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도혁(맨 위)의 컷 백 크로스 어시스트 순간

41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김도혁(맨 위)의 컷 백 크로스 어시스트 순간 ⓒ 심재철

 
초록 그라운드의 꽃, 골은 누구나 넣을 수 있지만 이런 골들은 정말 아무나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주민규가 두 번이나 알려줬다. 게임 시작 후 122초 벼락골도 모자라 후반전 추가 시간이 시작되고 144초에 터진 극장 동점골은 단연 압권이었다. 체격 조건도 좋고 기술도 뛰어난 외국인 골잡이들을 모두 따돌리고 지난 시즌 22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준 셈이다. 주민규의 득점 행진이 비교적 늦게 시작된 시즌일 뿐이다.

남기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10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2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지난 시즌 득점왕 주민규의 믿기 힘든 극장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인천 유나이티드, 전반전 뒤집기는 대단했지만...

득점왕 주민규의 골 감각이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데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가 게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안태현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를 받아 기막히게 이마로 공을 돌려넣은 것이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골키퍼 김동헌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보았지만 주민규의 헤더는 기둥을 스치듯 빨려들어갔다. 겨우 122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주민규 덕분에 그라운드는 예상보다 일찍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순위 2위까지 올라서며 놀라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5234명의 홈팬들 앞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28분에 현재 득점 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테판 무고사가 감각적인 헤더 동점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보섭이 왼발로 감아올린 얼리 크로스가 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창민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틀어진 것을 놓치지 않고 골 냄새를 정확히 맡은 것이다.

스테판 무고사의 5게임 연속 골 행진에 기세가 오른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역전 골을 만들어냈다. 41분, 아길라르의 시원한 오픈 패스를 김도혁이 받아서 안태현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내준 컷 백 크로스를 이명주가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새로운 살림꾼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명주가 홈팬들에게 선물하는 첫 번째 득점 기록이었다.

이례적으로 전반전에 뒤집힌 게임 흐름은 후반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뜻밖의 변수가 또 하나 터져나왔다. 지난 화요일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센터백 김동민이 퇴장 당하며 고생 많았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 게임 김동민의 대체 선수로 나온 강민수마저 쫓겨나는 화를 겪었다. 61분, 위험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민수의 거친 태클이 제주 유나이티드 주민규를 쓰러뜨린 것이다. 박병진 주심은 다친 선수들을 위한 응급 조치를 취한 뒤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쳐 강민수에게 빨간 딱지를 꺼내들었다.

주민규의 기막힌 동점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수비수 강민수의 퇴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드필더 이동수를 바꿔 들여보내 급한 불을 껐지만 훌륭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를 맨 앞에 두고도 효율적인 역습을 펼칠 수 없었다. 1골을 뒤지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홈 팀 선수들을 그라운드 북쪽에 가둬놓고 일방적으로 두들기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그 중심에는 지난 시즌 득점왕 주민규가 우뚝 서 있었다.

주민규는 122초 첫 골도 모자라 믿기 힘든 축구 드라마 또 한 편을 멋지게 만들어냈다. 추가 시간 4분이 공지되고 144초가 찍히는 순간 주민규가 웬만한 선수들도 흉내내기 힘든 오른발 터닝 발리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김주공과 정우재의 헤더 패스가 골문 앞에 자리잡은 교체 선수 조성준에게 날아들었고, 4월 3일 아픈 역사의 상징 동백꽃이 붙은 제주 유나이티드 어웨이 유니폼 가슴 어시스트를 받아 주민규가 중심을 낮춰 몸을 날렸다.
 
 90분+144초,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맨 왼쪽)가 극장 동점골(2-2)을 터뜨리는 순간

90분+144초,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맨 왼쪽)가 극장 동점골(2-2)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이로 인해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마치 역전승을 거둔 듯 극장 골 감격을 나눴다. 주민규의 극장 동점골은 한 팀에게는 비겼지만 진 느낌을, 다른 한 팀에게는 비겼지만 이긴 느낌을 선물한 셈이다.

이제 두 팀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조별리그 일정으로 인한 휴식기를 비교적 길게 보낼 수 있게 됐다. 오는 27일(수) FA컵 3라운드(인천 유나이티드 FC - 광주 FC / 제주 유나이티드 - FC 안양)를 끝낸 뒤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어린이날 오후 7시 수원 FC와 어웨이 게임을 펼치며, 제주 유나이티드도 같은 날 오후 2시 성남 FC를 만나러 탄천종합운동장으로 찾아간다.

2022 K리그 1 결과(10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구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2-2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스테판 무고사(28분), 이명주(41분,도움-김도혁) / 주민규(122초,도움-안태현), 주민규(90분+144초,도움-조성준)]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도혁(58분↔이주용), 스테판 무고사(80분↔박창환), 아길라르(58분↔송시우)
MF : 민경현, 여름(65분↔이동수), 이명주(80분↔이용재), 김보섭
DF : 델브리지, 강민수(퇴장-63분), 오반석
GK : 김동헌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제르소(68분↔조성준), 주민규, 추상훈(23분↔김주공)
MF : 정우재, 최영준, 이창민, 안현범(78분↔조나탄 링)
DF : 정운, 김봉수, 안태현
GK : 유연수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3점 7승 2무 15득점 5실점 +10
2 인천 유나이티드 FC 18점 5승 3무 1패 10득점 6실점 +4
3 포항 스틸러스 15점 4승 3무 2패 12득점 8실점 +4
4 전북 현대 14점 4승 2무 3패 10득점 7실점 +3
5 제주 유나이티드 13점 3승 4무 2패 8득점 8실점 0
6 김천 상무 12점 3승 3무 3패 12득점 9실점 +3
7 수원 FC 10점 3승 1무 5패 13득점 15실점 -2
8 강원 FC 10점 2승 4무 3패 10득점 10실점 0
8 FC 서울 10점 2승 4무 3패 10득점 10실점 0
10 대구 FC 8점 2승 2무 5패 10득점 15실점 -5
11 수원 블루윙즈 7점 1승 4무 4패 7득점 11실점 -4
12 성남 FC 5점 1승 2무 6패 7득점 20실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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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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