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농구 아시아컵 2022 2022년 7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FIBA 농구 아시아컵 2022 8강 이란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요르단의 아민 아부 하와스(왼쪽 두 번째)가 이란의 사자드 마샤예키(왼쪽)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인도네시아 농구 아시아컵 2022 2022년 7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FIBA 농구 아시아컵 2022 8강 이란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요르단의 아민 아부 하와스(왼쪽 두 번째)가 이란의 사자드 마샤예키(왼쪽)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 EPA/ADI WEDA

 
충격과 이변의 연속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2022 FIBA 아시아컵'에서 오랫동안 아시아 농구를 호령해오던 전통의 강자들이 잇달아 몰락했다. 12강에서 탈락한 필리핀에 이어 중국과 이란은 나란히 8강에서 무너졌다.
 
지난 7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8강전에서 중국은 레바논에게 69-72로 패했다. 이란은 요르단에게 76-91로 덜미를 잡혔다. 이보다 앞선 19일에는 필리핀이 12강에서 일본에게 81-1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중국(FIBA랭킹 28위)-이란(23위)-필리핀(31위)은 모두 아시아 농구를 대표하는 강호들이다. '만리장성' 중국은 역대 아시아컵(전신 아시아선수권 포함)에서 16회나 우승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이 5회, 이란이 3회 우승으로 각각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 대회까지 총 29번의 대회에서 이 3팀이 합작한 우승 횟수만 무려 24회에 이른다. 입상(3위 이내) 기록까지 포함하면 무려 34회다. 이 중 필리핀은 아시아컵 마지막 우승 기록이 1985년이었을만큼 더 이상 우승후보급 강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강팀들을 위협해온 다크호스였다. 심지어 중국과 이란은 2010년대까지도 아시아의 패권을 다퉜던 부동의 '양강'이었다.

그런데 아시아컵 통산 성적 역대 1~3위팀이 모두 8강에서 전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아시아 농구의 급격한 판도 변화와 상향평준화를 상징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다.

불운 겹친 중국... 세대교체 실패가 발목 잡은 이란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독 불운이 겹쳤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및 부상 등으로 전력 누수가 발생하며 2진급에 가까운 전력으로 대회를 치러야했다. 조별리그에서는 한국에 덜미를 잡히며 조 1위를 내줬고 12강을 거쳐 올라와야 했다. 레바논과의 8강전에서는 '트윈타워' 저우치와 왕저린이 모두 돌아왔음에도 최대 16점차로 끌려가는 등 졸전 끝에 탈락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최고의 빅맨으로 꼽히는 저우치는 레바논전에서 22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제몫을 다했으나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중국은 저우치 외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전무했다. 중국은 4쿼터 저우치의 원맨쇼로 막판 2분을 남기고 66-66 동점에 성공했지만, 대회 내내 계속된 수비불안이 발목을 잡으며 레바논의 에이스 와엘 아라지(32점)를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1975년부터 아시아컵에 참가하기 시작한 중국이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역대 4번째다. 지난 대회인 2017년(5위)에 이어 2회 연속 8강 탈락은 중국 농구 역사상 최초다. 물론 지난 대회는 우승팀인 호주에게 패했고, 이번 대회의 레바논 역시 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동농구의 강호였던 것을 감안하면, 아예 납득하지 못할 정도의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농구에서만큼은 오랫동안 '아시아의 왕'을 자부해왔던 중국이기에 큰 위안은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란은 세대교체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1985년생으로 37세 노장이자 '한국 킬러'로 악명 높던 하메드 하다디가 아직도 대표팀에서 에이스로 뛰고 있을 만큼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 하다디는 요르단전에서 19점 16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기록상으로는 좋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며 오히려 수비에서 구멍이 되어버리는 등 승부처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란은 모하메드 잠시디(23점 5어시스트), 베흐남 야크챨리(18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가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4쿼터에서 5분여간이나 무득점에 그치는 등 9-27로 밀린 게 뼈아팠다. FIBA랭킹 39위의 요르단은 12강에서 대만을 극적인 하프라인 역전 버저비터로 격침시킨 상승세를 이어가며, 귀화선수 다 터커가 3점슛 4개 포함 29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종횡무진 활약한 데 힘입어 이란을 무너뜨렸다.
 
이란이 8강에서 탈락한 것은 2011년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이란은 11년 전에도 똑같이 귀화선수를 앞세운 요르단에게 일격을 당하며 탈락한 바 있어서 역사가 반복된 셈이 됐다.
 
4강 길목에서 뉴질랜드 만나는 추일승호
 
한국 남자농구, 아시아컵 첫판서 중국에 12점 차 승리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중국에 93­:81로 승리했다. 사진은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강상재의 경기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한국 남자농구, 아시아컵 첫판서 중국에 12점 차 승리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중국에 93­:81로 승리했다. 사진은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강상재의 경기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이제 농구팬들의 관심은 추일승호의 행보에 모아진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은 21일 오후 10시 뉴질랜드와 4강 진출을 놓고 대결한다.
 
한국농구는 뉴질랜드와 이미 여러 차례 맞붙어본 경험이 있다. FIBA 랭킹에선 30위로 뉴질랜드(27위)보다 다소 낮지만 상대 전적에선 오히려 앞선다. 2017년과 2018년 FIBA 월드컵 예선에서 두 차례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했고, 2017년 아시아컵에선 조별리그와 3~4위전에서 만나 모두 승리한 바 있어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추일승호는 조별리그에서 장신 스윙맨들을 앞세운 포워드농구와 무한 로테이션, 에이스 라건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중국을 제치고 당당히 조별리그 1위를 기록했다. 8강에 직행하며 강팀들을 피한 데다 조별리그 이후 4일간의 휴식을 취하며 체력까지 충전한 만큼 결선 토너먼트에서도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변수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허웅이 뉴질랜드와의 8강전에 출전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현 대표팀에서 유일한 정통슈터이자 '조커'로 쏠쏠한 활약을 보였던 허웅의 공백은 추일승호에게는 뼈아픈 손실이다. 하지만 다행히 다른 감염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뉴질랜드는 조별리그 3경기와 8강 시리아전까지 4경기에서 평균 51.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전체 1위에 오른 높이가 위협적이다. 뉴질랜드가 이번 대회 경기당 3점슛 시도 역시 34.5개로 1위를 기록한 것도 바로 리바운드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다.

한국은 리바운드 42.3개를 잡아내며 16개 팀 중 5위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뉴질랜드와 격차가 있지만, 한국에는 '골밑의 제왕' 라건아가 있고, 장신 포워드진도 경쟁력있는 높이와 활동량까지 갖추고 있다. 철저한 박스아웃으로 상대의 공격리바운드 허용률을 줄이고 강점인 빠른 트랜지션을 살릴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역대 아시아컵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팀은 모두 6팀(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이란, 필리핀) 뿐이다. 이 중 벌써 절반이 8강에서 탈락했다. 아시아컵 역대 5위 성적을 기록중인 일본(2회 우승, 14회 입상)도 8강에서 디펜딩챔피언이자 FIBA랭킹 3위의 호주(1회 우승)를 만나기에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오세아니아팀인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아시아 전통강호 '빅4'이자 우승 경험이 있는 팀 중에서는 이제 한국(2회 우승, 역대 성적 4위)만이 살아남아 4강 도전의 마지막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우승후보인 중국과 이란의 조기탈락은 한국에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위기도 될수 있다. 한국은 뉴질랜드를 넘으면 호주 vs. 일본전 승자와 만난다. 한국농구의 현실적인 목표는 4강이었지만, 유난히 이변이 많은 이번 대회인만큼 앞으로도 어떤 상황,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1997년 마지막 우승 이후 더 이상 아시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한국농구로서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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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호 FIBA아시아컵 뉴질랜드 아시아컵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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