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무더위가 기승이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계속 되었던 더위, 간만에 비가 내려 좋아했건만 습도만 더 올라 짜증이 솟구친다. 집에 에어컨이 없고 극장에 가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원함이 1도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더위를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보내고자 준비했다. 평단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으스스한 공포가 보장된 공포영화 10편. 아직 보지 않았다면 열대야를 이겨낼 겸 시청할 것을 추천한다.

공포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컨저링>(2013)

 영화 <컨저링> 스틸 컷

영화 <컨저링>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컨저링>은 좀비 호러와 슬래셔 장르로 대표되던 미국 공포영화계의 흐름을 바꿔놓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오컬트를 기본 장르로 깔고 하우스 호러와 엑소시즘을 배합한 이 영화는 광고 그대로 무서운 장면 없이 공포를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쏘우>로 유명한 제임스 완 감독은 장면과 아이디어가 기반이 되는 기존의 호러 영화의 문법에서 탈피, 스토리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세 장르의 혼합에도 불구 개연성은 물론 다양한 공포를 선사한다.

엑소시즘 열풍의 시작, <엑소시스트>(1975)

 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컷

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흥행, 비평, 사회적인 파장, 장르적인 완성까지. <엑소시스트>는 최고의 공포영화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건 물론 마이너 장르가 여겨졌던 공포영화를 메이저로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슬래셔 무비의 잔혹함과 긴장감에 비해 루즈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린다 블레어의 신들린 열연이 악마와 마주한 공포를 준다. 40년이 더 지난 영화임에도 여전히 숨을 졸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인상적인 밀리터리 공포, <알 포인트>(2004)

 영화 <알 포인트> 스틸컷

영화 <알 포인트>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최근 <곤지암>의 흥행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가 있다. 바로 <알 포인트>다. 이 영화가 요즘 같은 공포영화 비수기에 등장했다면 갈증을 말끔히 씻어주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비밀 수색 명령을 받은 부대가 사람이 아닌 귀신과 싸우게 되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심리적인 공포가 일품이다. 귀신의 존재를 대놓고 보여주기 보다는 귀신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는 압박은 영화 속 인물들은 물론 관객들도 무서움을 느끼게 만든다.

J호러의 자존심, <링>(1999)

 영화 <링> 스틸 컷

영화 <링> 스틸 컷 ⓒ 동아수출공사


한때 TV 방송마다 패러디했던 영화 속 명장면이 있다. 바로 <링>의 TV에서 튀어나오는 사다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공포영화 역대 최고의 명장면으로 뽑히는 장면이다. 비디오를 보면 죽는다는 일본식 괴담에 시각과 청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 이 작품은 소설 원작이 지니는 탄탄함과 공포 장르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결합이 좋은 시너지를 낸 영화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링>보다 무서운 영화는 보지 못했다'라는 평을 받을 만큼 아시아 공포 영화계의 바이블과 같은 영화다.

격이 다른 슬래셔 무비, <스크림>(1999)

 영화 <스크림> 스틸 컷

영화 <스크림> 스틸 컷 ⓒ 태원엔터테인먼트


'Hello~ Sidney' <스크림>을 본 적은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대사다. 새하얀 얼굴에 입과 눈이 뚫려 있는 가면으로 대표되는 영화 속 이미지가 주는 차가운 공포처럼 피를 튀기는 슬래셔의 매력이 인상적이다. 긴장감과 유머가 균형을 이루는 쫄깃함과 탄탄한 스토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인다. 드류 베리모어의 비명으로 유명한 초반 유혈 장면은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이다.

태국 공포를 기대하게 만든 수작, <셔터>(2005)

 영화 <셔터> 스틸 컷.

영화 <셔터> 스틸 컷. ⓒ CJ엔터테인먼트


국내에 태국 공포영화가 활발하게 수입되게 된 이유는 <셔터>의 공이 크다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국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태국산 공포영화가 환영을 받게 된다. 심령사진을 재현한다는 측면에서는 J호러와 결이 같다고 할 수 있으나 공포의 강도가 일정한 J호러와 달리 <셔터>는 그 강도가 엄청나다 할 수 있다. 브레이크 없이 관객을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결말부의 반전 역시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불을 끄면 공포가 시작된다, <라이트 아웃>(2016)

 영화 <라이트 아웃> 스틸 컷.

영화 <라이트 아웃> 스틸 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라이트 아웃>은 가장 원초적인 공포영화라 할 수 있다. 불을 끄면 괴물이 나타나 목숨을 노린다는 이 설정은 어린 아이 때부터 마음 속에 품어져 있는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한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에 비해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결말부에 이르러 여러 공포영화가 지니는 문제점인 허무함이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설정이 주는 무서움, 특히 불이 꺼지면서 시작되는 도입부 장면은 최고의 공포를 선사한다 장담할 수 있다.

빠른 좀비가 밀려온다, <새벽의 저주>(2004)

 영화 <새벽의 저주> 스틸컷

영화 <새벽의 저주> 스틸컷 ⓒ UIP코리아 배급


<28일 후>가 '빠른 좀비'를 선보인 이후 좀비 영화는 더 강력한 공포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좀비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의 대표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가 스피드적인 측면에서 요즘 관객들에게 공포를 주기 힘들다면 리메이크작인 <새벽의 저주>는 좀비에 스피드를 더해 살 떨리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광고 감독 출신으로 스타일리쉬한 화면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잭 스나이더 감독은 쉴 틈 없이 좀비들을 굴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탈진시킨다.

한국 고전 공포의 기념비적인 명작, <여곡성>(1986)

 영화 <여곡성> 포스터

영화 <여곡성> 포스터 ⓒ 국제영화흥업 제작


한국 고전 공포영화 중 '이렇게 무섭나' 싶은 영화가 3작품 있다. <월하의 공동묘지>(1967년작), <깊은 밤 갑자기>(1981)와 함께 최고로 뽑는 영화가 <여곡성>(1986년작)이다. 공포의 강도로만 따지자면 단연 <여곡성>이 최고라 할 수 있다. 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괴기한 일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시대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장면에 있어 공포를 뽑아내는 효과가 일품이다. <마녀>(2013)의 유영선 감독이 리메이크작을 준비 중이다.

잔혹하고 기괴한 공포 체험, <헌티드 힐>(1999)

 영화 <헌티드 힐> 스틸 컷

영화 <헌티드 힐> 스틸 컷 ⓒ Warner Bros.


공포.호러 매니아라면 소문난 소름끼치는 장소에 가 보고 싶기 마련이다. <헌티드 힐>은 생체실험을 일삼던 정신병원에서 폭동이 일어난 20년 후 의문의 존재에게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체험을 다룬 영화다. 고어적인 장면과 유령의 등장, 특히 악령들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은 시각적인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후반부가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탁월한 긴장감이 인상적이며 특히 고어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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