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콘서트가 끝나고 공연의 여운을 나노 단위로 앓는 한편 미숙한 부산시의 행사 진행에 분개하고 있던 중에 방탄소년단 위버스 앱(팬, 소속사 그리고 아티스트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에 공지사항이 떴다. 멤버 진이 입대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2017년 팬이 된 이후 언젠가 다가오리라 생각해온 순간이다. 멤버 진은 10월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한 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를 것이며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 맏형 진을 필두로 입대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7일 맏형 진을 필두로 입대를 전격 선언했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진. ⓒ 방탄소년단 홈페이지

 
"우린 그동안 기다리면 된다"

"다녀와야 할 곳이면 다녀오면 되고 우린 그동안 기다리면 된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

팬 아미의 입장은 2018년 9월부터 지금까지 그대로다. 이 때를 왜 기억하고 있냐면 당시는 방탄소년단이 2018년 한 해에 두번째로 빌보드 200차트에서 1위를 한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진심으로 축하받기는커녕 모 정치인이 병역특례 운운하면서 이슈몰이를 하는 통에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이 마치 병역특례를 원하기라도 한 양 악플러들에게 배터지게 욕을 먹었다.

당분간 개인활동에 집중하겠다던 멤버들이 2030 부산엑스포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위촉된 일은, 완전체 콘서트를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홍보대사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에 대한 대체복무 제도 적용을 건의하고 나선 부산시장의 행보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맏형인 진의 입대 연기 기한인 12월이 가까워올수록 군입대 문제는 계속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전국민이 BTS의 군입대에 대해 입을 대기 시작했다. 때가 되면 병역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늘 말해온 방탄소년단의 팬으로서, 이들의 군복무 여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안줏거리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불편했다. 

리더 RM은 얼마 전에 열린 더팩트 뮤직어워드의 수상 소감에서 "원래 하던 스타일대로 여러가지에 대해서 시원하고 솔직하고 좋은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고, 조만간 많은 것들이 정리되면 여러분들께 늘 솔직했던 저희의 모습으로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때 어럼풋이 느꼈다. 조만간 뭔가 발표가 있겠구나. 하지만 당면한 관심사는 15일 열리는 'Yet to Come in BUSAN' 콘서트였고, 무좌석 스탠딩에서 살아남기가 지상과제인양 운동을 하며 콘서트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콘서트 당일에는, 10만 명 콘서트를 운운하더니 5만 명의 인파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산시의 진행능력을 보며 대환멸을 느끼다가 단 한번의 공연을 위해 멤버들이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면서 대환희를 느끼는 스펙타클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관련 기사: "대혼란 예상" 미국 아미의 충고, 현실이 됐다).

콘서트가 마지막을 향해갈 즈음, 리더 RM은 엔딩멘트를 통해 다시 한번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저희 앞에 무슨 일들이 펼쳐지더라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방탄소년단 7명의 마음이 같고 또 여러분들이 저희들을 믿어주신다면 저희는 앞으로 저희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굳건히 잘 이겨나가고 여러분과도 행복하게 공연하고 음악 만들고 할 것이니까 호석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부디 믿음을 가져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멤버들 입대에 대한 소속사의 공지가 나온 것이다. 

아미로서 지키고 있는 몇 가지 원칙
 
 BTS(방탄소년단)

BTS(방탄소년단) ⓒ 빅히트

 
2017년 방탄소년단의 팬이 된 이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 팬은 응원하는 사람이다.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 내 가수가 하는 말만 믿는다. 궁예하지 않는다.
- 멤버들이 하는 선택을 존중한다.


나는 그들의 노래와 가사에 마음이 움직였고 음악과 팬에게 보여주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반했다. 그거면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멤버들이 한 말을 믿는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내 생각을 섞지 않을 생각이다. 

그건 마치 결혼한 커플에게 아이 언제 가지냐고, 아이를 낳지 말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낳는 김에 하나 더 낳으라고 훈수 두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언제 하니, 요즘 뭐하니, 취직은 언제 하니, 왜 이리 살이 쪘니 등 무례한 질문을 하는 친척들도 마찬가지다. 친척이랍시고 선을 넘는 사람들을 꼰대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팬들도 그들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 리더와 멤버들은 며칠 후 팬들이 듣게 될 공지의 충격을 알고 미리 안전망을 쳐주었다. 멤버들은 한 마음이고 함께 겪을 준비가 되었다는 그의 말이 내가 믿고 몸을 맡겨도 될 안전망이다. 평소 진정성 있는 가사로 팬들을 응원하고 북돋아주던 팀다운 방식이다.

나도 앞으로 계속 여기 있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내 옆에 같은 마음의 수많은 아미들이 함께 있으리라고 믿는다. 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라고 해도 개인활동을 시작한 멤버들이 차례로 앨범을 발표하고, 멤버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앞으로 하게 될 다양한 활동들을 응원하다보면 어느새 다시 완전체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팬도 아니면서 멤버들이 군대를 가네 마네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개인 믹스테이프에 들어있는 곡이다. 그간 이유도 없이 욕을 먹고 차올랐던 울분을 시원하게 입밖으로 뱉어주는 내용이다.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새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 - <어떻게 생각해> 중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방탄소년단 방탄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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