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노래는 작은 행복이고 진심이자, 곧 인생이었다. 3월 14일 첫 방송된 JTBC <뜨거운 씽어즈>가 첫 회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노래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15인의 참가자들의 애틋한 사연과 무대로 감동을 자아냈다.
 
오프닝은 나문희가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를 열창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나문희는 인터뷰에서 노래가 주는 행복감을 이야기하며 "노래는 내 분야가 아니다 보니까 상당히 행복한 것 같다. '나는 왜 저런 건 안 시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을) 한다고 한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고령 출연자 김영옥은 "노래는 좋아서 하는 거다. 그런 걸 빼면 전부 일이다. 그런 재미도 없으면 안되겠어서"라며 노래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장현성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른데, 노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일이다. 평생의 짝사랑(노래)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은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출연자들은 '합창단'을 꾸려서 함께 무대를 만들게 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무대라는 데 출연자들은 모두 안도하며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김문정 감독은 합창을 "그림이 있는 음악, 이야기가 있는 노래"라고 정의하며 "이분들은 너무 풍부한 이야기와 그림이 느껴져서 감동이 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출연"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합창단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각 단원들의 자리에는 각자의 이름 대신 대표적인 수식어로 만든 닉네임이 붙여져 있었다. 맏언니 라인인 나문희는 '여우주연상만 7번' 김영옥은 '아들딸이 500명'이라고 쓰여진 자리에 착석하며 시작부터 티격태격하는 정다운 케미를 드러냈다.
 
세 번째 출연자로 단원 겸 MC 역할로 전현무가 등장했다. '내일은 고막남친'이라는 자리에 착석한 전현무는 "10년간 음악프로 진행만 했다. 노래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고백하며 "노래만 하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이제는 노래로 놀림받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데뷔 50년차'의 주인공은 아역 출신 중견배우 윤유선이 등장하여 큰 언니들의 사랑을 받았다. 윤유선은 여러 남자배우들과 극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인연 때문에 출연자가 등장할 때마다 "남편이 대체 몇 명이냐"는 놀림을 받았다.
 
'2집 가수' 김광규, '비주얼센터' 이종혁, '연세대 엄친아' 우현 등 차례로 등장했다. 서민적인 이미지와 달리 우현은 "대학교 들어와서 돼지고기를 처음 먹었다. 그전엔 늘 소고기만 먹었다"고 의외로 고급스러웠던 젊은 날을 자랑하는 듯했으나, "먹을 때는 한 가지만 먹으면 안 된다. 내 얼굴을 보면 아시겠지만"이라는 자폭개그로 마무리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어쩌다 우현과 김광규 사이에 앉은 이종혁은 "저를 살리려고 두 분을 옆에 놓은 거냐"고 질문하여 선배들을 당황하게 했다.
 
'어머니들의 박보검' 닉네임의 주인공 최대철은 등장과 동시에 특유의 강아지같은 댕댕미로 선배들의 사랑을 받았다. '쎈 언니들의 쎈언니' 서이숙은 대선배 김영옥과 나문희를 발견하자 바로 순둥한 모습으로 돌변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특유의 동굴보이스가 돋보이는 '예고 교장선생님' 이병준은 뮤지컬 실력자 출신답게 등장하마자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남성 출연자들의 견제를 받았다.
 
'이정재 친구'라는 닉네임을 등장한 배우 이서환은 동료 배우들조차도 보컬 강사나 방송국장으로 착각할 만큼 대부분 낯선 초면이라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알고보니 이서환은 <오징어게임>을 비롯하여 <다만 악하에서 구하소서> <마약왕> 등 여러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신스틸러이자 숨겨진 가창력의 소유자였다.
 
'나문희 선생님'으로는 박준면이 등장했다. 닉네임은 박준면이 나문희와 공연한 영화 <하모니>에서 지휘자 역할을 해 '나문희의 음악선생님'을 맡았다는 의미였다. 또한 박준면은 우현-김광규와도 로맨스 연기로 인연이 있었다. 이종혁은 "고생 많이 했네"고 깐족거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신구 술친구'의 주인공은 25년차 연극배우 우미화였다. 대선배 신구와는 연극에서 부녀간으로 인연을 맺으며 이후로도 종종 술자리를 함께 한다고. '가수 최초 미니시리즈 남주'로는 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 권인하가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쎄씨봉 이장희'는 영화 <쎄씨봉>에서 이장희를 연기했던 '뮤지션 역할 전문배우' 장현성이었다. 김광규는 장현성이 등장하자마자 유독 견제심을 드러내며 혼자만의 라이벌 구도로 웃음을 자아냈다.
 
최고령은 86세 김영옥, 최연소는 45세 최대철이었다. 최대철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오히려 귀염받는 막내 역할을 반겼다. 이병준은 의외로 "제가 의외로 귀엽다"고 막내 역할을 탐내는 모습을 보였다. 함께 공연했던 5살 연상의 배우 이보희에게 '누나'라고 애교를 부렸던 일화를 언급하며 "귀여움을 발휘하여 선배님들을 잘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나문희 "다시 태어나면 음악하고 싶다"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화기애애하게 첫 인사를 마친 멤버들은 자리를 옮겨 자기 소개 무대를 가졌다.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과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이 합창단을 이끌 공동 감독으로 등장했다. 두 사람은 김문정의 반주와 최정훈의 보컬로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 무대를 감미롭게 선보이며 단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김문정은 "좋은 추억과 감동의 순간을 하고자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최정훈은 김영옥-나문희-장현성 등이 출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OST를 작업한 추억을 회상하며 "저한테는 뜻깊고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출연 제의를 듣고)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출연자들은 각자 준비한 노래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문정은 "탈락은 없다"면서도 "심사평은 필요하다. 발전을 위해서, 칭찬은 집에서 들으면 된다"며 엄정한 심사를 예고했다. 김영옥은 "노래를 듣고 안 되겠다 싶으면 무참하게 잘라달라"고 부탁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베테랑 배우들도 노래로 심사받는 무대에 긴장감을 감추지못했다.
 
나문희가 첫 순서로 나섰다. "다시 태어나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힌 나문희는 음악레슨을 받다가 김영옥의 추천을 받은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단번에 출연을 수락한 일화를 밝혔다. 나문희는 "노인들도 우리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노래를 하려고 무대에 선 건 처음이다. 많이 떨리고 걱정되지만 이걸 재미로 삼아서 행복하게 하겠다"고 다짐하며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나문희는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를 열창했다. 마치 배우가 대사를 연기하듯 가사 하나하나에 진심과 감정을 실어 전달하는 나문희의 열창에, 지켜보던 많은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김문정은 "바로 이런 것 같다. 이게 바로 선생님의 무대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무대였다"고 평가하며 "선생님이 쌓아오신 이야기가 하나도 거짓말이 없기 때문에, 지금 하신 노래가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들렸고, 어느 순간 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며 눈물을 참았다고 밝혔다.
 
김문정은 나문희가 첫 무대이고 어려운 노래를 용기있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 뜨씽즈 단원들과 어떤 무대를 해도 될 것 같다는 도전의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고 극찬했다. 가수인 권인하는 "노래를 잘 부른다 못 부른다보다는 노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가수보다 더 큰 감동의 물결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평했다.
 
두 번째로는 서이숙이 등장했다. 서이숙은 가수 송가인의 노래연기 스승이었다는 깜짝 이력을 공개했다. 오랜 연극배우 경력과 무명생활을 딛고 전성기를 맞이한 서이숙은 "긴 시간을 일을 하다보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그래도 네가 가는 길이 그 길이야'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면 항상 답은 있다. 시간의 공력을 믿는다"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서이숙의 노래는 마야의 '나를 외치다'였다.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보는 이를 빠져들게하는 가창력과 여유로운 제스츄어에 출연자들은 열광했다. 권인하는 "노래를 잘 불러서 멋있는 것도 있지만, 자신있는 모습 덕분에 더 폼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문정은 "주변에 서이숙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따라가고 믿을 수 있는 언니같다. 우리 합창단이 든든하게 따라갈 수 있는 기둥같은 메조소프라노의 재질이 있다"고 극찬했다.
 
김영옥의 노래 그리고 눈물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세 번째 무대는 2집 가수 경력의 김광규였다.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선곡한 김광규는 "서른살 즈음에 인생을 리셋했다"고 고백하며 택시기사, 웨이터, 직업군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늦깎이 배우의 길에 뛰어들어 여기까지 오게된 과정을 돌아봤다.
 
장현성은 "어린 소년이 저 얼굴(?)이 되기까지 지나간 사랑들이 방울방울 달려있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최정훈은 "꾸밈없는 청순한 소리를 들었다"는 미묘한 심사평을 남겼다. 김문정은 합창단에서 김광규의 포지션을 고민했다. 김광규는 고음의 테너를 자원했지만 그만 음이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며 "그냥 베이스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며 끝까지 웃음을 줬다.
 
네 번째로 장현성이 등장했다. 유독 뮤지션 역할을 많이 했던 장현성은 "어릴 때부터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음악이 가장 좋았다"면서 "음악은 나에겐 짝사랑 같은 거다. 오랫동안 했던 나의 짝사랑에 조금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고백은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며 합창단에 도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선곡한 장현성은 "찬란했던 나의 20대에 이 노래를 바친다"면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열창했다.
 
김문정은 "놀라웠던 게 고음으로 갈수록 소리가 예뻤다. 저음이 약간 불안한데 호흡이 좀더 실리면 매력적인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장현성은 "무대에 서보니 배우들이 노래를 다 자기 연기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니까 더 큰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다음 무대는 맏언니 김영옥이었다. 내내 떨리는 모습으로 순서를 기다렸던 김영옥은 여중여고 시절 합창단 경력자에 나문희까지 꼬드겨 합류했지만, 정작 출연을 수락하고나서 후회했다고 고백했다. "들어와서보니 예전 생각만 거다. 음정도 안 되고 박자도 안 된다. 감안해서 들어달라. 시청자 분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걱정했다.
 
김영옥은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선곡했다. 김영옥은 "가사를 곱씹어 보니까 나의 얼마 안 남은 미래도 상상해 보고 내 주위의 먼저 간 사람도 생각을 하면서 이 노래가 슬픔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위로하는 음악 같다"고 했다. 애틋한 노래가사에 김영옥의 인생과 진심이 담기는 순간 커지는 감동에 배우들은 일제히 눈물을 훔쳤다.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김문정마저도 끝내 눈시울을 글썽였다. 김문정은 "너무하셨다. 이런 노래를 이렇게 불러주시면, 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며 "음악이 주는 힘이 음악성과 이야기가 공존할 때 얼마나 큰 에너지와 감동이 나오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극찬했다.
 
김영옥은 노래 가사에 나오는 '바람'이 안스러웠다고 언급하며 "만약 내세가 있다면 그저 사라지는 것보다 바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언급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떠오른 사람으로 "먼저 간 안타까운 가족"을 떠올릴 때는 잠시 말을 맺지 못하고 목이 메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문정은 모두를 뭉클하게 한 멋진 무대를 보여준 나문희와 김영옥을 향하여 "두 선생님만의 무기가 있다. 앞으로 그 무기를 따로 활용해야할 것 같다"며 향후 합창단에서 '옥나블리' 듀오의 활약상을 기대하게 했다.
뜨거운씽어즈 나문희 김영옥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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