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야구 대표팀은 26일 오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인도네시아, 홍콩을 이기더라도 1위로 예선을 마감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복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기다. 선발 투수 양현종이 1회초 투런포를 내준 게 아쉬웠으나 그 이후에는 실점 없이 대만 타선을 꽁꽁 묶었다. 특히 최충연-정우람-박치국-함덕주로 이어지는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행진은 패배 속에서 발견한 위안거리였다. 결국 투수들의 짐을 덜어줘야 했던 타자들의 부진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엔트리 전원을 프로 선수로 꾸린 한국 대표팀과 달리 대만은 실업팀 선수 17명, 프로팀 선수 7명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전력상으로 대만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됐던 대표팀이지만 경기 내용은 대만보다 훨씬 안 좋았다.

선제 투런포 허용에도 무너지지 않은 마운드

역투하는 양현종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선발 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18.8.26

▲ 역투하는 양현종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선발 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18.8.26 ⓒ 연합뉴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이 1회초 톱타자 다이루리랑과 2번 타자 린한을 차례로 범타 처리했으나 두 타자 모두 풀카운트 승부까지 가면서 14개의 공을 던졌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3번 타자 장젠밍의 좌전 안타 때 좌익수 김현수의 실책으로 타자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린지아요우가 양현종의 3구째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작렬하며 대만이 선취점을 가져갔다. 양현종은 1회초에만 22구를 던지며 힘을 뺐다.

양현종은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이닝을 소화했다. 2회초 선두 타자 천웨이즈가 초구를 공략해 안타로 출루했으나 7번 타자 황지아웨이의 2루수 뜬공, 8번 타자 시아오보팅의 병살타로 위기를 넘겼다. 3회초에는 경기 개시 이후 처음으로 양현종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고, 4회초에는 1사 1루에서 우익수 뜬공 때 1루 주자 린지아요우가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더블 아웃으로 연결됐다. 5회초와 6회초는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6회초까지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이후 마운드를 최충연에게 넘겨줬다. 뒤이어 올라온 정우람, 박치국, 함덕주도 힘을 보태면서 대만 타선은 1회말 투런포를 끝으로 추가 득점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대표팀 타선은 투수들의 호투에 응답하지 못했다.

추격의 불씨를 당긴 선수는 김재환이었다. 4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상대 선발 우셩펑의 2구째를 잡아당겨 큼지막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는 김재환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홈런은 대표팀의 첫 득점이자 마지막 득점이 됐다. 경기 초반부터 타자들이 KBO리그보다 좌우 폭이 넓은 S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만 선발 우셩펑은 이 점을 이용해 좌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쪽 코스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정규시즌에서 한창 타격감이 좋았던 타자들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김재환의 홈런 이외에는 딱히 인상적인 장면을 볼 수 없었다. 특히 1회초 수비에서 실책을 범한 김현수는 안타 한 개 없이 공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역대급'으로 평가받은 하위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6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황재균도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적신호 켜진 대표팀, 인도네시아-홍콩 상대로 타격감 올려야

한국 야구 침울 그 자체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2018.8.26

▲ 한국 야구 침울 그 자체 26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2018.8.26 ⓒ 연합뉴스


이날 경기를 승리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나머지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조 1위에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대만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1승이 간절한 경기였다. 그러나 투수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밥상을 제대로 차리지도 못한 타선 때문에 향후 일정이 더 험난해졌다.

대표팀이 B조에 속한 인도네시아, 홍콩을 상대로 승리하더라도 1위는 쉽지 않아보인다. 현재로선 대만의 3전 전승이 유력하다. 대표팀이 나머지 두 경기를 모두 챙기면서 2위로 슈퍼 라운드에 올라가더라도 두 경기를 모두 낮에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승리도 승리이지만 인도네시아전과 홍콩전에서는 타선이 폭발해야 한다. 예비일로 지정된 29일을 제외하면 숨을 고를 시간이 거의 없다. 30일과 31일 슈퍼 라운드 일정, 9월 1일에 결승 라운드 일정이 기다리는 중이다. 결국, 단시간에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아직 첫 경기에 불과하지만 12년 전 '도하 참사'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나머지 예선 경기에서 타격감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금메달 도전이 좀 더 어려워진다. 마운드 고민을 안고 시작했던 대표팀은 오히려 타선에서 고민을 남기면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인도네시아를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전은 27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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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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