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금메달 환호!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환호하고 있다.

▲ 황대헌, 금메달 환호!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표팀이 고대하던 첫 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황대헌은 지난 2월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레이스였다.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온 황대헌은 이후 9바퀴를 돌 동안 단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2분 9초 219의 기록으로 여유있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스티븐 뒤보아(캐나다, 2분 9초 254)도 경기가 끝난 직후 결과를 깨끗하게 인정하며 황대헌을 축하해줬을 정도로 깔끔한 승리였다. 5위를 차지한 이준서, 왼손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하며 7위를 기록한 박장혁도 황대헌을 얼싸안고 함께 환호했다.
 
황대헌과 대한민국 선수단에게도, 그리고 올림픽을 지켜보며 응원하던 국민들에게도 지난 며칠동안 꽉막힌 체증을 뚫어주는 듯한 값진 승리였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페널티 처분을 받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황대헌이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황당한 사유로 실격 처리했다.
 
또한 한국 선수단의 석연치 않은 탈락으로 어부지리를 입은 중국 선수들은 결승에서도 논란의 판정을 등에 업고 결국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도를 넘어선 노골적인 편파판정과 홈 텃세에 분노한 국내 여론은 들끓으며 반중 정서가 급격히 확산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조직위에 공식 항의와 함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재소를 선언했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보이콧' 여론까지 일었다. 여기에 중국 누리꾼들이 SNS와 커뮤니티에 몰려와 자국 선수들과 심판을 옹호하여 한국 선수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한국 누리꾼들과 진흙탕 싸움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수들도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자칫 경기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3세 'MZ세대'인 황대헌의 정신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했다. 황대헌은 논란의 1000m 경기 실격 사태 직후 자신의 SNS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의 말을 게시하며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식 훈련에서도 침착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실격의 후유증에서 금세 벗어난 모습으로 선전을 다짐했다.
 
실제로 황대헌은 남자 1500m에서 준준결승과 준결승 역시 모두 1위로 통과하며 차원이 다른 실력을 과시했다. 판정 논란이 끼어들 수 있는 변수를 아예 사전에 차단한 것이었다.

또한 이어진 결승에서는 무려 1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준결승에서 무려 4명의 선수가 어드밴스를 받았기 때문. 좁은 공간에서 많은 선수가 레이스 경쟁을 펼치다보면 자연히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 가뜩이나 강력한 우승후보로 집중견제를 받는 한국으로서는 접전 상황에서 조금의 여지라도 내준다면 언제든 불리한 판정이 개입할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컸다.
 
황대헌은 결승에서도 이런 변수를 제거하기 위하여 일찌감치 앞으로 치고 나가 레이스를 주도하는 전략을 들고나왔다. 강력한 선수가 초반부터 선두에 위치하여 레이스를 주도하면 뒤에 있는 선수들이 페이스 조절이 어렵고, 부담감에 쉽게 추월을 시도하지 못한다는 심리적 효과까지 노렸다.
 
사실 황대헌은 평소에는 이런 모험적인 경기운영을 즐겨 시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자칫 오버페이스라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모 아니면 도'의 전략이었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실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황대헌의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황대헌은 자신의 강점인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한순간도 추격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수준차를 증명했다.
 
황대헌에게도 다사다난한 여정을 모두 극복하고 따낸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황대헌은 올림픽 무대 데뷔전이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5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하지만 1500m 종목에서는 중간에 넘어지는 실수로 인하여 메달권에도 들지 못했다. 내친김에 황대헌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500m 종목에서 2관왕도 노려볼 만하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황대헌은 그제야 참았던 울분을 한꺼번에 터뜨리듯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 총알을 발사하는 세리머니에 이어, 무릎을 끓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는 바로 올림픽을 지켜보던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야 대선후보들 등 정치계와 연예계 등 사회 각 방면에서도 SNS를 통하여 황대헌과 선수단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들어 연이은 논란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황대헌이 선사한 감동의 진짜 의미란, 바로 각본없는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품격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최국 중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승승장구하며 메달 사냥에 순항 중이지만, 그 이면에는 편파판정, 비매너, 성적지상주의, 타국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실종된 자국 이기주의로 전 세계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중국 선수들은 상대 선수들의 석연치 않은 탈락 릴레이 덕에 1위 한 번 없이 금메달을 수집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예선부터 압도적인 실력으로 1위를 싹쓸이한 황대헌의 금메달과는, 내용과 과정에서 질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스포츠의 감동은 공정한 과정과 빛나는 실력, 그리고 역경과 한계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꿈을 향해 도전해나가는 '스토리텔링'에서 비롯된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과정으로 이루어낸 메달이 100개가 된다고 해도, 역사와 대중은 정정당당한 과정과 노력을 거쳐 이뤄낸 1개의 금메달을 더 값지게 인정하고 오랫동안 기억한다. 우리 선수들이 온갖 악재속에서도 묵묵히 올림픽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 그리고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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