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에서 잔뼈가 굵은 이청용과 구자철이 벤투호 3기 멤버로 합류했다. 내년 아시안컵을 코 앞에 둔 벤투호의 주전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가 5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에서 11월 호주 원정 A매치 2연전에 나설 '벤투호 3기' 멤버들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핵심 멤버가 대거 빠졌다. 병역 관련 봉사활동 자료조작 문제로 국가대표팀에서 영구 퇴출 당한 장현수의 이름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대한축구협회의 합의로 손흥민도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원의 핵 기성용의 경우 벤투와의 대화 끝에 이번 원정에는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3기 벤투호에 이유현-김정민-나상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이유현(전남, 왼쪽부터), 김정민, 나상호(광주)를 포함시켰다.

▲ 3기 벤투호에 이유현-김정민-나상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이유현(전남, 왼쪽부터), 김정민, 나상호(광주)를 포함시켰다. ⓒ 연합뉴스


익숙한 얼굴이 많이 제외된 만큼 신선한 인물들도 새롭게 대표팀에 뽑혔다. K리그2 득점 선두 나상호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인 김정민, 전남 드래곤즈의 이유현이 생애 첫 성인대표팀 발탁에 기쁨을 누렸다. 중앙 수비수 권경원도 벤투 체재 아래에서 첫 부름을 받았다.

새로운 인물들이 관심을 끄는 가운데, 역시나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는 단연 이청용이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참여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이청용은 최근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이번 시즌 독일 2부리그의 VfL 보훔으로 이적한 이청용은 최근 2경기에서 도움 4개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겼다.

이청용의 가세로 대표팀의 2선 공격수 주전 경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이청용이 한동안 대표팀에서 외면을 받았던 이유는 기존 소속팀에서 출장 시간이 적어 컨디션 난조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감독들이 이청용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다른 의미로는 해석하면 이청용이 컨디션만 회복하면 언제든 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경험이 풍부하면서 탁월한 기술을 겸비한 이청용은 벤투 감독 특성상 중용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게다가 이청용이 이번 시즌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수준도 상당하다.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공격 지역 전반에서 정확한 패스와 기민한 드리블로 보훔 공격에 숨을 불어 넣고 있다. 
 
구자철-이청용, 3기 벤투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왼쪽)과 이청용(보훔)을 포함시켰다.

▲ 구자철-이청용, 3기 벤투호 발탁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는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러지는 해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왼쪽)과 이청용(보훔)을 포함시켰다. ⓒ 연합뉴스


구자철의 복귀도 대표팀 2선 라인은 물론이고 미드필드진 전반에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이청용과 마찬가지로 구자철 또한 경험이 많고 공을 지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부드러운 빌드업을 중요시 하는 벤투 감독 철학을 상당 부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선수다.

구자철은 기본적으로 허리 라인 어디든 배치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주로 대표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됐고, 기성용의 파트너인 3선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다. 유사시에는 기성용의 대체자 역할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굳혀가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은 구자철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장현수의 대체자는 누구?

허리 라인의 변화만큼이나 축구 팬들이 궁금해 하는 지점은 중앙 수비수 라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벤투 감독의 무한한 신뢰를 받았던 장현수를 이제 대표팀에서 활용할 수 없다. 대체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일단 앞서 있는 선수는 전북 현대의 김민재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스피드로 상대 공격수를 찍어 누르는 김민재는 모든 감독이 탐낼 만한 선수다. 최근 평가전에서 김민재가 일정 시간의 기회를 부여 받은 이유다. 다만 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가 잦다. 벤투 감독의 수비 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김민재다.

벤투호에 첫 발탁된 권경원이 의외의 인물이 될 수 있다. 중국의 텐진 취안젠에서 활약 중인 권경원은 비교적 준수한 발 기술을 갖춘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수비형 미드필더도 볼 수 있을 정도다. 큰 키를 바탕으로 한 공중볼 능력도 지니고 있다. 장현수의 대체자로 충분히 경쟁력 있다.

최근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정승현도 잠재력이 큰 선수다.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의 주전 수비수인 정승현은 소속팀이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본래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였던 정승현은 J리그로 넘어가 일본 축구 특유의 수비 조율 능력을 장착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앙 수비수다.

사실 중앙 수비수 라인의 문제는 장현수의 공백뿐만이 아니다. 수비의 핵심 김영권의 컨디션 문제가 남아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기점으로 완전히 한국 축구 수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영권이지만 소속팀 문제로 월드컵 이후 A매치를 제외하고는 공격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

9월 A매치에서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지난달에 있었던 평가전에서는 빈틈을 보였다. 당장 11월 A매치에서도 경기력 하락이 우려된다. 흐름상 아시안컵이 열리는 1월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김영권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공산이 충분하다. 김영권의 경기력 감소를 대비하는 실험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 왔다.
 
벤투 감독, 호주 명단 선정 이유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호주 원정 평가전 명단 공개 회견에서 선수 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벤투 감독, 호주 명단 선정 이유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호주 원정 평가전 명단 공개 회견에서 선수 선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간 A매치가 벤투호의 철학을 공고히 하는 경기였다면, 호주-우즈베키스탄과 만나는 11월 A매치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펼치는 실전 모의고사다. 마침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 아시안컵 본선 참가를 넘어 주전 확보를 원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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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구자철 A매치 벤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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