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TV, OTT 프로그램의 명암을 통해 올해 예능계의 흐름을 4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봤습니다.[기자말]
 환승연애2, 돌싱글즈3, 나는 솔로

환승연애2, 돌싱글즈3, 나는 솔로 ⓒ 티빙,MBN,SBS플러스

 
2022년 예능을 주도한 소재는 단언컨대 '연애 예능'이었다. 과거 몇 해 사이 채널 A <하트시그널> 시리즈, 넷플릭스 <솔로지옥> 등이 한동안 침체했던 이 장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올렸다면 올해는 <나는 솔로> <환승연애2> <돌싱글즈3> 등 이른바 '연애 예능 3대장'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성공적인 화제몰이를 이뤄냈다.

케이블-종편-OTT 등 각기 다른 플랫폼과 출연진 구성 및 연령대 등에선 차이가 있었지만 '과몰입'을 유발할 만큼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화면을 통해 엿보는 재미 측면에서 공통점을 드러내며 각 채널 및 서비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우뚝 올라섰다. 여기엔 유튜브 및 OTT 등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통한 재확산도 인기 마련에 한 몫을 담당했다.  

이들 3개 프로그램들은 방영 당일 또는 다음날 각종 SNS 및 검색 관련 지표에서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해당 예능 출연자들은 내가 바라던 짝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이른바 'SNS 셀럽'으로서 수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쏠쏠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유명 연예인+거액의 출연료 및 제작비 없이도 확실한 성과를 거두다보니 이제는 지상파, 후발주자 OTT 서비스 등에서도 신규 예능의 상당량을 '연애 예능'이 차지할 만큼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엇비슷한 구성,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만큼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인기 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여성 예능인들의 약진
 
 뿅뿅 지구오락실, 전국노래자랑

뿅뿅 지구오락실, 전국노래자랑 ⓒ CJ ENM, KBS

 
연애 예능의 범람, 관찰 예능 위주로 흘러가는 방송가의 방향성은 상대적으로 전문 예능인들의 발굴을 가로 막는 요소로도 작용했다. 일반인 출연자들만으로 재미, 인기,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보니 연예인들은 스튜디오에서 화면 보면서 추임새 넣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보니 새 얼굴보단 이미 오랜기간 활동을 통해 검증된 예능인을 중용하는 일이 흔히 목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프로그램을 통해 참신한 유망주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은 제법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은 그런 점에서 2022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변의 주인공으로 부를 만하다. 안유진(아이브)-미미(오마이걸)-이영지-이은지 등 기존 TV 매체 예능에서 큰 접점이 없었던 인물들은 젊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미 익숙한 인물의 대반전도 올해 예능이 만든 성과 중 하나였다. 원로 MC 송해 선생의 작고로 인해 공석이 된 KBS <전국노래자랑>의 새 진행자로 개그우먼 김신영이 발탁되면서 달라진 방송가의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를 비롯해 소속사 식구들인 송은이-신봉선-안영미 등이 <셀럽은 회의중>으로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도 진출하는 등 쉼없는 활동을 이어 나갔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은 유튜브 웹예능 등에서 더욱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연반인' 재재가 진행하는 <문명특급>은 여전히 손꼽히는 인기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 미노이의 <요리조리> 시리즈, 인기 가수 선미가 MC를 맡은 <숏터뷰> 등도 유명 연예인들이 너도 나도 출연할 만큼 2022년 발군의 활약을 선보였다.  

스포츠 예능, 많이 제작되긴 했는데…
 
 골 때리는 그녀들, 최강야구

골 때리는 그녀들, 최강야구 ⓒ SBS, JTBC

 
연애 예능 다음으로 올해 예능의 인기 소재로 떠오른 건 바로 스포츠이다. 이미 JTBC <뭉쳐야 찬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각 방송사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고 올해는 야구, 골프, 씨름, 탁구, 팔씨름, 피구, 농구 등 친숙하거나 때론 기존 TV에서 다루지 않았던 낯선 종목까지 판을 넓히기에 이른다. 

그중 큰 성과를 거둔 예능은 JTBC <최강야구>이다. 은퇴 선수들이 제2의 야구 인생에 도전하는 내용은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함을 선사했고 급기야 현역 프로팀과의 대결도 진행할 만큼 예능 이상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대학 및 독립구단 선수의 성공적인 프로 입단까지 성사시킬 만큼 방송 외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선 여전히 아쉬움을 드러낸다. <최강야구>보다 먼저 등장했던 MBN 야구 예능 <빽투더그라운드>, 여성 연예인들의 농구 도전 JTBC <마녀체력농구부>는 어설픈 기획 속에 흐지부지 막을 내렸고 <강철부대>의 후광을 노렸던 채널A <강철볼>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댄스, 오디션 예능 주춤
 
 비엠비셔스, 미스터트롯2, 불타는트롯맨

비엠비셔스, 미스터트롯2, 불타는트롯맨 ⓒ CJ ENM

 
지난해 하반기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될 정도였다. 그동안 유명 가수의 뒷편 무대에 섰던 그녀들을 'Hey Mamam'와 더불어 대중들의 이목이 하나로 집중되는 중앙에 등장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출연진들은 다양한 예능 섭외 1순위로 급부상했다. 이후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뚝딱이의 역습> 등 다양한 스핀오프 예능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올해 이러한 후광을 기대했던 프로그램들의 효과는 그닥 크지 않았다. 남성 버전으로 만들어진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는 경연용 음원 '새삥'(지코)의 선전 속에 어느 정도 인기 몰이가 이뤄지긴 했지만 <스우파>와 비교해선 그 파급효과가 크지 못한 편이다.

<스맨파>는 종영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출연진들은 타 예능에선 얼굴조차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스우파> 출연자 상당수가 요즘도 각종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밖에 댄스 열풍의 반사 이익을 노렸던 JTBC <쇼다운> <플라이투더댄스> 등은 이렇다 한 반향 없이 쓸쓸히 막을 내렸다.

지난 수년간 각종 예능의 인기 소재였던 여타 경연 및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주춤했던 것 역시 2022년의 특징 중 하나였다. MBC <방과후 설렘>은 예상대로 엠넷의 원조격 프로그램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고 엠넷의 <퀸덤2>는 이전 시즌 만큼의 인기 몰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비슷한 성격의 JTBC <두번째 세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SBS <싱포골드>는 양질의 경연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합창단에 대한 관심 저조 및 시청률 약세가 못내 아쉬웠다. 이외에도 엠넷 <아티스탁 게임>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은 변변한 기사를 목격하기 힘들 만큼 외면을 당했다. 다음주 각각 진행되는 MBN <불타는 트롯맨>, TV조선 <미스터트롯2>가 침체된 오디션 예능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2022년결산 예능결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