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찬성 57.7% 대 반대 39.8%'.

'BTS 병역 특례' 허용에 관한 국민 여론은 이랬다.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해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매우 찬성은 35.3%, 매우 반대는 27.5%, 다소 찬성은 22.4%, 다소 반대는 12.3% 등으로 나타났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5%p).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표본 수 등 여론조사의 외형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치다. 데뷔 9년을 맞은 BTS(방탄소년단)가 전 세계 음악 업계를 뒤흔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전무후무한 성과와 이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를 떠올리면 말이다.

눈에 띄는 것은 국민 여론과 정반대인 20대 남성의 의견이었다. 반대가 63.9%, 찬성이 33.9%이었다. 군 복무를 앞뒀거나 군을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20대 남성들은 BTS의 병역 특례 허용을 압도적으로 반대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층은 찬성(66.3%)이 반대(26.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대 남성과 정반대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참고로, 전체 성별로 보면 남성의 찬성 응답은 54%, 여성은 62.5%였다. BTS 병역 특례 허용이란 이슈 앞에서조차 첨예하게 갈리는 20대 남녀의 성향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게 다 정치권과 국방부 탓이다. 엊그제인 지난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일부 여야 의원들이 BTS의 병역 특례 여론조사를 앞세우며 압박에 나섰고, 국회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에 호응하며 제3기관에 의한 여론조사 조기 실시 검토 입장을 밝혔다(관련 기사: 병역특례법-부산 공연, BTS 둘러싼 두 논란의 연결고리).

그러자, BTS의 향후 행보를 향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외신들이 이 소식을 줄줄이 기사화했다. 대선 직후 여야가 바뀌었던 지난 4월, 정치권이 BTS의 병역 특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던 당시 상황을 영국 <가디언>이 'BTS 병역 논란으로 분열된 한국'이란 기사로 분석했던 것과 같은 양상이다.

신속히 보도한 외신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신속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 병역의 중요성, 국익 전반 등 다양한 요인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자) 이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 장관이 당장 실시하기보다 필요 여부를 조사하라고 당국자들에게 지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BTS 관련 외신 기사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8월 31일(현지시간) AP통신이 쏘아올린 공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이후 1일까지 영국 <가디언>,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 미국 <폭스5뉴욕> 등이 발 빠르게 AP통신발 BTS 병역 관련 여론조사 소식을 기사화했다. BTS 병역 문제가 아미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영미권 밖 국가들도 물론 이 소식을 신속히 전했다.

국방부의 여론조사 고려와 함께 한국의 징병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포함된 해당 기사 말미, AP통신은 "올해 초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60%가 BTS의 병역 특례 허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2020년 또 다른 조사에선 46%가 찬성을, 4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국가별 독자들의 시각에 따라 무엇을 읽을까는 천차만별 일 수 있다. 하지만 외신들이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분단국가' 한국의 징병제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외신들에 등장한 BTS 병역 특례 논란이 해외 독자들에게 지시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BTS 병역 특례를 둘러싸고 수년째 이어진 한국 내 논란과 이제 전 세계인의 관심사로 떠오른 문제를 해결하거나 수습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난맥상 말이다.

1일 NHK도 해당 소식을 전하며 "일부 한국인들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BTS의 멤버들이 병역 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조선일보>를 인용해 "그러나 국방부의 공개 설문조사 제안에 대해 온라인상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1일 상세한 분석 기사에서 한국의 징병제와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를 연결하며 BTS의 병역 특례가 일부 청년 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포춘>은 과거 오랜 기간 무명 기간을 거친 BTS가 '흙수저 아이돌'(dirt spoon idols)이라 불렸던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병역 면제는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젊은이들 다수가 스스로를 '흙수저 세대', 즉 사회의 저소득층이라 정의했다. BTS도 9년 전 한국에서 '흙수저 아이돌'로 처음 ​​명성을 얻었다. 소규모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던 하이브는 BTS의 성공으로 지금은 대중적으로 큰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서 AP발 'BTS 병역 특례 허용 여론조사' 기사를 인용하고 한국전이 종전한 1953년을 포함해 남북한의 휴전 상황까지 언급한 <포춘>은 "흙수저 출신 아이돌이 또래들이라면 누구나 짊어지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다는 점은 타당할까?"라고 물으며 기사를 끝맺었다.

국방부의 어이없는 항복 선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BTS 병역 문제 여론에 맡기겠다는 국방부의 무책임' (국민일보)
''BTS 병역특례' 여론조사 국방부가 할 일 아니다' (서울신문)


급기야 국방부발 여론조사가 2일자 일간지 사설에까지 출현했다.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나온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할 만하다. 일부 여야 의원들의 대책 없는 주장을 국방부가 얼떨결에 수용하면서 빚어진 어이없는 참극이라 할 만하다. 결국 국방부가 항복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1일 저녁 국방부가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방탄소년단(BTS) 병역문제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BTS 병역문제와 관련해 국방부가 마치 여론조사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바 국방부의 입장을 명확히 알려드린다. 국방부는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BTS 병역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국방부가 정치권에 등떠밀린 뒤 부정적 여론을 감지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선 꼴이 됐다. 국방부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외신마저 전광석화처럼 보도하는 BTS의 병역 관련 이슈를 이처럼 허술하게 대응해야 했느냐고. 정치권에 떠밀리듯 말잔치를 벌이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되느냐고.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BTS의 병역 특례 허용이 마치 여야 정치인이 BTS와 팬들, 국민들에게 수혜를 주고, 그것이 정치의 효능감을 입증하는 것마냥 무책임하게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BTS가 군입대를 거부하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수년째 그 어떤 속 시원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국방부가 부화뇌동할 일이 아니다. 금번 논란에서도 확인됐듯,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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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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