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15 11:32최종 업데이트 23.06.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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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부산 중구영도구). 사진은 2020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모습. ⓒ 남소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부산 중구·영도구)이 서울에 본인의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하면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부산 중구·영도구가 지역구인 황보승희 의원은 의정활동을 위해 서울 신촌 그랑자이 아파트를 임차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는 정씨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황보 의원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정씨의 해명과 다른 점들이 나왔다. 일부 사실 관계는 현행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강하다.

월세 50만원 지출? 실제로는 월 150만 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국회 진출을 도운 후원자로서 황보 의원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서 자녀 학업을 위해 임차한 곳을 사용하도록 했다"라며 "황보 의원이 사용료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제공 시점은 2020년 3월부터였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황보 의원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에 따르면, 황보 의원은 2020년도에 숙소 임차료 명목의 지출도 없었고, 재산신고 내역에서의 보증금도 없었다. 대신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월 80만 원(총 400만 원),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월 150만 원(총 1650만 원)을 지출했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황보 의원은 2021년 신촌 그랑자이 보증금 1000만 원을 그의 자산으로 신고했다. 보증금은 정씨의 주장과 일치하지만, 월세 부분은 맞지 않는다.

월세 이체 내역도 특이하다. 정씨는 본인의 자녀가 임차한 물건을 황보 의원에게 다시 빌려줬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전전대'이다. 임대인의 허락 없이 '전전대'를 하는 건 적발 시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또한, 전전대의 경우 해당 물건의 본래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납부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황보 의원은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는 안아무개씨에게,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는 김아무개씨에게 납부했다.

정씨 측에 제공한 숙소→원룸→다른 방, 신촌 그랑자이에서만 3번 옮겼나

<오마이뉴스>가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황보 의원은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신촌 그랑자이 내 원룸을 임차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은 당시 신촌 그랑자이 원룸 시세와 비슷한 가격"이라는 게 해당 관계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재산신고 내역 상 물건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재산 신고 내역에는 59.98㎡ 중 29.98㎡를 임차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59㎡ B타입(공급면적: 82.28㎡, 전용면적: 59.98㎡)인데, 그 중 절반만 임차한 것이다.
 

84㎡ C형 신촌 그랑자이 84㎡ C형의 평면도. 전체 전용면적 84.99㎡의 구조로, 이 중 원룸을 부분임대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 GS건설

 
신촌 그랑자이 내 원룸은 84㎡ C타입(공급면적: 114.4㎡, 전용면적: 84.99㎡) 물건의 일부를 분리해 임차하는 형태이다. 별도의 출입문이 있는 투룸과 원룸으로 쪼개서 분리형 세대를 구성하도록 한 것인데, 59B형은 아예 형태가 다르다. 하나의 현관을 가진 일반적인 집의 절반만 빌린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세대 분리를 통해 한 호수에 두 세대의 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식으로 분리해서 임차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황보 의원은 2020년 3월부터 정씨 측이 제공한 아파트를 숙소로 사용했다. 이때는 정치자금을 지출하지 않았다. 정씨 측 해명대로 정씨 자녀가 임차한 물건에 다시 세 들어 살았다면 민법 위반 소지가 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라는 가격 역시, 시세보다 싸게 거주하며 '특혜' 시비가 생긴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같은 신촌 그랑자이 내 원룸으로 옮겼고, 정치자금으로 월세를 납부했다. 그런데 몇 달 사용하지 않고, 다시 신촌 그랑자이 내 59형 물건의 절반만 사용하겠다며 이사했다. 독립적인 공간 사용이 가능했던 비슷한 넓이의 방에서, 굳이 다른 세대와 같이 살겠다고 들어간 셈이다. 2021년 7월~2022년 5월까지 거주한 이곳에서 그는 매월 150만 원을 지출했다. 보증금 1000만 원도 재산신고 내역을 통해 확인된다.
 

59㎡ B형 신촌 그랑자이 59㎡ B형의 평면도. 전용면적 59.98㎡의 지어졌으며, 부분 임대가 아닌 일반적인 구조의 아파트이다. 그러나 '2022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황보승희 의원은 이 중 절반인 29.98㎡의 지분면적에 대해서만 전세(임차)권을 설정했다. 보증금은 1000만 원이었다. ⓒ GS건설

 
이곳이 정씨 측이 제공했던 숙소와 동일한 숙소인지, 아니면 다른 숙소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황상 정씨가 제공한 숙소로 되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정씨 자녀가 임차했던 숙소에 자녀 세대와 별도의 세대를 구성해 전입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질적으로는 이들과 같이 생활한 셈인데, 사실상 공용공간을 제3자와 함께 사용했다는 점, 앞서 정씨가 '50만 원을 냈다'는 설명과 맞지 않는 점이 문제다.

아예 새로운 방을 잡은 것이라면, 같은 단지에서만 3곳의 숙소를 옮겨가며 사용한 셈인데 이 역시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 매물을 소개하는 부동산 블로그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당시 신촌 그랑자이 59형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0만 원 수준이었다.

또, 황보 의원은 2022년 7월부터는 서울 당산역 주변에 새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했다. 1년 만에 숙소를 또 옮긴 것. 2023년에 신고된 그의 재산신고 내역에는 신촌 그랑자이 대신 이 숙소의 보증금 3000만 원이 잡혀 있다. 월세는 장아무개씨에게 110만 원씩 지출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14일 기준 등록된 매물을 살펴보면, 신촌 그랑자이 84형의 원룸 쪽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70만 원, 넓은 쪽은 4억에 100만 원 이상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59형의 경우 매물 전세가는 7억5000만~8억 원 정도였다. 당산역 주변 숙소의 경우 전용면적 25.03㎡의 풀옵션 원룸이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00만 원 매물이 나와 있다.

의정활동용 숙소에 타인과 함께? "의원 본인만 사용해야, 아니면 법위반 소지"

정치자금법상 '의정 활동용 숙소'를 임차해 임차료를 지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회계 실무 책자를 통해 "주된 의정활동 지역이 실제 생활 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아파트를 임차하고 그 임차료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실제로 여러 의원이 의정활동용 숙소를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혹은 본인 지역구에 마련한다. 그리고 월세나 관리비뿐 아니라 계약금이나 보증금 심지어 보증금 대출 이자까지도 정치자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의원 개인이 사용하는 용도여야지, 제3자와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자금법은 제2조 제3항에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하여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의 임차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가계의 지원·보조' 즉, "사적 경비"에 해당한다. 이는 예전부터 몇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런데 황보승희 의원이 신촌 그랑자이에서 가족과 함께 혹은 정씨와 같이 생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정활동용 숙소 명목으로 보증금과 임차료를 지출하는 것은 가능하고, 따로 숙소의 종류나 넓이, 적정 비용에 대한 기준은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의정활동용이라는 목적성에 맞게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본인만 사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을 포함한 제3자가 함께 거주한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차원에서 사전 안내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59형의 절반만 임차해서 사용한 경우 "당시 시세에 맞게 정확히 절반만 지불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상의 문제 소지는 적다"라면서도 "공적 자금인 정치자금을 사용해 의원 혹은 제3자가 사적 이득을 취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보승희 의원실 측은 "황보 의원의 딸들은 모두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라면서 가족과의 동거설은 부인했다. 하지만 "의원은 지방에서 올라온 후배와 잠시 같이 지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후배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함께 지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만약, 정치자금을 사용한 2021년 1월 이후로 제3자와 같이 숙소를 사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크다.

<오마이뉴스>는 황보승희 의원에게도 직접 관련 의혹들을 질문했으나, 의원은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이고 경찰에 충분히 소명했다"라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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