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손호영

LG 손호영 ⓒ 연합뉴스

 
LG가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두산과의 잠실 라이벌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2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9-6으로 승리했다. 두산의 1선발 로버트 스탁을 5회에 강판시키는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인 LG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2승 1패로 마치며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8-10으로 패한 4위 KIA타이거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34승 1무 26패).

LG는 선발 임준형이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5회부터 필승조 이정용을 투입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5회말 역전에 성공한 후 김진성과 정우영,고우석을 차례로 투입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타석에서는 5회 2타점 3루타를 때린 홍창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박해민과 유강남이 나란히 3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신예 손호영은 2안타2볼넷2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LG의 새로운 2루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2루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서건창과 송찬의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자타가 공인하는 LG의 유력 2루수 후보는 당연히 '서교수' 서건창이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FA 신청을 유보했던 서건창은 올 시즌 명예회복을 위해 칼을 갈며 시즌을 준비했다. 만약 서건창이 3번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던 히어로즈 시절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오지환과 서건창이 지키는 키스톤 콤비는 LG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서건창은 올 시즌에도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루수로 38경기에 선발 출전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47경기에 출전한 서건창은 타율 .212 1홈런 11타점 24득점 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553로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2루수로 321이닝을 소화하며 실책이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수비에서는 안정을 찾았지만 LG가 서건창에게 기대했던 모습은 '수비형 2루수'가 아니다.

서건창의 부활이 요원해지자 LG팬들은 '시범경기 홈런왕' 송찬의에게 기대를 걸었다. 작년까지 1군 출전 경험이 전무했던 송찬의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12경기에 출전해 6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6개의 홈런이 빅리그 90승 투수 이반 노바, 올 시즌 81억 원의 연봉을 받는 김광현(이상 SSG 랜더스), 두산이 토종에이스로 기대했던 이영하 등에게서 뽑아내 송찬의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커졌다.

2루수와 1루수,코너 외야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송찬의는 서건창의 부진이 길어지자 2루수로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21경기에 출전한 송찬의는 타율 .236 2홈런 8타점 6득점 OPS .677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타격에서는 서건창보다 약간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2루수로 91이닝을 소화해 4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확실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2루를 맡기기엔 수비가 너무 불안하다는 뜻이다.

서건창과 송찬의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LG는 이상호, 이영빈, 외국인 선수 리오 루이즈 등에게도 2루를 맡겨 봤지만 누구도 확실한 적임자가 되지 못했다. 두꺼운 선수층으로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LG지만 최근 몇 년 동안 2루수 문제는 여전한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따라서 주전으로 출전한 최근 2경기에서 4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한 손호영의 등장은 류지현 감독과 LG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13경기에서 5할 맹타로 2루 다크호스 급부상

홍익대 1학년 재학 중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학업을 마친 손호영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에 진출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더블A 무대조차 밟지 못하고 3년 만에 방출됐다. 2017년 현역으로 입대한 손호영은 전역 후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활약하다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에 지명됐다. 독립야구단 출신임을 고려하면 비교적 빠른 순번의 지명이었다.

손호영은 KBO리그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20년 내야 전 포지션을 돌아다니며 타율 .367(30타수 11안타) 3타점 9득점 5도루를 기록했다. 빠른 발을 앞세워 대주자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23경기라는 출전 경기수가 말해주듯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진 못했다. 정주현에서 서건창으로 주전 2루수가 교체됐던 작년 시즌엔 8경기 출전에 그치며 1군에서 더욱 보기 힘든 선수가 됐다.

사실 손호영은 올 시즌에도 LG의 주요 전력에 포함되지 못했다. 실제로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손호영은 5월 중순 1군에 콜업됐지만 5월말까지 단 6경기에만 교체 선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손호영은 지난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며 류지현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고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서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

손호영은 10일 경기에서 8회 김현수 타석에서 대타로 출전해 시즌 2호 홈런을 터트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11일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기회를 얻었다. LG가 4-5로 패한 11일 경기에서 멀티히트와 함께 1타점1득점으로 제 몫을 해낸 손호영은 12일 경기에서 안타 2개와 볼넷 2개로 2타점 2득점을 적립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아직 표본은 매우 적지만 올 시즌 13경기에서 손호영의 OPS는 무려 1.725에 달한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귀국 후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치고 독립야구단에서도 활약했던 손호영은 올해 프로 3년 차에 불과하지만 나이는 이미 20대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나이로 보면 프로무대에서 실적을 올려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먼 길을 돌아 다소 늦은 나이에 프로에서 빛을 보고 있는 손호영은 과연 LG의 고질적인 취약포지션인 2루에서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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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손호영 2루수 다크호스 연천 미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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