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 직전 팔레스타인(붉은 유니폼)과 이란(흰 유니폼) 선수들이 중앙원 어깨동무를 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킥 오프 직전 팔레스타인(붉은 유니폼)과 이란(흰 유니폼) 선수들이 중앙원 어깨동무를 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 AFC 아시안컵 X 계정

 
양보할 수 없는 초록 그라운드 위에 전쟁을 멈춰달라는 간절하면서도 슬픈 어깨동무 의식이 이어졌다. 아시안컵 본선 통산 세 번째 도전에 나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이번 대회 준비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은 물론 가자 지구에 가족이 버티고 있는 선수들도 여럿 있어서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이란과의 첫 게임에서 완패하기는 했지만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은 2만 7691명이 찾아온 스타디움을 넘어 널리 퍼져나갔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란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2시 30분 카타르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C조 첫 게임에서 팔레스타인을 4-1로 이기며 또 하나의 우승 후보임을 입증했다.

안사리파드, 아즈문 두 골잡이 주목

개최국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은 일본, 64년 만에 우승 도전을 선언한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이란의 공격력은 역시 최고 수준이라 자랑할 만했다. 전반전에는 카림 안사리파드가 원 톱 역할을 맡았고 후반전에는 그를 대신하여 들어온 사르다르 아즈문이 우리 축구팬에게도 익숙한 그 명성을 입증한 것이다.

게임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이란의 첫 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얼리 크로스로 만든 결정적인 기회를 이란 특유의 묵직한 공격력으로 확실하게 처리한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사만 고도스의 폭넓은 움직임에 이은 노련한 어시스트 패스가 일품이었다. 고도스가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로 내준 공을 전반 골잡이 카림 안사리파드가 측면에서 달려들며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그로부터 10분 뒤에는 프리킥 세트피스 작품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 프리킥을 플레이 메이커 사만 고도스가 오른발로 기막히게 감아올렸고 반대쪽에서 달려온 센터백 쇼자 칼릴자데가 미끄러지며 오른발 하프발리 슛으로 넣었다. 바로 앞 높은 공 싸움에 시선이 쏠린 것은 팔레스타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38분에 이어진 이란의 쐐기골도 상대 페널티 구역 안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터뜨린 것이어서 이란의 위력적인 공격 패턴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반원까지 공을 몰고 들어와 왼발로 밀어준 공을 향해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메흐디 가예디가 낮게 깔리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굴려 넣은 것이다. 세 골 모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골이어서 이란이 이번 대회 어느 정도의 공격력을 준비했는가를 상징하는 듯했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이 포기하지는 않았다. 전반전 추가 시간이 길게 이어졌고 6분이 다 되어 귀중한 만회골을 프리킥 세트피스 세컨드 볼로 만들어냈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이란 미드필더 에자톨라히가 머리로 걷어내려는 공이 뒤로 넘어온 것을 미드필더 타메르 세얌이 헤더로 넣었다. 

마크람 다부브 팔레스타인 감독은 후반전 시작하면서 수비 라인에 두 선수(모하메드 칼릴, 모하메드 살레)를 바꿔 들여보냈지만 역시 후반전 시작하면서 들어온 이란의 실질적인 에이스 사르다르 아즈문을 막지 못해 쐐기골을 내주고 말았다. 

55분, 오른쪽 끝줄까지 파고 들어온 이란의 컷 백 크로스를 팔레스타인 골키퍼 라미 하마데가 막아보려고 했지만 바로 앞에 공이 떨어졌고, 이란 교체 선수 사르다르 아즈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발 인사이드 킥을 밀집 수비수 틈으로 차 넣었다.

팔레스타인은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교체 선수 알라 알라딘 하산의 날카로운 중거리슛이 골문 구석으로 날아들었지만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는 바람에 더이상 따라붙지 못했다.

이제 팔레스타인은 오는 19일(금) 오전 2시 30분 알 와크라에 있는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아랍에미리트와 두 번째 게임을 뛰게 되며 이란은 그 다음 날인 20일(토) 오전 2시 30분 도하에 있는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홍콩과 만난다.

2023 AFC 아시안컵 C조 결과
(1월 15일 오전 2시 30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 알 라얀)

이란 4-1 팔레스타인 [골-도움 기록 : 카림 안사리파드(2분,도움-사만 고도스), 쇼자 칼릴자데(12분,도움-사만 고도스), 메흐디 가예디(38분,도움-알리레자 자한바크시), 사르다르 아즈문(55분) / 타메르 세얌(45+6분)]

이란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카림 안사리파드(46분↔사르다르 아즈문)
AMF : 메흐디 가예디(46분↔모하마드 모헤비), 타레미, 알리레자 자한바크시
DMF : 사만 고도스(90분↔오미드 에브라히미), 에자톨라히
DF : 하지사피, 쇼자 칼릴자데(44분↔마지드 호세이니), 카나니, 사데그 모하라미(81분↔라민 레자에이안)
GK : 베이란반드

팔레스타인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시하브 쿰보르(65분↔오데이 다바그), 제이드 쿤바르(65분↔알라 알라딘 하산)
MF : 마흐무드 아부 와르다, 모하메드 라시드, 오데이 카루브, 타메르 세얌(84분↔자메르 주바이다)
DF : 카밀로 살다냐(46분↔모하메드 칼릴), 야세르 하메드(46분↔모하메드 살레), 미첼 테르마니니, 무사브 알 바탓
GK : 라미 하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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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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