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 스틸 ⓒ Netflix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는 예외다. OTT 시대가, 넷플릭스 천하가 도래하기 이전이었다.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의 다채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도착했다.

2020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기자, OTT가 활황을 맞았다. 투입된 예산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넷플릭행을 선택한 영화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숫자도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장단은 확실했다. 투자는 하되 창작권을 보장한다는 넷플릭스의 원칙이 적용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의 반응 말이다. 넷플릭스는 <로마>와 작가주의 예술영화를 만들어 아카데미 상을 휩쓸기도 했다. 아직 한국에선 아무래도 수요가 확실한 장르물로 접근하는 수준이다.예산의 규모나 연출의 개성은 확실히 도드라진다. 하지만 그게 꼭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해내는지는 개별 콘텐츠마다 사정이 달라 보인다.

최근작인 <카터>의 경우, 300억 규모의 제작비를 통해 한국 액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극단적 실험을 감행했다. 액션 팬들은 환호했다. 지난 5일 공개 이후 월드와이드 차트 2위까지 찍었다. 반면 로튼토마토 지수는 43%, IMDB 평가는 5.2에 머물렀다. 이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안정된 예상과 흥행 결과에 노심초사하지 않고 전 세계 관객에게 동시에 선보일 수 있는 장점들이 확연하다. 그리고, 26일 <서울대작전>이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판을 깔아준 '힙'한 팝콘무비

힙합+레트로=힙트로! 힙스터와 바이브! 트렌디함과 스타일리시, 그리고 뉴트로. 그리하여 BACK TO THE 1988! <서울대작전>의 홍보문구는 이처럼 온갖 '힙'한 미사여구로 점철돼 있다. 원래 홍보는 원래가 원판 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법이다. 홍보가 영화를 포장할 순 있어도 영화 본편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때는 소위 쌍팔년도라 불리던 1988년. 여기 두 개의 시간이 상존한다. 서울올림픽 개최로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그때와 한 해 전 '1987' 민주화 항쟁 이후 '대머리 독재자'가 물러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시작되던 그때 말이다. <서울대작전>의 서울이란 공간은 이 이중의 시간이 관통하는 공간이고, 영화는 이 시공간의 소재화 혹은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주인공 패거리도 이 시공간에 단단히 결부된다. 사우디에서 '운전'으로 달러를 벌어온 '최강의 드리프터' 동욱(유아인)과 그 패거리들이 일종의 강탈극에 가세하는 '상계동 슈프림팀'인데 그 면면이 범상치가 않다. 같은 배경인 영화 < 1987 > 속 강동원이나 김태리와는 다른 시공간을 사는 듯 '바이브'를 외치는 '힙스터'들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들이 엮이는 사건이 또 간단치가 않다. 이들은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는데, '대머리 독재자'라는 별칭에서 눈치챌 수 있듯 그 VIP는 민주화 항쟁으로 권좌에서 물러나 있던 고 전두환씨다(영화는 끝끝내 그 실제 이름을 호명하지도, 극의 중심에 놓지도 않는다). 오정세가 연기하는 독재자 비자금 수사에 직을 내건 검사가 미국 비자와 범죄 기록 면죄 등을 당근 삼아 '상계동 슈프림팀'을 작전에 투입시킨다.

사실 그 작전이라는 게 별게 없다. 먼저 고작 비자금을 운반하는데 동욱과 같은 레이서가 필요할까 싶은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이어 신학과 출신 클럽 DJ 우삼(고경표)이 VIP의 2인자 강회장(문소리) 비서와의 잠자리를 이용하는 '스파이' 장면을 포함해 VIP를 무너뜨리기 위한 작전의 개연성이나 인물들의 동기 및 성격화 모두 헐겁기 짝이 없다.

<서울대작전>은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포니와 그랜저, 아디다스와 클래식 조던, TV 시리즈 <전격Z작전>이란 가시적 도구들을 한껏 전시하며 시대성을 뽐내는 것이 맞다. 1980년대를 배경 삼은 '케이퍼 무비' 장르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나 <베이비 드라이버>와 같은 '레이싱' 소재를 끼얹은 일종의 '팝콘무비'이다. 여기에 일견 '쿨'하고 '힙'한 젊은이들이 독재자 일당을 때려잡는 소동극의 외견을 띄고 있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그 소동극이 1988년의 서울을 '재현'한다기 보다 '재구'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관건은 <서울대작전>이 무엇을 위해 그 시대를 소환했고, 또 무엇을 욕망하느냐다.

'1988'을 소환한 <서울대작전>이 욕망하는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 스틸 ⓒ Netflix

 
< 1987 > 속 학생들과 다른 편엔 힙합의 문익점을 꿈꾸던 그때 그 시절 청춘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1980년대는 확실히 밴드의 시대였지만 한 쪽에선 이태원 클럽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었으니까. 1988년과 1990년대 초반 사이 맥도날드를 숭상하고 스케이드 보드와 조던에 열광하며 레이싱과 드리프트에 몰두했던 청춘들을 상상하고 재현하는 건 나름 흥미롭고 새로운 시도다. 활극으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킬 소재이기도 하다.

<서울대작전>은 그러나 이처럼 선명한 그 시절 기표들과 달리 인물들의 동기나 욕망의 구체성, 전개의 단단함은 쉽게 포기한다. 그 여백을 채우는 시대성조차 'VIP 비자금 운반'이란 주 사건에 일말의 현실성을 갖추기 위한 '모방'에 가까워 보인다. 대신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것은 장르영화의 손쉬운 법칙들과 가시적인 편집, 시대를 호명하는 경쾌한 음악들이다. 그 시공간을 강조하면서도 그 시공간을 '패션화'시키는 흥미로운 경우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이거다. 후반부 서울 도로를 활보하는 동욱의 레이싱이나 독재자의 하수인들을 응징하는 전개마저도 공들인 시각적 아이디어들을 전시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서울에 도착한 동욱과 동료들이 검사 무리를 피해 상계동 철거촌 흙밭을 질주할 때, 그 장쾌함을 의도한 연출은 영화의 시작을 여는 사우디 아라비아 레이싱 장면과 큰 변별점을 갖지 못한다. 그건 동욱과 동료들이 강남 아파트들이 옆으로 보이는 텅빈 한강 다리 위를 질주하고 이후 '남서울 공항' 도로로 이어지는 후반 레이싱 액션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니까 1988년이란 시대는 동욱의 질주를 위해 복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들여 찍은, 화려하고 긴 레이싱 액션신을 강조하고 싶은 욕망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서울대작전>이 가리키는 시대성이 대체로 이런 식이다. 그런 쌍팔년도였으니까 가능했을 거란 이야기 구성상 여백과 허용이 영화 전편을 아우른다. 특히 VIP 비자금과 연관된 수사기관의 작전이나 2인자 강회장 등의 대응을 묘사하는 설정들 대부분이 그렇다.

그렇다고 그 낭만화된 시대성이 극과 단단히, 구체적으로 결부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VIP 비자금'이 재벌가 비자금이었어도, 1988년 서울올림픽이 아니라 다른 허구의 국가적 이벤트였어도 동욱의 활약을 펼쳐내는 것과 크게 상관이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성공 사례들은 1020 관객들과 시청자들도 그때 그 시절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공교롭게도, 고경표가 출연했으며 그때 그 시절을 배경으로 가장 성공한 드라마라 할 수 있는 <응답하라 1988>의 배경 역시 1988년이었다. 참고로, 1988년을 이처럼 '힙'하게 '패션화'한 <서울대작전>의 상영 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출연은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문소리 배우의 악당 연기는 극의 긴장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다. 유아인을 필두로 이 200억 규모의 활극 속에서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1988년의 연출된 '힙'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 배우들의 연기 만으로 만족을 표하는 관객들은 그런 시대의 묘사조차 특별함으로 다가올 듯 싶다.

넷플릭스가 영어, 일본어 더빙을 지원하며 K-콘텐츠의 영광을 이어갈 영화로 홍보 중인 <서울대작전>이 우리 시청자들을 넘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몹시 궁금해다. 
서울대작전 넷플릭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