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4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28일 개막하는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는 10월 마지막 주 개최되는 다양한 영화제들 중 상대적으로 주목할 만한 영화제다. 이름에는 '기독교'가 들어가는데 상영작 면면을 보면 종교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시작된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라는 이름에는, 모든 신자뿐만 아닌 대중들에게 열려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모두를' 앞세운 것도 경계를 허물고 문턱을 낮추려는 자세가 특징이다.
 
이런 노력이 관객들에게 닿은 덕분인지, 첫 회 장단편 9편이었던 상영작은 올해는 20편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틴 덕분에 4회를 맞아 활짝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의 슬로건은 '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다. 한국 기독교가 혐오와 배제의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자성의 의미도 담겨 있다.
 
극우적인 행태를 일삼는 일부 목사들로 인해 한국 기독교는 불신을 사고 있다. 1970년대 유신독재와 1980년대 군사독재로 이어지던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보루 역할을 맡기도 했던 것과는 달라진 변화다.
 
개인의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노동자나 빈민 등 기층민중의 편에서 약자들을 보듬어 안으며 기득권 독재세력과 싸웠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얻었다면, 지금은 편가르기에 더해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적어도 본질과는 다른 행태들을 바꿔보겠다는 모습이 영화제에 투영된 것이다. 올해 주제를 '실.상.가.상'으로 정한 것은 가정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실상을 명료하게 보여줄 수도 있다는 넓은 시각이 바탕이다. 소위 '기독교적인' 정답을 제시하는 영화보다는 다양한 관점으로 공감과 소통이 가능한 영화들을 부지런히 찾기 위함이다.
 
기독교영화제지만 종교적인 영화 집착 안 해
 
 4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폐막작 <너에게 가는 길>

4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폐막작 <너에게 가는 길> ⓒ 연분홍치마

 
20편의 상영작 중 개막작은 <아임 유어 맨>으로 2021년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최고 연기상 수상작이다.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 여성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 SF드라마다.
 
폐막작은 성소수자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변규리 감독 <너에게 가는 길>을 선택했다. 상영작 중 가장 주목되는 선택이다. 성소수자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일부 기독교 교단에서 종교재판이 진행되는 현실에서, 기독교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영화제로서 대단한 용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상영작 면면에는 '모두를 위하는' 기조가 적절히 스며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쁘띠마망>을 비롯해 <썸머 필름을 타고!> <피닉스> <퍼스트 카우> <피부를 판 남자> 등 난민과 역사, 위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상영한다.
 
실무적인 준비을 책임지고 있는 부집행위원장이자 수석 프로그래머인 최은 영화평론가는 "기독교영화제로서 소위 기독교적이고 종교적인 영화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성'에는 여러 측면이 있고, 개인적으로 저는 사회적인 영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이를 다룰 수 있는 영화라면 종교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이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야기할 수 있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독교영화제에서 이런 작품을 다루는구나!' 마음을 열 수도 있다"면서 "그런 게 공감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 모두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어도 깊이나 영역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는 것이다.
 
다양성 속에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도 배제하지 않고 같이할 수 있도록 하는 고민과 영화를 통해 뭔가 접점을 만들어 가고 싶은 노력이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에 담겨 있는 것이다.
 
4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는 10월 28일~30일까지 광화문 에무시네마에서 개최된다. 한국 기독교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새로운 시각을 안겨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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