 민심을 담아 정치풍자 콩트집 <초중딩도 뿔났다>(화남 펴냄)를 펴낸 것이다.

 

작가들의 '정치풍자'라는 것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명의 작가들이 한 정권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 콩트집을 펴낸 것은 1988년 5공 정권의 비정통성과 폭력성을 질타한 작가들의 콩트집 <대통령 아저씨 그게 아니에요>(동광 펴냄)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소설가 박완서, 송영, 시인 김성동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됐던 <대통령...>을 기획한 바 있는 박선욱 시인이 이번 <초중딩도 뿔났다>를 함께 기획하고, 참여했다는 점이다. 박 시인은 "20년 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작가들이 술자리에서 콩트인지 실화인지 분간이 안 되는 정치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한 시인이 콩트집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20년 전에도 5공 정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술자리에서 풍자적으로 얘기됐었고, 그것은 한 시인이 콩트집을 제안해 박선욱 시인이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랬던 것이 20년이 지난 이후 똑같이 재현됐다는 것. 박 시인은 이번 콩트집에서 '달인'이라는 제목의 콩트로 삽질의 달인, 굴착의 달인으로 살아가는가는 '이메가' 각하의 이야기를 통해 현 정권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회장님이 소떼를 몰고 철조망을 넘어갔다 온 사건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자 그는 그 일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게 되었다.

 

'그래, 사나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큰일을 해야지. 회장님처럼 말이야.'

 

전설처럼 생을 마친 회장님의 뒤를 이어 마침내 그가 재벌회사의 회장 자리에 오르자, 그는 더욱더 많은 일들을 벌였다. 전국의 주요 도시와 마을과 길들이 그의 이름으로 뚫렸고, 그의 지시 한마디면 수백 개의 굴착기가 종일 산 하나를 무너뜨렸다.

- 박선욱 '달인' 중에서

 

그는 "책에 대한 기획을 마치고 작가들에게 원고 청탁이 들어갔는데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원고를 써서 일주일 만에 도착한 원고도 있었다"면서 "작가들이 현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불신의 공감대가 크다는 것을 느꼈고,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정부는 국민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민심을 거스르는 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번 콩트집은 아이들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여든 촛불집회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문학적 자의식과 관계 없이 국민의 마음으로 작가들이 모여 불을 밝히는 '촛불'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콩트집에 참여한 작가는 김성동 소설가를 비롯해 이남희, 공선옥, 한창훈, 임영태, 안재성, 윤동수, 김현영, 김곰치, 조헌용, 최용탁, 이시백, 김종성, 유영갑, 박숙희, 유응오, 김상영, 박구홍, 강기희, 유시연 소설가, 시인 박선욱, 정용국 등 총 22명이다.

 

작가들은 각각 영어 몰입교육, 대운하 및 건설정책, 대한민국 1% 부자 내각 인사들이 벌이는 불법·탈법적인 행태 및 우물 안 개구리식의 소아적 발상,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불리는 이명박 측근 인사들의 주특기인 땅 투기 및 주식투기, 쇠고기 전면 개방 등 첨예한 현 정권의 정책들에 대해 풍자적 글쓰기로 맞섰다.

 

"대통령이 말이야, 서민들은 라면 값 백 원 오르는 것도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지 않아. 이렇게 서민 생각해주는 대통령은 박통 다음으로 처음 보는 것 같애. 그러니 눈물이 다 나올려고 한다고."

"퍽이나 눈물 나오게 생겼소. 나는 이 놈의 다리가 아파 눈물이 나요."

 

설거니를 끝낸 마나님이 방바닥에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주무르며 하는 소리다.

 

"앵이이…… 저렇게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야 원."

"그래요, 나는 원래 정치에 관심 없었거등. 근데 어떻게 된 세상인지 나같이 정치에 관심 없던 여편네도 요새는 그놈의 정치 땜에 힘들어 죽겠소."

"그것이 뭔 말이여?"

"내가 누구 땜에 지금 이 늙은 나이에 부엌 찬모 노릇을 하고 있느냔 말이요."

"그거야 애들이 빨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내 말은 애들을 빨리 출근시키는 게 누구냔 말이냐고요."

"그거야 ……부지런한 대통령을 뽑아서리……."

- 공선옥 '영감님이 뿔났다' 중에서

 

한편 이번 콩트집에 날카로운 붓날로 함께한 이가 있다. 바로 <경향신문>의 김용민 화백. '촌철살인' 삽화로 현 정권의 무모한 정책에 대해 연일 날카로운 붓날을 세웠던 김용민 화백의 삽화는 22편의 콩트와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작가들의 콩트에 힘을 싣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초중딩도 뿔났다 - 정치풍자콩트

김성동 외 지음, 김용민 그림, 화남출판사(2008)


태그:#초중딩도 뿔났다, #박선욱, #콩트, #정치풍자,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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