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빅 매치'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멋진 게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골 라인에 걸친 공을 걷어내는 짜릿한 순간도 있었고, 각도 거의 없는 곳에서 터진 베테랑 골잡이의 명품 골도 나왔다. 그리고 5만4511명 홈팬들의 환호성이 스타디움에 울려퍼졌다. 더 흥미로운 우승 경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가 한국 시각으로 4일 오전 5시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리버풀 FC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선두 리버풀을 승점 4점 차로 따라붙으며 우승 경쟁을 더욱 재미있는 구도로 만들었다.

맨시티와 리버풀이 펼친 명승부, '깻잎 한 장' 차이?

'승점 6점짜리 경기'라는 이야기도 붙은 빅 매치였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팬들의 표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고 있었다. 예상보다 일찍 승부의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깻잎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18분, 어웨이 팀 리버풀 FC의 날카로운 역습이 홈 팀을 위협했다.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는 모하메드 살라의 전진 패스를 받은 사디오 마네가 맨시티 골키퍼 에데르송과 1대1로 맞서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곧바로 마네의 오른발 슛이 맨시티 골문으로 굴러갔다. 

그런데 굴러간 공은 야속하게도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온 것이다. 리버풀 팬들의 탄식이 들릴 정도였다. 이 순간 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됐다. 그 공을 걷어내려는 맨시티 수비수 존 스톤스의 오른발 킥이 그만 동료 골키퍼 에데르송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향하는 것이다. 웬만한 선수들이라면 수비 노력이 거기까지였다고 포기했겠지만 존 스톤스는 온몸을 내던졌다. 덕분에 골 라인 바로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걷어낼 수 있었다. 2부심의 깃발도 올라가지 않았고 골 라인 판독기도 '노 골'을 확인시켜주었다.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였다.

이 순간이 어웨이 팀 리버풀의 선취골로 확인됐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벼랑 끝에서 살아돌아온 맨시티 선수들은 전반전 끝나기 전에 명품 골을 합작하며 무패 기록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리버풀을 멈추게 할 준비를 마쳤다. 

40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드리블 실력이 왼쪽 끝줄 앞까지 이어졌다. 맨시티 공격을 상징하는 끝줄 앞 공간 컷 백 크로스가 또 한 번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 공을 받은 골잡이 세르히오 아게로는 믿기 힘든 각도에서 왼발 슛을 꽂아넣었다. 바로 앞에 리버풀 센터백 로브렌이 막아서 있었고 슛 각도 또한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골키퍼 알리송의 오른쪽 어깨 위를 통과하는 시원한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상대 골키퍼가 예측하기 어려운 타이밍과 각도 바로 그것이었다.

승점 4점 차로 따라붙다

무패 기록으로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리버풀이 이대로 물러서는 팀은 아니었다. 64분에 아름다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알렉산더-아놀드의 왼발 크로스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넘어갔고 반대쪽에서 달려온 로버트슨이 왼발 발리 패스를 골문 앞으로 보냈다. 이 순간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몸 중심을 충분히 낮춰 침착하게 헤더 골을 성공시켰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축구의 섬세함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명품 동점골이었다. 그들이 왜 이번 시즌 잘 나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자네 결승 골 후 환호하는 맨시티 선수들

자네 결승 골 후 환호하는 맨시티 선수들 ⓒ AFP/연합뉴스

 
하지만 홈 팀 맨시티는 그로부터 7분 뒤 완성도 높은 역습 조직력을 자랑하며 천금의 결승골을 뽑아냈다. 라힘 스털링이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공을 몰고 들어가는 순간, 골잡이 아게로는 리버풀 수비수 한 명을 끌고 엇갈리며 왼쪽 측면 공간을 열어줬다. 이 무주공산으로 리로이 사네가 침투를 시도했고 왼발 대각선 슛까지 완벽하게 차 넣었다.

'역습 드리블 템포-오프 더 볼-공간 침투-대각선 슛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현대 축구가 공격 효율성을 어떻게 높이는가를 잘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역습 과정에서 3명의 공격수가 상대 수비 조직력을 허무는 요령이 담긴 훌륭한 영상 클립이 만들어진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5분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홈 팀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추가 시간 직전에 이례적으로 두 명의 수비수를 교체해 승리를 지켜내면서 승점 3점의 가치를 드높였다. 
 
맨시티전 골대 맞고 튕겨 나오는 리버풀 마네의 슛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왼쪽)가 3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자신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리버풀은 이날 1-2로 패했다.

▲ 맨시티전 골대 맞고 튕겨 나오는 리버풀 마네의 슛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왼쪽)가 3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자신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리버풀은 이날 1-2로 패했다. ⓒ AFP/연합뉴스

 
이로써 맨체스터 시티는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를 승점 2점 차로 밀어내고 다시 2위 자리에 복귀하여 승점 4점 차 선두 리버풀과의 본격 우승 경쟁을 선언했다. 이제 그들에게도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과 카라바오 컵 대회 일정이 이어지지만 1월 남은 경기 일정은 비교적 쉬운 상대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한결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맨시티에는 2월 초 아스널, 첼시와의 홈 2연전과 3월 17일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더비 매치가 진정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프리미어리그 무패 기록이 깨진 리버풀 FC에도 2월 20일에 열리는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2월 24일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지는 노스웨스트(레즈) 더비 매치가 역시 부담스럽게 놓여있다.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R 결과(4일 오전 5시, 에티하드 스타디움)

★ 맨체스터 시티 2-1 리버풀 FC [득점 : 세르히오 아게로(40분,도움-베르나르두 실바), 리로이 사네(71분,도움-라힘 스털링) / 호베르투 피르미누(64분,도움-앤드류 로버트슨)]

◎ 맨시티 선수들
FW : 리로이 사네, 세르히오 아게로, 라힘 스털링
MF : 다비드 실바(65분↔일카이 귄도안), 페르난지뉴, 베르나르두 실바
DF : 아이메릭 라포르테(86분↔카일 워커), 뱅상 콤파니(88분↔니콜라스 오타멘디), 존 스톤스, 다닐루
GK : 에데르송
- 경고 : 뱅상 콤파니(31분), 아이메릭 라포르테(45+2분), 베르나르두 실바(89분). 에데르송(90+5분)

◎ 리버풀 선수들
FW : 사디오 마네(77분↔제르단 샤키리),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
MF : 제임스 밀너(57분↔파비뉴), 조단 헨더슨, 조르지뇨 베이날둠(86분↔다니엘 스터리지)
DF : 앤드류 로버트슨, 버질 반 다이크, 데얀 로브렌, 알렉산더-아놀드
GK : 알리송 베케르
-경고 : 데얀 로브렌(20분), 조르지뇨 베이날둠(38분)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맨시티 49%, 리버풀 51%
유효 슛 : 맨시티 4개, 리버풀 5개
슛 : 맨시티 9개, 리버풀 7개
코너킥 : 맨시티 2개, 리버풀 1개
오프 사이드 : 맨시티 2개, 리버풀 1개
파울 : 맨시티 12개, 리버풀 7개
경고 : 맨시티 4장, 리버풀 2장

◇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현재 순위표
1 리버풀 FC 54점 17승 3무 1패 49득점 10실점 +39
2 맨체스터 시티 50점 16승 2무 3패 56득점 17실점 +39
3 토트넘 홋스퍼 48점 16승 5패 46득점 21실점 +25
4 첼시 FC 44점 13승 5무 3패 38득점 16실점 +22
5 아스널 FC 41점 12승 5무 4패 46득점 31실점 +15
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8점 11승 5무 5패 43득점 32실점 +11
7 레스터 시티 31점 9승 4무 8패 25득점 23실점 +2
8 왓포드 29점 8승 5무 8패 30득점 31실점 -1
9 울버햄튼 원더러스 29점 8승 5무 8패 23득점 25실점 -2
1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28점 8승 4무 9패 29득점 32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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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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