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듣는 전북 조규성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조규성이 12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질문 듣는 전북 조규성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조규성이 12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 스타' 조규성(전북 현대)의 유럽무대 진출 여부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조규성은 유럽 여러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선수와 전북은 적절한 이적 시기와 조건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서는 1월 겨울 이적시장보다는 여름 이적을 권유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이 낳은 스타다. 2021년 9월 레바논과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며 데뷔전을 치렀고, 급성장을 거듭하며 본선 최종엔트리까지 승선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조커로 출발했으나 1순위였던 황의조의 부진으로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까지 꿰찼고, 가나와의 2차전에서 역대 한국 선수로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멀티골을 터뜨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조규성은 소속팀에서도 지난해 전북의 FA컵 우승을 이끌며 K리그1 득점왕까지 차지하는 등, 국가대표팀에서의 월드컵 16강 진출과 함께 축구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A매치 통산 기록은 20경기 출전에 6골이다.
 
스트라이커로서 유럽-아프리카-남미의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피지컬과 공중볼 장악 능력, 여기에 준수한 외모로 스타성까지 갖춘 조규성은 월드컵 이후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월드컵이 끝나고 유럽 구단들도 조규성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현재까지 조규성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것은 스코틀랜드리그 셀틱과 독일 마인츠 등이다. 두 구단 모두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스코틀랜드 리그 최강팀인 셀틱은 기성용-차두리가 활약한 바 있고, 마인츠는 현재 국가대표 동료인 이재성이 뛰고 있는 데다 역대 한국 선수만 총 5명이나 거쳐간 지한파 구단이다. 두 구단은 당초 제시한 이적료보다 높은 조건을 새로 제시하며 조규성 영입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영국 '90MI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즈 유나이티드와 에버튼, 사우스햄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도 조규성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규성은 인터뷰에서 "해외에 진출한다면 궁극적인 목표는 EPL"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흥민(토트넘)-황희찬(울버햄튼) 등의 한국 선수들이 활약중인 EPL는 현재 스페인 라리가와 함께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꿈의 무대다.
 
조규성은 24세로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유망주인 데다, 병역문제까지 이미 해결한 상황이라 장기계약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의 한국 유럽파 공격수들이 대부분 2선 자원인 것과 달리, 조규성은 원톱과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는 희소성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프랑스리그1에서 잠시 활약했던 박주영 이후 정통 스트라이커로 유럽무대에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는 것도 조규성의 도전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하지만 어느덧 해가 바뀌었음에도 조규성의 이적 소식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류가 일단 국내 잔류 이후 여름 이적 쪽으로 방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당장 유럽에 나가고 싶은 선수와, 좀 더 남아주었으면 하는 구단의 입장이 상반된 데다, 이적 조건에 있어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선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유럽무대에 도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유럽리그를 기준으로 시즌 중반에 해당하는 1월 겨울이적시장에 팀을 옮기는건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한창 시즌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열리는 겨울이적시장은 말 그대로 당장 팀전력을 반등시킬 수 있는 즉시전력감 영입에 초점이 맞춰진다.
 
조규성은 지난해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50경기 이상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연말에는 월드컵까지 치렀다. 체력적으로 휴식이 필요하고, 새 시즌을 대비하여 몸상태를 다시 끌어올려야 할 시기다. 그런데 당장 팀을 옮겨서 충분히 준비할 시간도 없이 기존 구단의 주전경쟁 구도에 뛰어들어야 한다면, 환경 적응이나 경기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조규성의 포지션이 당장 공격포인트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할 부담이 더 큰 스트라이커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다음 시즌 우승 탈환에 도전하는 전북은 조규성이 갑자기 이탈한다면 전력구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여론은 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의 유럽진출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적절한 보상이나 대안도 없이 무작정 핵심선수의 이적을 허용해줄 구단도 없다. 유럽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해온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도 조규성에게 '준비가 된 뒤에 여름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편으로는 1월 이적을 포기할 경우, 유럽 진출을 위한 절호의 타이밍을 놓칠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존재한다. 아무래도 조규성이 현재 유럽 구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월드컵 특수'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K리그에서 활약만으로는 유럽 구단들의 관심을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름 이적시장은 각 구단들의 전력보강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굳이 유럽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조규성에게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 조규성이 소속팀에서 지난 시즌만큼의 경기력과 동기부여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조규성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팀들의 관심과 주가가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이나 월드컵 효과를 등에 업고 유럽 진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타이밍을 놓쳐 무산된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 고 유상철, 황선홍, 서정원, 이동국, 이천수, 이근호, 김영권, 조현우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중 몇몇 선수들은 뒤늦게라도 유럽무대를 밟는 데 성공한 사례도 있었지만, 본인의 기량이나 주가 모두 한창 전성기 때와는 거리가 있었다. 국내파 스트라이커들의 유럽행 기회가 결코 흔치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에는 조규성의 유럽무대 도전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과연 조규성에게 최선의 선택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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