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집사부일체>가 5년간의 여정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9월 18일 방송된 <집사부일체>는 시즌1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야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가객' 송창식이 일일 사부로 등장하여 멤버들과 함께하는 '쏭사부일체' 특집을 선보였다.
 
송창식은 대한민국에서 포크 음악을 대중화시킨 선구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의 원조로 꼽힌다. 한국적 정서를 살린 음악과 개성이 뚜렷한 음색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고, 전성기 시절 발표한 노래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퀄리터로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는 명곡들이다. 그 대부분이 송창식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이기도 하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송창식을 가리켜 "가왕 조용필의 맞은편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단 한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가수 양희은은 "노래를 딱 들으면 송창식 선배인줄 안다. 그분만의 체취같은 게 있다"고 평가했고, 박완규는 "저희 아버님이 송창식처럼 노래할 수 있다면 널 가수로 인정하겠다고 하셨던 분"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정작 송창식 본인은 "난 최고의 가수가 될 수 없다. 난 최고의 송창식이다"라면서 자신만의 길을 강조했다.

성악으로 음악인생을 시작했던 송창식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멤버들은 송창식의 집을 방문했다. '기인'답게 송창식은 개량한복을 입고 크림파스타 먹방을 하면서 멤버들을 맞이했다. 평소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기상한다는 송창식은 저녁 7시에 식사를 하는 것이 아침 첫 끼라고 밝혔다. 멤버들은 송창식의 식사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겨우 오프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멤버들은 송창식의 집구경에 나섰다. 옷장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개량한복에 멤버들이 놀라워하자, 송창식은 "개량한복을 방송에서 처음 만들어서 입고 나온 사람은 바로 나"라며 원조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젊은 시절 해외가요제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았던 송창식은 나름 최신 양복을 맞춰입고 나갔으나 후줄근한 자신의 모습에 오히려 실망했고, 그때부터 양복 대신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면서 "한복을 입으니 내가 제일 멋있더라"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송창식은 서구적인 체형의 멤버들과 자신을 비교하여 "나는 옛날사람이라 몸이 서구적으로 안 생겼다"고 셀프 디스했고, 멤버들은 겉으로는 부정하는 듯하다가 정적이 흐르면서 본능적으로 인정해버리는 리액션을 선보이자 폭소가 터졌다.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송창식은 작업실을 공개하며 자신만의 발성-건강 관리 비법을 공개했다. 송창식은 조깅을 대신하여 방안에서 빙글빙글 몸을 돌리는 뱅뱅운동과 기마자세 등을 자신만의 운동법으로 소개했다. 매일 2시간씩 뱅뱅운동을 한다거나, 30년간 해외를 나가보지 않았고, 귀신을 본다는 송창식의 믿거나말거나한 기인스러운 에피소드에, 멤버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풍인지 혼란스러워했다.

송창식은 "젊은 시절에는 입만 열면 구라(?)를 치던 시절이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쿨하게 스스로 인정했다. 듣고있던 이승기는 "조영남에게 구라치다가 코피 터진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는 돌직구 질문을 날려 폭소를 터뜨렸다. 송창식은 조영남이 초콜릿을 권하길래 집에서 굴러다닌다고 허풍을 떨었다가 맞아서 코피가 났다며 사실을 천연덕스럽게 인증하며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송창식의 '본캐'인 음악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본래 성악으로 음악인생을 시작했던 송창식은 "1등 없는 2등을 했다"고 회상했다. 정식으로 성악을 배운 게 아니다보니 실력은 뛰어나도 콩쿠르에서는 1등을 받기가 어려웠다고. 경기도에서는 나름 실력자로 자부했던 송창식은 서울에 올라와서 체계적으로 공부했던 성악 유망주들을 만나보니 "내 노래는 노래가 아니더라. 나는 성악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라고 현실을 깨닫고 되었고 이후 자신만의 음악인생을 찾기 시작했다고.
 
송창식은 "노래라는 건 결국 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각자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음악의 선구자'라는 이미지와 달리, 송창식은 의외로 "내 노래는 사실 정형화된 노래다. 감성이 아니라 계산하면서 노래했다.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낄뿐, 기분파처럼 부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다 인지하고 컨트롤하면서 불렀다"고 뜻밖의 진실을 고백했다.
 
송창식-정훈희 반세기 묵은 뒤늦은 쌍방고백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송창식은 7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박자 연습 등 기본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수인 이승기는 "똑같은 박자로 5분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히면서 송창식의 트레이드마크인 칼박자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계속 연습해서 몸에 배야 맞는 거다. 기초를 닦지 않으면 나중에 대가가 된다고 해도 박자가 맞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송창식은 기초연습의 중요성을 절감한 계기로 "전체로는 좋은데, 어느 순간 내가 소리를 내고 싶은 타이밍에 그 소리를 못 내고 있더라"고 회상하며 "내가 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 맞잖아? 그때 머릿속 순간과 소리를 내는 순간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송창식은 "차라리 모르면 괜찮다. 근데 내가 안 맞는다는 걸 알면 정말 죽을 맛이다. 내가 프로이고 전문가인데..."라면서 "인기가 아무리 있으면 뭐해. 내 마음에 안 드는데"라며 아티스트로서의 높은 자존심과 책임감을 고백했다. 멤버들은 거장이 전하는 교훈에 감탄하여 박수를 치며 숙연해졌다. 송창식은 "노래는 늘 부족하게 되어 있다. 조금 덜 부족하도록 연습하는 것"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송사부와 멤버들은 공연을 위하여 라이브카페로 이동했다. 송창식의 오랜 동료이자 또다른 가요계 전설 정훈희가 '꽃밭에서'를 열창하며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에 연애 기류가 있었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정훈희가 "서로 듀엣무대 제안이 왔을 때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밝히자 송창식은 대뜸 "그런게 요즘말로 '썸' 아니냐"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정훈희는 "나는 송창식이 나를 좋아한다고 표현해주길 기다렸다"고 화답하며 호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반세기 묵은 뒤늦은 쌍방고백에 멤버들과 제작진은 탄성을 내지르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승기는 두 사람이 OST '안개'로 참여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언급하며 "이런 게 영화다. 박찬욱 감독님에게 연락해서 '고백할 결심'이라는 속편이라도 만들어야겠다"도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송창식은 정작 박찬욱 감독이 그렇게 유명한 영화감독인지도 전혀 몰랐다고 밝히며 <헤어질 결심>을 보고나서야 "이분이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송창식과 정훈희는 듀엣으로 '안개'를 함께 열창하며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냈다.
 
송창식은 자신의 또다른 대표곡인 '담배가게 아가씨'를 언급하며 실제 모델은 당시 명동의 한 와이셔츠 가게 아가씨였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노래로 쓰기에는 너무 길어서 담배가게 아가씨로 바꿨다고.
 
이승기 "'덜 부족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멤버들은 송창식의 대표곡들과 함께하는 콜라보 무대를 꾸몄다. NCT 도영은 '사랑이야'를, 이승기는 '고래사냥'을 송창식과 함께 열창했다. 이승기는 "오늘이 5년간 함께 해왔던 <집사부일체>의 마지막 녹화일"이라고 소개하며 "항상 노래가 부족하다는 선배님의 말씀처럼, 저와 제작진, 멤버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 시즌2에서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송창식-정훈희와 <집사부> 멤버들은 명곡 '우리는'을 함께 열창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멤버들은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첫 회부터 쭉 함께 해왔던 이승기는 출연자들을 대표하여 "50년 동안 기초를 닦는다는 사부님의 모습처럼, 저희도 기초를 잃지 않고 훗날 '덜 부족해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훈훈하게 시즌1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7년 12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집사부일체>는 매주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부를 만나 인생의 교훈을 배운다는 색다른 콘셉트를 표방했다. 이승기와 양세형은 첫회부터 시즌1의 피날레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고, 김동현, 이상윤, 육성재, 신성록, 차은우, 유수빈, 은지원, 도영 등 여러 멤버들이 거쳐갔다. 특히 이승기에게는 군 전역 이후 방송 복귀작이자 SBS 연예대상(2018년)까지 수상했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를 남긴 작품이 됐다.
 
<집사부일체>에는 정재승, 윤여정, 이순재, 김창옥, 김주원, 김영하, 박지성, 조수미, 이경규, 류현진, 오은영, 이세돌, 김연경, 베르나르 베르베르,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스포츠, 대중문화, 정치, 과학 등 사회 모든 각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유명인들이 사부 역할로 출연했다.
 
방송을 거듭하면서 '올림픽스타 특집', '스우파(여성 댄서) 특집'처럼 때로는 일정한 콘셉트에 따라 여러 명의 사부들이 동시 출연하기도 했으며, '청와대일체'처럼 사람이 아닌 역사적 공간 그 자체가 사부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 1박 2일 >을 연상시키는 '친구특집' <비정상회담>을 오마주한 '토론특집', 음식 체험에 초점을 맞춘 '육식-채식 특집' 등 아예 사부가 출연하지 않거나 기존 콘셉트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인생철학과 성공비결, 유용한 지식과 정보들은 '교양적 메시지와 웃음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잦은 멤버교체라는 변수도 불구하고 이승기와 양세형을 중심으로 한 멤버들의 케미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방송이 장기화되면서 사부의 화제성에 따라 에피소드의 시청률과 완성도가 극과 극을 넘나드는 문제점이 부각됐다. 게스트가 '사부'라는 역할로 등장하는 콘셉트상 몇몇 출연자들은 부담을 느껴서 섭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출연자들이 방송 출연 전후로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사부와 동고동락하면서 삶의 교훈을 배운다는 방송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최신작 홍보를 위하여 출연하거나, 사부로서의 자격에 의문부호가 붙는 출연자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집사부일체>는 방영 초반에는 꽤 선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2 < 1박 2일 >이나 MBC <복면가왕>등에 비하여 차별화된 고정시청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침체기에 빠졌다.
 
5년 대장정의 피날레를 장식한 송창식 편은 묘하게도 첫 에피소드였던 전인권 편을 연상시켰다. 기인이나 괴짜같은 이미지로만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고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아티스트들의 일상은 잔잔하고 소박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에피소드의 사부가 된 송창식의 메시지를 통하여 '기본'과 '초심'의 중요성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 것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폐지가 아닌 일시적인 '재정비'를 선언한 <집사부일체>가 다시 초심과 변화 사이에서 어떤 모습의 시즌2로 돌아오게 될지 주목된다.
집사부일체 송창식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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