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멸종은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도 미래에도 한 번 일어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미국의 작가이자 해양생물학자였던 레이첼 카슨의 저서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서술한 어록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넘는 무려 70% 이상을 차지하며,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터전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급속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수십 년 안에 해양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고 그 여파는 '인류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3월 14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 90회는 '모든 생명의 근원-바다가 썩고 있다'편을 통하여 우리 앞에 현실로 닥친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기후-해양과학자인 남성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이날의 강연자로 나섰다.
 
지구의 환경오염이 급속도로 악화된 계기는 '산업혁명'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계의 발명과 기술의 혁신으로 인류의 삶과 문명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공장시설과 노동인구의 급증은 환경 면에 있어서는 재앙이 됐다.
 
영국을 대표하는 템스강은 원래 어종이 풍부하고 깨끗한 강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한 산업폐수와 생활하수 등을 감당하지 못하여 더 이상 인간이나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렸다.
 
당시 템스강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주는 일화들이 있다 당시 인근에 있던 영국 의회는 템스강에서 전해지는 악취를 견디다 못해 임시폐쇄까지 해야했고, 1858년을 '대악취의 해(The great stink)'로 기록할 정도였다. 1878년 템스강에서 벌어진 '프린세스 앨리스호 침몰 사건' 당시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물에 빠진 생존자들이 템스강의 폐수를 들이마신 게 원인으로 거론됐다.
 
또한 템스강 오염은 자연히 바다로까지 이어지며 영국과 유럽 사이에 위치한 북해 역시 심각한 오염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20세기를 강타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 동안 바다에는 충격적인 핵폐기물이 크게 증가하며 바다오염을 가속화시켰다. 당시 영국 일대에서 바다에 버려진 전쟁무기만 100만 톤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해양과학의 발전으로 바다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역할들이 하나둘씩 뒤늦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바다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의 1/4 이상을 흡수한다. 또한 바다가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은 지구 전체에서 약 5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인류의 식량이 되어줄 다양한 먹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만일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졌을 것이고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는 더 심각하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다가 그 건강함을 잃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인류의 삶도 위태로워진다. 20세기 중반 인류가 사회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대량의 재화와 용역의 구입을 부추기는 소비주의가 발전하는 대량소비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대표적인 물건이 바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이다.
 
2차대전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플라스틱 용품들은 1950년에서 2015년까지 약 70년간 무려 83억 톤에 이르는 생산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과 가축의 모든 질량을 합친 40억 톤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그야말로 지구가 플라스틱에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 플라스틱의 대부분이 버려지고 있는 곳이 바로 바다다.
 
인류는 바다에 버린 폐기물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1969년 유럽에서는 발트해에서 독성물질인 비소의 함량이 크게 높아진 것을 밝혀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쿠야호가강 화재 사건을 통하여 오염된 강물에서 얼마나 큰 재앙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면 그에 따른 악영향이 인간에게 결국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들이다.
 
1972년 해양 오염에 관한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꼽히는 '런던협약'이 체결됐다. 국제사회가 해양오염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실행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처음으로 서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96년에는 여기서 더 발전한 '런던의정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고 실질적인 처벌법이 전무하다는 한계 때문에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쓰레기 해양투기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1997년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인근의 북태평양 바다에서 발견된 '태평양 쓰레기섬'의 존재는 인류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해류를 타고 온 쓰레기들이 바닷물이 정체되어 모이는 해루 중앙에서 쓰레기 지대를 형성한 것. 그 규모는 대한민국의 면적에 필적할 정도였고, 그 쓰레기의 90% 이상은 바로 플라스틱이었다. 이 중에는 1966년에 제작된 스티로폼처럼 바다에 버려진 지 벌써 30년이 지나서도 분해되지 않은 물건들도 있었다.
 
항해 중 쓰레기섬을 처음 발견한 찰스 무어 선장은 "육지에서 몇천 킬로 떨어진 곳에 쓰레기가 있다는 것은, 마치 달에 쓰레기가 있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였다"며 오염된 쓰레기 지대를 통과하면서 느낀 씁쓸한 감정을 떠올렸다.
 
바다에 버려진 온갖 플라스틱쓰레기들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빨대는 200년, 플라스틱을 포함한 기저귀는 450년 이상이 걸린다고. 플라스틱의 역사는 150년 밖에 되지 않지만, 정작 한 번 버려진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시간은 약 500년이 걸린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쓰레기 섬은 발견된 지 20년이 흘러 재발견되었을 때는 그 규모가 더욱 불어난 상태였다. 현재 북태평양 쓰레기섬의 면적은 약 160만 km, 대한민국 면적의 16배에 이른다. 이러한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 폐기물 발원지를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 3국이 모두 이름을 올렸고 한국은 전체의 10%를 차지하며 일본(34%)-중국(32%)에 이어 세 번째로 부끄러운 순위를 기록하게 됐다.
 
또한 쓰레기섬은 이제 북태평양만이 아니라 인도양, 남-북대서양, 남태평양 등 지구의 대양 곳곳에 포진해있다. 심지어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같은 심해까지도 쓰레기가 발견됐다. 전 세계에서 해변 인근 일대는 바다에 몰려든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양위기를 실감한 인류는 자성과 실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으로 오늘날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으로 확산됐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플라스틱이 바다에 미치는 위협들은 다양하다. 첫째는 해양생물의 죽음이다. 해양생물에게 플라스틱은 마치 바닷 속 지뢰와도 같다.

코스타리카에서는 희귀종으로 꼽히는 올리브 바다거북의 몸안에서 무려 12cm 길이의 빨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되지 못한 거북이나 물개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은 플라스틱 그물에 걸쳐 헤엄치다가 사망하거나 상처를 입고, 신체구조가 기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바닷새의 약 90%가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로 인하여 사망한 동물들의 사체에서 플라스틱이 대량으로 발견되는 일도 빈번하다.

두 번째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오염이다. 플라스틱은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화학물질로 인하여 자체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바다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흡수하며 독성이 더욱 강해진다. 결국 독을 품는 작은 물질들이 무수히 바다를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 플라스틱은 바다 면적 1km제곱당 약 3000개 정도라면, 미세플라스틱은 무려 약 2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대륙 주변의 미세플라스틱은 심지어 북극과 남극해까지 올라간 것은 물론, 심지어 바닷물이 증발하여 생긴 구름을 타고 비가 되어 알프스 산맥에서도 발견되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시중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참치캔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인류가 해산물을 통하여 이런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면 인체내에서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온몸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인간이 매주 먹게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1장 크기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었다.
 
세 번째는 바다 산성화다.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햇빛을 만나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탄소는 바다의 산성화를 초래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990년부터 약 10년간 바다의 산도는 약 0.018도 낮아졌다고 한다. 미세해보이지만 과거의 바다에서는 겪어보지 못 했던 큰 변화였다.
 
세계최대의 산호지대로 꼽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최근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인하여 산호가 하얗게 변하여 죽어가는 '산호 백화현상'을 일으켜 죽음의 바다로 변해버렸다. 2022년에는 호주 산호지대의 90% 이상에서 산호백화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호 군락의 소멸은 인근의 많은 해양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쳐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바다 수온 상승'은 인류에게 다가온 가장 위험한 적신호다. 지구는 1초에도 핵폭탄 4.5개에 해당하는 열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를 흡수하는 게 바다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바다의 수온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2015년 북태평양, 2012년 캐나다 벤쿠버 일대에서는 특정 해역의 표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해양 열파 현상'으로 바다 수온이 크게 상승하여 해양생물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1968년부터 50년간 바다수온은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진 해양열파 현상만 무려 170번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며 녹색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일대에서도 수온 상승으로 다양한 해양생물과해조류들이 자취를 감췄고, 대신 아열대에서 서식하던 해양생물들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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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바다수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고래다. 단 한 마리가 호흡 과정에서 흡수하는 탄소의 양만 33톤에 이르며, 남극해 일대에 거주하는 고래 4종은 1년에 2억 2천만 톤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말그대로 존재만으로도 지구 환경 지킴이가 되어주는 고마운 동물인 셈이다.
 
하지만 고래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바다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고래의 개체수는 약 130만 정도로 100년 전의 400만~500만과 비교하여 3분의 1 수준까지 급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고래 사냥과 먹이감소 때문이다. 국제 사회와 각국 정부에서 고래 포경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고래 포획은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공공연하게 계속되고 있다. 또한 고래의 먹이가 될 작은 생명체들이 바다오염으로 감소했고 해양쓰레기의 피해까지 입은 고래들이 2015년 기준으로 550%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높아진 바다 수온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산소부족으로 이어진다.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바다에 산소가 사라져서 생명체가 살기 힘든 '데드존' 구역이 확산됐다.
 
간간이 터지는 선박 사고와 유조선 원유 유출 등도 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2010년 역대 최악의 해양 환경재난 사고로 꼽히는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가 벌어져서 약 8억 리터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는 대재앙이 발생하기도 했다. 2022년 기준 반세기 동안 벌어진 전 세계 기름유출 사고는 약 1만 건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2023년 현재 바다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인류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인간의 급격하고 무분별한 소비문화가 초래한 후유증은 바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바다를 살리기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상속에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 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UN은 2030년까지를 '해양과학 10년'으로 제정하고 전 세계 공공해역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 기업들도 '친환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개개인과 전 세계의 노력이 조금씩 모아진다면 바다의 소생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바다와 환경오염의 아픈 역사를 통하여 앞으로 바뀌어갈 우리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 할 대목이다.
벌거벗은세계사 바다오염 기후협약 쓰레기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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