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7 10:57최종 업데이트 23.06.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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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경향신문>,<뉴스타파>와 함께 ‘2022 국회의원 정치자금'을 분석했습니다. 2022년 국회의원 전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는 총 1만 9890매, 약 12만건으로, 방대한 자료의 조사를 위해 3사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보고서를 모두 엑셀프로그램에 입력해 분석을 진행했으며, 엑셀파일과 보고서 원본 전체는 오마이뉴스 ‘국회의원 정치자금’ 특별페이지(https://omn.kr/187rv), 깃허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 뉴스타파 데이터포털(https://data.newstapa.or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사진은 6월 14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해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연합뉴스

4381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보좌직원에게 준 퇴직금이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2년도 국회의원 정치자금 내역에 따르면, 조태용 실장은 2022년 6월 16일, '퇴직에 따른 직원 격려금' 명목으로 정치자금에서 4008원을 지출했다. 이어 20일에는 373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보좌진 퇴직금으로 총 4381원을 정치자금에서 지급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으로 개별 보좌진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합법적인 사용이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회통념상 그 노고를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가능하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비가 아닌 정치자금으로 수백만 원씩 퇴직금을 지급하는 현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대숲 저격글' 1주일 뒤, 곽상도는 직원에게 500만 원씩 줬다).

'너무 많이' 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적게' 주는 게 정답일 수는 없다. 조태용 실장은 왜 보좌진 퇴직금으로 4381원밖에 주지 않았을까?

정치자금 잔액 '0원' 맞추려고 '1원' 단위까지 터는 의원들

날짜를 보면 조태용 실장의 퇴직금 지급 목적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소속 비례대표였던 조태용 실장은 2022년 5월 17일에 주미대사로 임명됐다. 주미대사직을 수행하기 위해 그해 6월 9일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이로써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당에서 나올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 후원회도 자동으로 해산되고, 정치자금 역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정치자금법 제21조는 "후원회 지정권자가 중앙당 또는 당원인 경우 해산 당시의 소속 정당에 인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후원회 지정권자가 당원이 아닌 경우와 정당이 해산, 그 밖의 사유로 소멸한 경우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등록된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인계한다"라고 명시했다.

즉,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잃게 됐을 때 해당 의원이 정당에 소속되어 있으면 남은 정치자금은 해당 정당으로 귀속되고, 무소속일 경우에는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시설로 기부되는 것이다. 조태용 실장의 경우 탈당 직전인 5월 25일에 당비로 50만 원을 납부한 이후, 무소속으로 의원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4381원은 5월 말에 후원회로부터 입금된 금액에서 의전 차량 렌트비를 납부하고 남은 잔액을 0원으로 맞추기 위해 사용된 액수였다. 이처럼 의원직에서 내려올 때 잔여 재산을 정리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의원들의 '마지막'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보면, 잔액을 0으로 맞추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보좌직원 퇴직금은 '겸사겸사' 흔히 쓰는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1원 단위까지 맞춰서 퇴직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2021년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금배지를 뗀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의 경우, 2021년 3월 31일 자로 4명의 보좌직원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했다. 3명의 보좌진에게는 300만 원씩 줬지만, 나머지 1명에게는 194만 706원을 줬다.

경기도지사 후보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던진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역시 마지막 정치자금 사용내역은 2022년 5월 13일 '지역사무실 사무직원 퇴직금' 명목의 80만 원이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역시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서는 과정에서 그해 5월 9일, 8명의 보좌진에게 각 100만 원씩 퇴직금을 지급했다.

강원도지사에 도전했던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역시 5월 2일 자로 100만 원의 퇴직금을 8명의 보좌진에게 각각 지급했다. 이후 잔여 재산 546만 4092원을 더불어민주당에 인계했다.

윤희숙, 국힘에 1억 4000만 원 넘겨... 이낙연은 셀프 인수인계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9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본인의 사직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광재 사무총장처럼 소속 정당에 잔여 정치자금을 인계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22년 5월 17일 '지정권자의 잔여재산 인계인수'라며 국민의힘에 4175만 1541원을 지급했다. 이날은 그가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한 날이기도 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장관직과 의원직을 겸임하는 사례가 꽤 있지만, 전국구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장관에 임명될 때 관례적으로 의원직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이 장관은 그 다음날(18일) 해당 금액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다. 의정용으로 렌트한 차량을 중도 해지하면서 위약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처 정산하지 못한 1231만 8570원을 납부한 그는, 남은 2943만 2971원을 다시 국민의힘으로 넘겼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자진 사퇴를 선택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2021년 9월 17일 자로 당에 1억 4377만 2847원을 인계했다. 거액의 잔여재산을 '털지' 않고 소속 정당에 인계한 사례는 윤 의원이 유일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동료 의원들의 후원회에 돈을 지급했다. 이종배 의원에게 200만 원, 권성동 의원에게 150만 원, 추경호 의원에게 120만 원, 강민국·박대출·윤영석 의원에게는 각 100만 원씩 기부한 것. 총 780만 원을 나누어 주고 남은 62만 9422원은 국민의힘 경남도당으로 인계했다.

정당이 아니라 자신에게 인계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레이스에 나섰던 이낙연 전 민주당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며 남은 746만 6039원을 '대통령예비후보자 이낙연 후원회'로 지급했다. 국회의원 후원회에서 대통령예비후보자 후원회로 잔여 자산을 넘긴 것.

정치자금법은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이 대통령후보자 등 후원회·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후원회나 당대표경선후보자등후원회를 둔 경우"에 한해 "잔여재산은 해산되지 아니한 후원회에 그 후원회의 연간 모금·기부한도액 범위 안에서 후원금으로 기부할 수 있다"라고 허용하고 있다.

곽상도, 대구 사랑의열매에 6700만 원 주고 떠나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 사진은 2023년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 이희훈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무소속 의원의 경우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를 이행한 사례는 21대 국회에서 딱 1건 있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의 중심에 서며 의원직 사퇴 압박을 받아온 그는 2021년 11월 22일, 사회복지법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7209만 9136원을 입금한다.

대구 '사랑의열매'에 남은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인데, 곽 전 의원의 사랑의열매 기부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곽 전 의원은 2019년 8월 자서전 판매대금 1000만 원을 성금으로 냈고, 2020년 3월에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 2000만 원을 기탁했다. 2021년도 1월에도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해달라"라며 이웃사랑 성금 2000만 원을 또 기부했다. 이전부터 연을 맺어 온 법정 모금·배분기관에 마지막까지 기부를 한 셈이다.

다만, 미정산한 내역이 남아 있었던 탓에 기부한 바로 그날 해당 금액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다. 이후 11월 23일 자로 정산 후 남은 6699만 4086원을 다시 인계한다. 11월 24일, 오출금됐던 사무실 유지비용 10만 5050원이 반환되자, 이 금액 역시 그대로 대구 사랑의열매에 인계한다.

<오마이뉴스>는 대구 사랑의열매에 곽상도 전 의원으로부터 6700여 만 원을 기부받은 과정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사랑의열매 측은 "곽상도 전 의원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후원자의 후원 내역 등에 관한 내용은 개인정보이기에 상세히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라면서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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