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일상적 관계의 모든 것을 오로지 '기브 앤 테이크'와 보상심리로 이해하는 역대급 위기의 부부가 등장했다. 12월 12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부부관계와 금전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저울 부부'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그려졌다.
 
결혼 7년 차 정광진-김민지 부부는 직장 선후배 사이로 만나 사내 연애를 하던 중에 새 생명이 찾아와 결혼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부부는 그동안 역대 <결혼지옥>에 출연했던 부부들의 모든 문제점을 다 조금씩 안고 있는 '종합문제세트'였다.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부부의 첫 번째 문제는 소통불가와 대화단절이었다. 부부는 아침부터 별다른 대화없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남편은 아내의 사소한 질문에도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아내는 "남편의 말투나 이런 거 때문에 대화가 안 된다. 대화를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게 있다. 괜히 싸움만 날까봐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의 도움없이 독박 살림-독박 육아를 하고 있었다. "육아도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이 있는데, 남편은 그런 감정에 공감을 못 해준다. 그래서 아예 제가 하는 게 낫다"며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는 현재 모두 휴직중인 상황에서 남편은 배달업, 아내는 속눈썹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라면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던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카드를 가져가서 비싼 외식으로 점심식사를 결제한 것을 문자 알림으로 알게 되자 곧바로 전화를 걸어 "비싼 거 먹어서 좋겠다"고 빈정거리며 가시 돋힌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 절약하는 남편은, 수입이 없는 아내에게 가게 월세와 메이크업 자격 취득비용 등을 지원해줬지만 적자가 누적되며 금전 갈등이 생겼다고. "직장생활하면 한 끼 정도는 사먹을 수 있지 않나?"는 패널들의 질문에, 남편은 "손님이 있어서 일찍 출근하는 상황이면 이해한다. 그런데 손님도 없이 연습하러 나간 상황에서 굳이 나가서 사먹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저는 커피 한 잔 사먹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아내의 카드결제 알림이 오면 화가 난다"고 해명했다.
 
아내는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먹는 저녁도 집밥 대신 배달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온 남편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배달시켜 먹을 때 애들 핑계대는 것도 싫다. 돈을 쓰고 저한테 청구를 하면 저도 의욕이 떨어진다. 뭐하러 돈 버나 싶다"며 힘들어했다.
 
마음이 상한 남편은 "돈 빌린 거는 어떻게 갚을 거냐"고 아내를 몰아붙였다. "나만 벌고 있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내가 회사 휴직할 때 일하지 말라고 했지 않냐"고 반격했다. 남편은 "그럼 아끼든가 해야할 거 아니냐. 나도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되냐?"라며 답답해했다. 부부의 언쟁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남편은 홧김에 집을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남편이 찾은 곳은 편의점이었다. 삼각김밥으로 겨우 허기를 달랜 남편은, 어려울 때 금전적으로 도움을 준 친구에게 전화하여 돈을 갚지 못 하는 데 양해를 구해야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보니 남편은 친구에게 빌린 돈이 벌써 천만 원을 넘겼다고. 
 
지켜보던 이들은 남편이 짊어진 가장의 무게에 공감하며 숙연해했다. 가계의 재정 관리를 직접 맡고 있다는 남편은, "돈 관리라기보다도, 돈이 들어오면 빠져나가는 것을 보는 정도"라고 자조하며 씁쓸해했다.
 
남편은 가뜩이나 수입이 적은 상황에서 아내가 청구하는 카드값으로 예상 밖의 지출이 계속 발생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반면 아내는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하는 돈이 없고 대부분 가족을 위한 지출임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남편을 이해할수 없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돈 이야기를 하는 남편의 마음 깊은 곳 깔린 감정은 '억울함'이다"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모든 지출을 자신이 일하는 배달 횟수로 환산하며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를 해오고도 깜빡 잊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음식만 매달 5만~6만 원 어치에 이른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반복된 잔소리가 큰 스트레스라고 고백했다.
 
서로의 잘못만 저울질하는 부부의 대화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는 저녁에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마주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화 주제는 돈으로 귀결되었고, 부부는 또다시 언쟁을 벌였다. 아내는 "내가 출근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돈만 쓰는 줄 아나. 창업을 한다고 갑자기 잘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남편은 아내의 항변에 "그럼 나는? 나는 안 쓰는데?"라고 대꾸하며 아내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이해보다는 서로의 잘못만 저울질하는 부부의 대화 방식은 내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는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부부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중, 대화 주제는 갑자기 돈에서 '부부관계'로 옮겨갔다. 남편은 자신이 희생하는만큼 부부관계를 통하여 보상을 받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부부는 성관계 문제로 인하여 상담까지 받았고, 주 2회로 합의까지 봤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다. 남편은 "전에는 했던 사람이 지금은 안 한다는 것은, 제가 싫어서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된다"고 밝혔다. 아내는 "하고 싶은 기분이 안 드는데 약속이라고 해서 무조건 할 수는 없지 않나"고 반론했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였다. 남편은 아내의 일에 더 이상 투자하고 싶지 않은 또다른 이유로 "일이 잘되면, 아내는 나를 버릴 것 같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꺼냈다. 남편은 아내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신만 금전적인 부담과 손해가 누적되고 제대로 보상은 받지 못 했다는 불만이 오랫동안 쌓여온 상태였다.

"안 불쌍하냐?"는 남편의 질문에 아내는 "본인이 스스로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남편은 "무슨 이야기만 하면 결국 내 문제로 끝난다"며 결국 대화를 중단하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의 대화는 '기승전 돈' 아니면, 기승전 부부관계'로 끝난다"며 답답해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그동안 <결혼지옥>에서 출연한 모든 부부 중 가장 심각하다"며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오은영은 "부부가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는데 자녀에 대한 의논이나 내용은 하나도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전혀 없다. 외람되지만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침을 날렸다.
 
아내는 경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신혼 초부터 각자 벌어서 각자 쓰는 방식이었던 데다가, 남편의 지나친 타박과 지적 때문에 금전 문제 자체를 회피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중요한 문제다. 가계 관리는 한 사람이 한다고 해도 부부가 함께 알아야한다. 그래야 현재의 재정상태에 대한 적극적인 파악과 계획이 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아내는 불편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방관자처럼 발을 빼는 느낌이 있고, 남편은 아내가 회피하는 태도에 섭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에게 전하고 싶은 진정한 메시지는,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하여 함께 재정상태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차분한 설명이나 핵심적인 메시지 전달없이 앞뒤 자르고 "나만 일해?", "또 썼어?"라는 식으로 반동형성을 유발하는 남편의 비아냥거리는 화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이전의 부부상담에서도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줘라"는 전후 설명이나 과정은 쏙 빼놓고 "부부관계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만 초점을 맞춘 남편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과 공감능력을 꼬집었다.

카드값 내줬으니까 부부관계 하라는 남편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어느날 부부는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와의 데이트중에도 자극적인 스킨십과 성관계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의 모텔행 제안을 거부한 아내는, 결국 남편과 헤어지고 대신 친구와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 먼저 집으로 돌아왔던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카드로 상당한 유흥비를 지출하고도 부부관계를 안 해주는 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내는 "남편은 카드값 내줬으니까 부부관계를 해야 해, 항상 대가성으로 말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몸 파는 여자인가라는 생각도 든다"며 불쾌해했다. 남편은 "제가 싫어서 부부관계를 안 하는 것 같다. 보상삼리로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있다. 부부관계가 없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하며 충격을 줬다.
 
아내는 남편의 스킨십과 부부관계를 꺼리게 된 속사정에 대하여 설명했다. 아내는 25살의 어린 나이에 남편과의 연애중 혼전임신을 하게 됐다. 결혼 준비부터 출산, 산후 우울증까지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했던 아내, 낯설고 두렵던 상황에서 의지가 되어야 할 남편은 항상 술을 마시거나 밖으로 나가돌기만 했다고.
 
하지만 남편은 "왜 계속 내 탓만 하냐. 나도 처음이니까 모르잖아. 왜 그때는 말하지 않았냐"고 항변하며 아내의 호소에 전혀 공감해주지 못했다. 아내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남편은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미안해, 몰랐다"며 건성으로 답변하며 아내에게 또다시 상처를 줬다.
 
알고보니 아내는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아픈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자신을 배려하지 않고 억지로 스킨십이나 부부관계를 요구할 때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더욱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

오은영은 "남편이 부부관계를 보상처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아내에게도 역시 "부부관계를 거절할 때는 배우자가 이해할 수 있게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를 불신하고 집착하는 이유는 "버려질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라고 분석하며 "남편은 경제적인 문제를 중시하고 부부관계=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그것에 협조를 안 해주니 나를 사랑하지 않고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부부의 해결책으로 "남편의 대화 방식은 본인의 생각, 결정, 판단이 빠져있다. 모든 대화에서 자기 주체적인 판단이 없다. 고구마를 천 개 먹은 듯 답답해서 목이 콱 막힌다"라고 지적하며 "상대방의 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내에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도 아내가 지금 돈을 쓰는 방식은 조금 무책임해보인다. 가계 사정에 맞는 소비와 지출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에게는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음과 정서의 발달은 원래 부족한 사람도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격려하며 '육아 오디오북'을 틈틈이 청취해볼 것을 권유했다.

영상에서 아내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남편은 "확실하게 제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가 많이 부족했고,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비로소 잘못을 인정했다. 표정이 풀린 아내도 "남편이 고생하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 집에 오면 따뜻한 말이라도 더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답했다. 부부는 서로에게 "말 예쁘게 할게", "고마워, 열심히 일해줘서"라며 못다한 마음을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 결혼지옥 저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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