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골 세리머니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손흥민 골 세리머니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10회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자존심' 손흥민에게도 이번 월드컵 예선은 특별한 시간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손흥민은 지난 2014 브라질-2018 러시아에 이어 이번 2022 카타르까지 3회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을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주장을 맡아 4년간 묵묵히 팀의 리더로서 활약하며 거둔 결실이기에 더욱 값지다.
 
손흥민은 이번 최종예선 8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하며 메디 타레미, 알리레자 자한바크시(이상 이란), 우레이(중국), 이토 준야(일본), 살레흐 알셰흐리(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아시아 최종예선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부상으로 인한 2경기 결장, UAE와의 최종전 침묵 등으로 단독 득점왕 등극의 기회를 놓친 게 아쉽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선수가 득점 선두에 오른 것만도 무려 12년 만이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아직 데뷔하기 전인 지난 200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박지성(전북 현대 어드바이저)과 이근호(대구FC)가 최종예선 3골로 자바드 네쿠남(이란) 등과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바 있다.
 
손흥민은 앞서 출전했던 2014 브라질과 2018 러시아 최종예선에서는 각각 한 골씩을 넣는 데 그쳤다. 브라질 대회 당시에서는 아직 유망주 시절이라 대표팀에서도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출전시간과 기량이 들쭉날쭉했고, 러시아 대회에서는 상대의 집중견제와 대표팀의 부진 속에 손흥민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도 한동안 이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아, 손흥민은 2019년 10월부터 약 2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골 침묵에 허덕인 시절도 있었다. 이는 손흥민의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에 비하여 대표팀, 특히 아시아 무대에서는 오히려 부진하다는 이야기 나오는 계기가 됐다.
 
대표팀에서 약하다는 이미지 깬 손흥민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3.24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3.24 ⓒ 연합뉴스

 
하지만 손흥민은 이번 최종예선을 통하여 그동안 대표팀에서 약하다는 이미지를 깨끗이 떨쳐냈다. 손흥민이 기록한 4골은 모두 그 순도가 높았을 뿐 아니라 벤투호의 운명을 바꾼 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환점은 2021년 10월 7일 시리아와의 A조 3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44분 극장골을 넣으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낸 순간이었다. 손흥민의 최종예선 첫 득점이자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 이후 코로나 중단기까지 포함하여 대표팀에서 무려 2년간이나 이어진 A매치 필드골 무득점 징크스를 깨고 자신감을 되찾는 값진 골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최종예선 2경기에서 졸전 끝에 1승 1무에 그치며 출발이 좋지않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만일 이날 경기까지 시리아와 비겼다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었다. 손흥민의 시리아전 결승골은 한국이 초반 위기를 딛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또한 손흥민은 곧바로 이어진 이란 원정에서는 선제골을 끌어내며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스타디움에서 골을 터뜨리며 승점 1점을 따낸 것은 최종예선의 중요한 고비를 넘는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며 9차전까지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조기에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이란과 홈 9차전에서도 전반 47분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과 최종예선 조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툰 이란을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모두 골을 기록한 것은 2009년 남아공 예선 대회 당시의 주장 박지성 이후 13년 만이었다. 손흥민이 최종예선에서 골을 기록한 경기에서 한국은 3승 1무로 한 번도 지지않았고 그중 2골이 결승골이었다.
 
최종예선을 포함해 월드컵 예선과 본선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손흥민은 통산 15골로 역대 1위에 올라있다. 손흥민은 세계의 강자들이 출전하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2014 브라질 대회에서 1골(알제리), 2018 러시아 대회에서 2골(멕시코, 독일)을 기록하며 총 3골로 박지성-안정환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손흥민은 다음 카타르 대회에서는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서는 12년 만에 월드컵 3회 연속 본선 득점-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득점 신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3번째 월드컵에서 차-박 넘어설까
 
카메라 향해 인사하는 손흥민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손흥민이 인터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김영권의 골로 이란에게 11년만에 승리를 거둔 한국은 조1위로 올라섰다.

▲ 카메라 향해 인사하는 손흥민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손흥민이 인터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김영권의 골로 이란에게 11년만에 승리를 거둔 한국은 조1위로 올라섰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최종예선에서 A매치 98경기 31골을 기록중이다. 국가대표 선수에게는 꿈의 기록인 센츄리 클럽 역대 15번째 가입이 임박했다. 이 부문 1위는 136경기를 뛴 차범근과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이다. 31골은 역대 대한민국 대표선수 중 단독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그보다 앞선 선수는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 박이천(36골) 이동국, 김재한(이상 33골)뿐이다. 모든 면에서 이미 살아있는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위대한 선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손흥민의 커리어에 몇 안 되는 아쉬움은 클럽팀에서 우승트로피가 없다는 것과, 대표팀에서의 성과가 다소 아쉽다는 것이었다. 특히 손흥민과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앞세대의 레전드인 차범근-박지성에 비하여 가장 뚜렷하게 열세인 부분이기도 하다. 차범근은 수십년째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남자대표팀 A매치 최다출장-최다득점 기록 보유자이고, 박지성은 한일월드컵 4강-최초의 원정 16강(2010 남아공 대회)의 핵심 주역이었다. 손흥민도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두 번 모두 조별리그 탈락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2022 카타르 대회는 손흥민이 최전성기의 기량으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대표팀이 벤투 체제에서 모처럼 최고의 성적과 전력으로 압도적인 예선통과에 성공하며 지난 두 대회보다 발전했다는 기대감도 높다.
 
손흥민이 4년 뒤에도 다음 월드컵에 도전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박지성-구자철-기성용 등 최근 손흥민의 대표팀 주장 선배들은 모두 현재 손흥민의 나이가 되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손흥민이 그때도 최고의 기량과 몸상태, 대표팀에 대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손흥민은 이제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다. 해외 매체에서도 다가오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빛낼 스타 중 한 명으로 손흥민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캡틴'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한번 골을 넣고 태극군단을 12년 만에 16강 이상의 성적으로 이끈다면, 대표팀에서도 이제 차범근-박지성의 그늘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팬들은 지금 '손흥민의 시대'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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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손흥민득점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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