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에게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은 한마디로 '피렐라이온즈'였다. 홈런 두 방으로 승리를 이끈 호세 피렐라가 팬들을 열광케 했다.

삼성은 28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서 5-4로 승리를 거두고 2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이날 결과로 9위 삼성과 8위 두산 베어스의 격차는 어느덧 1.5경기 차까지 줄어들었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선발로 내세운 날이라 내심 삼성으로선 1승 1패가 아닌 2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길 바랐다. 그러나 시작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서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피렐라가 나타났다.
 
 28일 한화와 홈 경기서 삼성 호세 피렐라가 3회말 동점 3점포를 쏘아올리는 모습

28일 한화와 홈 경기서 삼성 호세 피렐라가 3회말 동점 3점포를 쏘아올리는 모습 ⓒ 삼성 라이온즈


값진 1승, 홈런 2개면 충분했다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3회말 삼성이 따라갈 기회를 잡았다. 김상수의 볼넷과 김지찬의 안타로 2사 1, 2루의 기회를 마련한 이후 피렐라가 상대 선발 김민우의 2구째 커브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작렬했다.

유리한 카운트는 아니었지만 커브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것을 놓치지 않은 피렐라가 홈런을 만들어냈다. 피렐라의 3점포로 단숨에 3점 차를 극복한 덕분에 홀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뷰캐넌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5회말 자동고의 4구에 이어 7회말에는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제 몫을 충분히 다한 경기였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6회말과 7회초 두 팀이 한 점씩 주고 받으면서 승리를 위해서는 두 팀 모두 결정적인 한방이 터져야 했다.

삼성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 펼쳐진 것은 두 팀이 4-4로 팽팽하게 맞서던 9회말이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피렐라가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 강재민의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큼지막한 솔로 아치를 그렸다. 타격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피렐라는 배트를 던지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피렐라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자 라이온즈파크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심지어 몇몇 삼성 팬들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덕아웃에서 뛰쳐나온 삼성 선수들은 다이아몬드를 한 바퀴 돌고 홈으로 돌아온 피렐라를 격하게 환영했다.

이 정도면 MVP 경쟁도 가능한 피렐라

KBO리그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피렐라는 140경기 타율 0.286(553타수 158안타) 29홈런 97타점 OPS 0.854로 팀이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리그나 팀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서 경기 외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적만 놓고 보면 당연히 1년 더 동행해야 하는 게 맞았다. 다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발바닥 통증이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발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 수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웠다. 한 번 더 피렐라를 믿었다가 혹시라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진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완벽한 몸상태로 시즌을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팀도 피렐라를 위한 깔창을 제작해주면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29일 현재 111경기 타율 0.347(438타수 152안타) 23홈런 87타점 83득점 OPS 0.989의 성적으로 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득점 부문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수비를 소화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동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나 김광현(SSG 랜더스) 등 국내 선수에 가려져 있던 피렐라 역시 MVP를 수상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KBO 시상과 관련이 있는 타이틀만 해도 무려 5개 부문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는데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할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팀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팬들의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 팬들에게 위안거리가 되고 있는 피렐라가 9월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KBO리그 데뷔 두 시즌 만에 MVP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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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 피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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