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 ⓒ FIFA 홈페이지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개최국 카타르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섰다.

인판티노 회장은 19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얀의 카타르 내셔널 컨벤션센터에 마련한 월드컵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대회 개막 기자회견에서 서방 국가들의 카타르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인프라 건설 작업에 투입된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이주 노동자들이 가혹한 근로 환경 탓에 6천500명 넘게 사망해 논란이 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 규모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카타르가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서 여성과 성수소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관련 기사 : 카타르 월드컵 대사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 폄하 논란)

이에 대해 덴마크 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숨진 이주 노동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검은색 유니폼을 준비했다.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 13개국 대표팀은 카타르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미를 완장을 차고 월드컵에 출전하기로 합의했다. 

인판티노 회장 "카타르는 준비 됐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 ⓒ FIFA 홈페이지

 
인판티노 회장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 전 1시간 가량 모두 발언을 이어가며 관련 사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러분에게 인생의 교훈을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이 카타르를 비판하는 것은 위선(hypocrisy)"이라며 "유럽인들이 지난 3천 년 동안 한 것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덕적 교훈을 주기 전에 앞으로 3천 년 동안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카타르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가 된 기분"이라며 "유럽이 정말 그들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카타르처럼 국경을 열고 일자리를 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스위스 국적인 인판티노 회장은 어린 시절 자신이 이탈리아계 이민자라는 이유로 차별당했던 과거까지 언급하며 "나는 어렸을 때 빨간 머리, 주근깨가 있었고 이탈리아인이라서 괴롭힘을 당했다"라며 "방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과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라며 "카타르는 준비가 됐고, 역대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종교, 인종, 성적 취향과 상관없이 카타르에 오는 모든 사람은 환영받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요구사항이며, 카타르는 그걸 지킨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제프 블래터 전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은 나의 실수"라며 "카타르는 월드컵을 개최하기에 너무 작은 나라고, 당시 회장이던 나한테 책임이 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12년 전 결정을 지금 와서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나는 카타르를 옹호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라며 "나는 축구를 지킬 뿐이며, 선수들과 카타르를 비판하지 말고 FIFA의 모든 것에 책임이 있는 나를 비판하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 인권 탄압 논란으로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이란 인구가 8천만 명인데 모든 국민이 나쁘고 괴물이냐"라며 "세계는 분열돼 있으며, 축구마저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음주 금지 결정에 "3시간 술 안 마셔도 살 수 있어"... 여론은 '싸늘'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기자회견 ⓒ FIFA

 
인판티노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서 시간 제한을 두고 맥주를 팔기로 했다가, 카타르 당국의 강력한 반대로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전격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로서 음주 및 주류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관련 기사 : 카타르월드컵 이틀 앞두고 '맥주 금지'... 축구팬들 '불만')

그는 "이번 월드컵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FIFA와 카타르의 공동 결정"이라며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등에서도 경기장에서는 음주를 금지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하루 3시간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으며, 팬 구역에서 술을 마시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대회 관련 결정을 너무 갑작스럽게 바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절차와 논의를 거치고 디테일을 고려한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려고 노력하다가 그렇게 됐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버드와이저에는 나쁜 소식"이라면서도 "버드와이저는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이고, 그것은 좋을 때나 나쁠 때도 항상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에 대해 "평등, 존엄, 피해 보상은 문화 전쟁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이는 FIFA가 헌장을 통해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보편적 인권"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도 "인판티노 회장이 기괴한 연설(bizarre speech)로 카타르를 옹호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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