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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1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수도권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시가 지난 7월 경전철 민자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후 공청회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의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경전철 민자사업을 추진했던 지자체들은 시 재정악화와 혈세낭비로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용인경전철은 주민들이 1조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부산-김해 경전철은 부산시와 김해시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분담액 비율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른 경전철 사업 또한 재정낭비 등의 문제를 수습하느라 바쁘다.

지자체 경전철 민자사업의 교훈

2013년 4월 29일 첫 상업운행에 들어간 경기도 용인경전철 모습.
▲ 텅빈 용인경전철 2013년 4월 29일 첫 상업운행에 들어간 경기도 용인경전철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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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의 경우 최초 수요예측은 교통개발연구원에서 진행했지만, 수요예측이 과대측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용인시는 경기개발연구원과 '용인경전철 활성화방안 수립' 용역계약을 다시 체결했고,  이후  2008년 3월 24일부터 2011년 1월 25일 사이에 용인경전철 이용 수요를 다시 측정했다. 그러나 재검토된 수요예측 또한 실측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인해 용인시가 30년간 용인경전철㈜에 보전해줘야 할 돈은 최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절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잘못된 수요예측과 실시협약으로 여전히 막대한 재정낭비가 예상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 역시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통 후 실측치는 하루 1만 1258명에 불과했다. 이는 당초 최초 예측수요의 14% 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최초 수요예측에 문제가 발생하자 의정부시는 다시 경기개발연구원에 수요 재예측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경기개발연구원은 1억9000여만원을 들여 아주대 산학협력단에 의정부 경전철 재수요예측 연구용역을 줬다. 하지만 재예측 결과 역시 1일 평균 이용인원이 통합환승할인제 시행시 6만4500여명, 할인제 미실시 시 5만6700여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용객의 5분의 1수준으로, 용역비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50%라는 보장하한률 때문에 의정부시는 의정부경전철㈜에 MRG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의정부경전철㈜가 파산할 경우 이를 의정부시에서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의정부경전철㈜는 개통 이후 매월 20억원 정도의 운영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의 수요 예측치.
 의정부 경전철의 수요 예측치.
ⓒ 권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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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경전철은 지난 11월 5일 15번째의 고장을 일으키면서 운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그간 주요 고장원인은 폭설로 인한 전원공급장치 오류, 통신장비 신호 오류, 비상제동장치 작동 등으로 시스템 장애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시스템 장애에 대해 의정부경전철을 제작한 독일 지멘스사는 "기술적 결함은 없으며, 운행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불과하다"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의정부경전철㈜는 "시스템 장애가 기술적 결함 때문이라는 검토 결과가 나오면 지멘스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독일 지멘스 시스템을 가져오면서 한국적 상황에 맞게 검토하는 작업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러한 경전철의 잦은 고장은 의정부경전철의 이용률을 더욱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역에 붙은 의정부경전철 운행 중단 안내문. 이날 오전 5시 30분 의정부경전철은 신호 이상을 발견하고 복구 작업을 벌였다.
▲ 의정부경전철 운행 중단 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역에 붙은 의정부경전철 운행 중단 안내문. 이날 오전 5시 30분 의정부경전철은 신호 이상을 발견하고 복구 작업을 벌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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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민자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는 시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민간투자사업 조례제정을 통해 이에 대한 감시를 할 수 있다. 민간투자사업 기본조례가 있는 자치단체의 경우 의회 동의를 위해 기본계획, 타당성 조사결과, 실시협약 주요 내용 등 중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기본조례가 있다면 이를 토대로 의회에서 감시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용인시의 경우 관련 조례가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감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의정부시 또한 포괄적 규정을 다룬 기본조례는 없고,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 운영조례만 있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었다. 민자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공사가 진행되면 견제가 힘들어져, 공사 이전에 감시와 검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의 경전철 민자사업 추진계획, 과연 적절한가


서울시는 경실련이 보낸 공개질의서 답변에서 "경전철 요금을 기존 지하철요금과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9개노선에 연간 300억원- 500억원의 기본요금차액보장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간 최대 500억원 가량을 세금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보존해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힌다. 더 나아가 기본요금차액보장을 최대 30년으로 설정할 경우 약 1조5천억원을 민간사업자에게 보장해줘야 한다. 1조 5천억원은 2012년 1월의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물가상승 등을 반영한 경상가격으로  환산시 2조3천억원 정도가 된다.  서울시 경전철은 총사업비 8조 5533억원에 기본요금차액보장액 1조5천억원을 더할 경우 10조원이 넘는 사업이 되는 셈이다.

서울 민자 9개 노선 보장 추정액. (재예측수요 기준, 운영초기년도 2020년 경상가, 요금수준은 2012년 1월 기준 불변가격. 9호선 4단계 연장은 재정사업으로 제외)
 서울 민자 9개 노선 보장 추정액. (재예측수요 기준, 운영초기년도 2020년 경상가, 요금수준은 2012년 1월 기준 불변가격. 9호선 4단계 연장은 재정사업으로 제외)
ⓒ 권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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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울시는 경전철을 추진하면서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기본요금(신림선 1342원, 동북선 1190원, 면목선은 1470원 등) 가격에 대한 적정성 검토도 하지 않았다. 민간사업자는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높은 요금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적정성 검토가 없었다는 것은 재정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기본요금은 시민의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에 주무관청에서 그 적정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하나 서울시 경전철의 경제타당성 분석도 논란거리다. 해당 분석은 서울연구원에서 수행했다. 서울시는 경전철의 경제적타당성 분석을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제18조에 의거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제4차개정)'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부(-)의 편익(손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을 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 사용되는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지침 중 '도로철도부문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표준지침 5판' 편익산정 항목은 공사 중 교통혼잡으로 인한 부(-)의 편익, 철도부문 사업으로 인한 도로공간 축소에 따른 부(-)의 편익을 사업특수 편익으로 산정하고 있다. 서울시 경전철 민자사업은 지하로 건설하지만 개착구간 공사 등에서 공사중 교통혼잡으로 인한 부(-)의 편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KDI는 서울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과 지하철 3호선 연장사업에서 이 편익을 산정한 바 있다. 이는 서울시 경전철 경제타당성 분석에 KDI 지침을 적용할 경우 경제적 편익이 1미만으로 나올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수조원 투입되는 대형국책사업은 경제적 편익을 반드시 따져봐야 하며, 경제적 편익을 따질 때는 최대한 모든 리스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국토부 지침을 핑계로 경제적타당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경전철 운행에 따른 버스감차에 대한 재정 계획을 정밀하게 수립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2004년 7월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50조 및 '서울시 여객운수사업의 재정지원 및 한정면허등에관한조례'에 의거 버스운송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지원한 금액은 총 1조1969억원으로 연평균 2393억원이 지원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7500대가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 시내버스를 경전철 운행에 따라 1500대 정도 감차할 경우, 버스감차에 따른 운영비 절감으로 재정지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 고정 이용층이 있고, 감차할 경우 버스사업자와 노동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시 계획대로 쉽게 감차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경전철이 도입되면, 버스사업자의 수익은 악화돼 재정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버스 감차에 자신 있다면, 버스사업자와 노동자들과 협의한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고, 경전철 도입을 위한 주민설명회 시 주민들에게 버스감차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해외 경전철 민자사업의 성공사례로 영국의 도크랜드(DLR, Docklands Light Railway) 경전철 등을 들고 있다. 도크랜드 경전철 시스템의 경우 1량당 좌석수 84개로 최대혼잡시 260명까지 승차할 수 있다. 또한 도크랜드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유리창을 설치했으며, 승하차 편의를 위해 양방향 출입문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서울시 경전철의 경우 대부분 1량당 좌석 13개, 정원 53명, 혼잡시 73명 정도의 수용을 예상하고 있으며, 경관 고려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도크랜드 경전철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해외 경전철사업 역시 수요예측 부실로 실패한 사례가 있다. 영국의 미드랜드 경전철과 크로이돈 경전철의 경우 예측치와 실측치의 오차가 각각 38%와 24%가 발생해 영국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9개 노선, 총 85.41km의 경전철 건설 계획을 담은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9개 노선, 총 85.41km의 경전철 건설 계획을 담은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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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전철 민자사업이 민간자본까지 끌어들여 일시에 추진할 시급한 사업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군다나 서울시는 현재 부채가 25조원 이상으로 재정상황 역시 좋지 않다.대형국책사업은 과거 4대강사업과 같이 빠른 시일 안에 한꺼번에 추진될 경우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면밀한 재정 계획이 먼저 선행돼야 하고, 사업에 대한 사후평가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시가 건설 중인 우이-신설 경전철의 경우도 지금 공기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경전철 민자사업은 '서울시 민간투자사업 기본조례'제7조(민간투자사업의 의회 동의)에 따라 대상사업지정 전에 시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과거 실패한 용인경전철, 의정부경전철 등의 경우 시의회에서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역시 경전철 민자사업에 대해 일부만 반대 의견을 피력할 뿐,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회에서 재정낭비 요소, 사업의 타당성 등 추진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9개 노선 경전철 민자사업 중 신림선, 동북선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었으며, 면목선은 제3자 제안공고가 난 상황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먼저 추진된 사업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건설 중인 우이-신설 경전철의 원하도급내역서 등도 공개해야 한다. 

현재 민자사업은 무수히 많은 재정낭비 사례가 있었음에도 개선 사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민자사업제도의 근간이 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아래 민간투자법)' 특혜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민자사업 활성화만을 외치고 있다. 민간투자법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만 폐지하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민간투자법은 투자위험분담제도, 기본요금차액보장방식, 비용보전 방식 등 여전히 다른 이름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전해 주고 있다. 적든 크든 간에 시민의 혈세로 민간사업자의 리스크를 메워주는 특혜와 반칙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시급히 경전철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과 함께 좀 더 나은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장입니다.



태그:#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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