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의 한 장면. ⓒ SBS

 
"(....) 자칫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아티스트라는 점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아무리 많은 자본을 투자한 제작자라도 재능 없는 아이를 세계가 열광하는 K팝 스타로 만들 순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신뢰할 수 있는 제작자를 선택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에둘러 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 진행자 김상중의 마지막 멘트에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피프티 피프티'편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과 가족들은 소속사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 대신 음반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를 더 신뢰한다는 것.
 
최대한 객관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담으려 했다는 '그알'은 멤버 개인의 가족들 인터뷰를 공개함으로써 멤버들의 의사를 대신 전달했다. 멤버들이 제작진에게 전했다는 편지도 공개했다. 멤버들은 "저희 진심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면서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멤버들은 이 시간과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기에 누구보다 더 간절합니다.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루머들로 지치고 힘든 게 사실이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꿋꿋이 버텨 내리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귀한 순간들을 망친 것은 누구일까.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루머들을 생산한다고 표현한 소속사 측이나 언론과 대중일까. 지난 6월 데뷔 1년도 안 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불투명한 정산', '신체적 정신적 건강 관리 소홀', '실력 갖춘 음반 제작자의 부재' 등의 이유를 앞세워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전에 나선 건 다름 아닌 멤버들 본인들이었다.
 
"방송 너무 열받는다. 마지막 편지 뭐냐. 사장님 여론이 왜 언플이냐(...). 인기라는 건 권불십년이다. 평생 직업이 아니라는 거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어린 나이에 갑자기 뜨면 그럴 거다. '나는 다르고 나는 다를 거다'라고.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도 결국 거의 패가망신한다(...).
 
진짜 노래를 하고 싶으면 노래를 하시라. 우리는 진짜 노래를 하고 싶었지만 인기가 없어서 못했다.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고 그 속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르는 것, 아 너무 화난다."

 
반면 피프티 피프티의 선배 아이돌은 의견이 다른 것 같았다. 어트랙트의 더러쉬 출신 멤버 김민희가 '그알' 방송 직후 본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쓴 글 중 일부다. 이른바 '피프티 피프티 사태 이후 쏟아진 멤버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과 궤를 같이 하는 글이었다. 사태를 바라 보는 제작진의 시각이 어땠길래 이 선배 연예인은 화를 내고 있었던 걸까.
 
엄청난 해외 수익, 견물생심의 결과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의 한 장면. ⓒ SBS

 
"미국 S사의 경우에 스트리밍 횟수가 <큐피드 트윈>(영어 버전)이 5억 3천5백만 회에요. 비교가 안 돼요. 터무니없죠. 이게 인구의 차이거든요. 한국어 버전 경우는 1억 5천만 회입니다. 계산을 해보면 소속사 같은 경우에는 약 19억에서 22억 사이를 벌었다고 추산이 됩니다. 더 기버스가 8천에서 1억 사이를 벌었다고 생각되고요. 프로듀서 안 씨가 5억에서 6억 정도를 벌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알'의 의뢰를 받은 홍익대 경영학과 홍기훈 교수의 추산이다. 그래서 총수익은 얼마나 될까. '그알'은 미국 시장 전체로 벌어들인 수익 중 더 기버스와 안 프로듀서는 최소 약 18억, 어트랙트는 최소 약 55억에서 65억을 거뒀을 거라 추산했다. 물론 계속해서 스트리밍 될수록 수익도 여전히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북미와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큐피드'의 인기와 해외 음악 산업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수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돈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큐피드'가 빌보드와 영국 차트를 점령하고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면서 그에 대한 수익 역시 급격히 증가했을 터. 어찌됐든 멤버들(의 부모)과 소속사, 안 프로듀서 측 모두 견물생심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저희로서는 너무 참담한 심정이고, 어느날 갑자기 저희한테 내용 증명이 날아왔고요(...). 안 대표에게는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저희가 고소를 넣은 상태고 백 이사에게는 업무 방해와 전자기록 등 손괴 혐의로 고소를 한 상태입니다."
 
소속사 측은 내용 증명에 이은 계약 해지 소송 건을 두고 모종의 세력이 멤버들을 가스라이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안 프로듀서 측이 오래 전부터 멤버들을 빼가려는 정황을 포착, 이 역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안 프로듀서의 연예인 빼가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제보도 있었다.
 
"제가 알고 있는 걸로는 피프티 피프티가 세번째예요. 어트랙트 대표님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두번째 (피해자) 분도 지금 학교 계단 청소하고 엘리베이터 청소하고 있거든요."
 
제보자가 소개한 전직 연예 기획사 대표도 안 프로듀서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반면 더기버스 총괄이사의 입장은 달랐다. 어트랙트 측이 가스라이팅 등 선정적인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고 반박하며 어트랙트가 피프티 피프티를 키우는데 들인 투자금 문제를 소환하고 있었다.
 
"사실 진짜 열과 성을 다해서 진행을 했던 프로젝트라고 정말 진심 어리게 말씀드리고 싶고, 이 업무의 범위를 더기버스의 한 네다섯 명되는 직원이 다 담당을 했거든요(...).
 
사실 (전 대표가) 어트랙트를 설립하고 '큐피드'라는 앨범이 한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자금난에 좀 시달렸던 것 같아요. 항상 저희가 보고드리는 예산이 제대로 집행이 된 적이 잘 없었고 우스갯소리로 외상 제작을 했다고 할 정도로 모든 과정에서 정말 힘이 들었어요."

 
어트랙트 측이 멤버들을 강압적으로 다루면서 심리적으로 힘들게 했다거나 작년 11월 데뷔 이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태 이후 여러 미담 등으로 화제가 됐던 전 대표와 관련된 반론이라 할 수 있었다. 지난 17일 피프티 피프티 측은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멤버들 가족 주장 전달한 '그알'의 시각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의 한 장면. ⓒ SBS

 
한 평론가는 K팝 아이돌 시장을 도박에 비유했다. 아이돌을 키우고 유지하는데 거대 자본이 투입되지만 또 성공한다면 그보다 더 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그래서 그 유혹을 끊지 못하는 중소 제작사들이 아이돌 산업에 발길을 끊지 못하는 현실.
 
BTS로 입증된 바, 중국을 제외하고도 너른 해외 시장이 열리면서 이러한 도박과 같은 산업에 제작자들과 가수 지망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팬들도, 심지어 해외 팬들이나 외신들까지 지적하는 산업의 이면이다. '그알'은 이 산업을 설명하기 위해 선급금과 관련된 구조를 꽤 자세히 설명했다. 어트랙트의 자금난을 거론했던 더기버스 측의 주장에 일정정도 연관된 취재라 할 수 있었다.
 
"소속사 어트랙트가 B엔터사로부터 대여해 온 금액은 지금까지 직접비 30억원, 간접비 33억 입니다. 그리고 현재 어트랙트 통장 잔고에 있는 16억원까지 포함입니다. 큐피드 활동 도중에 투자를 받은 겁니다. 멤버들이 갚아야 될 건 직접비만 해당되니까 60억(63억)을 갚아야 한다거나 혹은 80억을 갚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제 삼자로부터 허위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종한 어트랙트 콘텐츠 팀장)

아이돌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알'이 잘 하고 제기할 만한 사안이긴 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에서 직접비로 쓴 선급금 30억에, 회사운영비 33억, 신규 투자 16억 등 어트랙트의 자금 조달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가는 취재였다. 그와 더불어 '그알'은 데뷔하고 5년 동안 14억 빚을 졌다는 아이돌 가수의 인터뷰도 삽입했다. 아이돌 제작사의 명암을 드러내고 아티스트들의 고충을 드러내는 취재의 일환이었다.
 
"(선급금은) 진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게 이건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인 거지 이 돈에 대한 출처나 쓰임새나 이런 건 아티스트가 전혀 관여할 문제가 아니고. 현엽에서 제가 데뷔시킨 애들만 지금 수백 팀인데 이런 사례는 처음이고요. 투자금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한 것도 좀 논리가 안 맞는 거죠."
 
한 음악유통사 관계자의 주장은 이랬다. 투자금 문제를 제기하는 더기버스 측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었다. 그리하여 후반부, 피해자들의 입장을 강조하는 '그알'의 평소와 같은 편집이 '피프티 피프티'편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바로 소속사가 멤버들의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고 주장하는 멤버들 가족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이를 본 시청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길 고대했던 걸까. 판단은 여러분께 맡기는 바다. 참고로, 전 대표와 안 프로듀서 모두 '그알'과의 직접 인터뷰는 거절했다.
 
"(전 대표가) 공포의 대상 같은 분이세요, 아이들한테는 저희 아이들이 다 느꼈으니까 몸으로. 저희 어린 아이들 7년을 더 이 소속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부분이고 애들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A멤버 가족)
 
"(전 대표가) 말씀은 돌아와라 하는데 모든 여론을 이렇게 만들고 모든 사람들을 다 옥죄고 돌아오라고 얘기해요." (B멤버 가족)
 
"정산 쪽은 부수적인 거 같아요, 제 생각에는. 다른 멤버들의 얘기는 하지 않겠고 언젠가는 OO가 많이 힘들어서 그 소속사에서 한 번 뛰쳐나온 적도 있고 그랬어요. 공황장애로 여러 번 발작이 있었고 한 번은 병원에서 실신을 해서 산소호흡기로 깨어난 적도 있고 그래요." (C멤버 가족)
덧붙이는 글 브런치 등에 게재됩니다.
피프티피프티 그것이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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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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