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문화의 전면개방으로 새해 첫날부터 일본 가수의 초청공연이 있었고, 드라마가 상영됐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교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이번이 네 번째로, 중국과 우리나라가 그에 유감을 표시하며 대응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꿋꿋하게 이 행사를 치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뿐 아니라 일본은 '테러대책특별조처법'을 만들고 평화헌법 제9조에 위배되는 자위대법을 고치고 있어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본은 왜 이러한 행동을 계속해서 행하는 것일까. 잠잠해진 것 같으면 다시 우리나라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그들의 속내가 자못 두려워진다.

일본의 문학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본 책이 있다. 박현수의 <일본 그 섬세함의 뒷면>이다. 그는 일본의 섬세하고 정교한 문화를 분석해 그것이 국가주의를 근간으로 한 일본 정부의 군국주의적인 성향에 어떻게 조력하는지를 추적한다.

우선 저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인 다야마 가타이(田山花袋)의 <이불>을 통해 그 섬세함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남자친구가 있는 제자를 사랑하는 문학가의 이야기이다. 체험을 바탕으로, 남자의 내면의식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표출함으로써, 일본 근대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 이것이 일본문학의 계보를 잇는 사소설의 시작인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의 국가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천황과 신민에 대해 논의를 전개한다. 천황이라는 존재는 근대로 접어들던 일본에게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신화를 교묘히 활용하여 천황을 신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그 밑의 사람들은 모두 ‘신민’으로 그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게 만든 것이다.

서구와 달리 국민을 하나로 묶을 중심 사상이 부재했고, 페리 함대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 체결되는 그 당시 상황은 위기감에 쌓인 일본을 하나로 통합하는 계기를 마련케 한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국체다

“국체(만세일계의 천황이 군림하여 통치권을 총람하는 국가체제)론을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와 민족이 지닌 우월성의 근거를 천황에서 구함으로써 천황 통치의 정당성은 일본의 국가주의의 징조로 나타났고, 국가주의의 주장은 천황 통치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에 맞물려 들어갔다.”

이러한 국체를 통해, 서구에 당한 모멸감을 천황을 등장시켜 만회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국가주의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근대국가의 이념이 천황 신화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규정되는 한, 일본의 자기 정체성의 정립 역시 천황 신화에 결부되는 부정적 타자의 설정과 표리일체를 이룰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임나일본부설과 같은 논리의 대두는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에 대한 정당한 대응은 논리적 바탕, 즉 부정적 타자의 설정을 통한 일본의 근대화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허위성을 제대로 짚어내는 일일 것이다.”


부정적 타자였던 우리나라는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희생된 첫 제물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졌음에도 일본의 문화계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다. 다만 점점 사적인 경험에 충실한 문학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사소설로의 귀결을 통해 소설의 세계는 개인의 내면으로 수축되고, 그것마저도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그려야 한다는 데서 생활을 위해 문학을 희생하거나 문학을 의해 생활을 조작해야 하는 이율배반에 직면했을 때, 소설이 나아갈 수 있는 곳이 어디였을까? 오직 형식이나 섬세함만이 남을 뿐이다. …섬세함을 배태한 현실의 소거는 무관심과 연결되고, 그 무관심의 한편에서는 그들의 국가주의가 소리 없는 팽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설’이라는 자신들만의 문화조류를 만들게 됨으로써,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은 획득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드러내는데 충실한 나머지 등잔 밑은 보지 못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현실에 대한 외면을 강제해 일본의 국가주의적 팽창을 순조롭게 했던 것이다.

지금도 일본 문학은 자국 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의 소설은 작지만 정교하고 풍부한 정서를 함양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문학 사조로 말미암아 현실이 외면되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일본의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군국주의적인 행동은 그것을 제어하는 기반이 없기 때문에 반복되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행태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 해결에 대한 답을 고민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일본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박현수/책세상/2001


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박현수 지음, 책세상(2001)

이 책의 다른 기사

양면성의 일본이 섬세하다고?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