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1-2위 팀 주역... 이소영(GS칼텍스)과 어나이(IBK기업은행)

여자배구 1-2위 팀 주역... 이소영(GS칼텍스)과 어나이(IBK기업은행) ⓒ 박진철

 
프로 리그에서 긴 정규리그를 치르다 보면, 순위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번 주 V리그 여자배구가 딱 그렇다.

V리그 여자부는 27일 현재 각 팀별로 9경기를 치렀다. 전체 일정의 3분의 1를 마친 셈이다. 순위는 1위 GS칼텍스(승점 20점·7승2패), 2위 IBK기업은행(18점·6승3패), 3위 흥국생명(15점·5승4패), 4위 한국도로공사(14점·5승4패), 5위 KGC인삼공사(13점·4승5패), 6위 현대건설(1점·0승9패) 순이다.

그동안은 살얼음판 혼전이었다. 6개 팀 중 무려 5개 팀이 매 경기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순위 싸움을 전개해 왔다. 1위와 5위의 승점 차이가 3~4점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은 7점 차이로 간격이 벌어져 있다. 

2라운드도 이제 단 3경기만 남았다. 28일 한국도로공사-GS칼텍스, IBK기업은행-흥국생명, 29일 KGC인삼공사-현대건설이다. 

그런데 3경기의 대진표가 절묘하다. 6개 팀 모두에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경기이다. 각각의 승패에 부여된 의미도 크다. 올 시즌 여자배구 판도에 중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1-2위인 GS칼텍스, IBK기업은행이 승리할 경우, 3-4위와 간격이 크게 벌어진다. 여자부 판도가 2강 체제로 돌변할 수 있다. 반대로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가 승리할 경우에는 1위부터 5위까지 간격이 더욱 좁혀진다. 대혼전으로 치닫게 된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1위 싸움도 이번 경기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두 팀의 승패가 엇갈릴 경우, 1위가 뒤바뀌거나 독주 체제가 되는 극과 극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우승 후보'도 못 낀 GS-IBK의 '1위 싸움'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은 우승 후보에 거론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각 팀 감독들조차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2라운드 막판에 접어든 현재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의 강세가 더 두드러진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보다 국내 공격수들이 팀 승리를 주도하고 있다. 이소영-강소휘-표승주 3인방이 지난 시즌보다 한층 탄탄한 공격력과 팀워크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소영은 현재 V리그 여자부 전체 선수 중 공격성공률과 오픈공격 2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생애 처음으로 V리그 주전 세터를 맡고 있는 안혜진의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IBK기업은행은 또다시 '꼴찌 순번'으로 뽑은 외국인 선수가 초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어나이(23세·188cm)가 득점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9경기에서 275득점을 올렸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30.5점으로 유일하게 30득점을 넘어섰다. 공격성공률도 40.7%로 5위에 올라 있다. 퀵오픈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나이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레프트 공격수로서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전체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지만,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예림의 강 스파이크 21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기업은행 고예림이 스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배구단 제공]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기업은행 고예림이 스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선수의 활약도 IBK기업은행 강세의 원동력이다. 고예림은 지난 시즌보다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며 팀 기여도도 올라갔다. 김희진과 김수지 등 국가대표 선수들도 경기력이 회복하면서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흥국생명은 압도적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아직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시즌 동안 FA 영입으로 보강한 전력이 후반에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은 남아 있다. 외국인 선수 톰시아(31세·188cm)의 경기력이 상승세란 점도 위안거리이다.

한국도로공사도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시즌에 팀 창단 사상 첫 V리그 우승을 일궈낸 주전 멤버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연패 인삼공사 vs 9연패 현대건설... '연패' 끊어진다

KGC인삼공사-현대건설 경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일전이다. 두 팀은 연패 탈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1라운드에서 1위(4승1패)로 승승장구했던 KGC인삼공사는 2라운드 들어 4연패를 당하며 5위로 추락했다. 이번에도 패할 경우, 2라운드 전패를 기록하게 된다. 현대건설과 함께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선두권 대열에 재진입할 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더 절박하다. 올 시즌 개막 이후 9연패 중이다. 현대건설은 2007~2008시즌 V리그에서도 개막 후 내리 11연패를 당한 적이 있다. 이는 V리그 여자부 전체를 통틀어 '개막 후 최다 연패 기록'이다.

'V리그 정규리그' 기록만 따지면,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서 15연패 중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10일 2017~2018시즌 V리그 5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한 이후 정규리그에서 승리가 없다. 2월 15일 GS칼텍스전에서 완패한 이후 내리 15연패 중이다.

유일한 승리는 지난 3월 19일 2017~2018시즌 V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에 3-1로 승리한 것뿐이다.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연패가 계속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현대건설 긴 연패, 국내 선수·감독이 해결해야 할 몫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 마야(31세·187cm)까지 출전했지만, 완패를 당하며 연패가 계속됐다. 마야는 25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팀 내 공격 점유율도 53.7%에 달했다. 그럼에도 공격성공률이 45.1%로 준수했다.

입국한 지 4일밖에 안 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활약이었다. 공격력과 탄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국내 선수들의 '집단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IBK기업은행전에서 현대건설 국내 선수는 양효진 8득점, 고유민 5득점, 황민경 4득점, 김주향 2득점, 정시영 2득점에 그쳤다. 국내 선수들의 득점을 다 합쳐도 외국인 선수 1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다영 세터의 토스워크과 경기 운영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감독의 선수 기용와 경기 운영의 효율성 제고도 시급한 상황이다. 연패에 빠진 핵심 이유가 결코 외국인 선수에게만 있지 않았다는 점을 국내 선수와 감독이 스스로 입증해준 셈이다.

이 시점에서 KGC인삼공사와 현대건설이 만난 건, 어떤 면에선 행운일 수 있다. 둘 중 누군가는 지긋지긋한 연패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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