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차별반대! 이일하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차별반대! 이일하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이정민


'조센징과 중국인을 죽여야 한다.'
'소수자로서 일본 사회에서 특권을 얻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카운터스> 속에 등장하는 여러 혐오 시위 참가자들은 그렇게 주장했다. 마치 선거를 앞두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졌던 우리 사회의 '가짜 뉴스'처럼 이런 구호들은 일본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국민들을 자극했다.

혐오 시위에 나선 극우단체에 공개적으로 대항한 시민단체 '카운터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된 바 있는 해당 작품이 공식 개봉을 앞두게 된 것. 연출을 맡은 이일하 감독과 카운터스 소속 이토 다이스케와 시마자키 로디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혐오 발언

영화는 카운터스 내 또 다른 조직인 '오토코구미'(속칭 남자 조직)의 대장 다카하시와 그의 동료, 그리고 이들을 바라본 카운터스 회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따라간다. 전직 야쿠자 출신인 다카하시는 길거리에서 혐오 발언을 내뱉는 이들에게 주먹 날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다카하시는 조직 내에서 더러운 일은 본인이 담당한다며 회원 중 최다 체포 기록 또한 보유하고 있다.

열혈 회원이자 사실상 주인공 중 하나였던 다카하시는 올해 4월 사망했다. 영화는 그런 사실을 담담히 전하며 극우단체 재특회와 그 수장 사쿠라이의 황당한 발언을 교차로 나열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카하시 또한 극우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인물로 한때 혐오 시위에 나온 전력이 있다는 점. SNS 상에서 다카하시와 설전을 벌이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한 뒤 그를 변화시킨 이토 다이스케는 "그때 대화하지 않고 정말 결투를 벌였다면 둘 중 하나는 병원에 갔을 것"이라며 "다카하시의 행동이 위대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사람이었다"고 운을 뗐다. 

'카운터스' 이일하-이토, 일본의 반차별 선봉자!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카운터스 창립멤버 이토 다이스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일하 감독.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카운터스' 이일하-이토, 일본의 반차별 선봉자!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카운터스 창립멤버 이토 다이스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일하 감독.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이정민


"그가 없는 카운터스는 또 다른 분위기로 갈 것이다. 제게 좌파냐 우파냐 묻는다면 좌파에 가깝다고 말하겠지만 혐오 발언을 반대하는 사람 중엔 우익이라 자칭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카운터스 내에서 좌우의 문제는 사실 별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이토 다이스케)

이일하 감독이 보다 자세하게 상황을 전했다. 그는 "재일 한국인, 홋카이도 아이누족, 부랑민 동네 등 일본에서 여전히 차별의 흔적이 존재한다"며 "다카하시는 일본 내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는데 그 이후 내부 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셨다. 재판 과정이 큰 스트레스가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꼭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작년에 DMZ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일본 정부가 다카하시에게 여권을 내어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계속 아프다.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지금 이 간담회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맨날 그가 한국에 어서 가자고 했었다. 어젯밤 꿈에 나와서 개봉 잘하라고 말하더라." (이일하 감독)

특별한 성과

맨땅에 박치기, 바위에 계란 치기처럼 보였지만 카운터스의 활동은 약 3년 만에 성과를 거뒀다. 이들이 염원하던 혐오표현금지법이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후 2016년 6월 3일 전격 시행된 것.

법 제정 이후 분위기에 대해 시마자키 로디는 "(카운터스가 만들어졌던) 2013년에 비하면 우익 단체의 인원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데모 건수는 그대로인 것 같다"며 "카운터스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차별주의자들이 자신들의 표현을 확실히 내뱉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인권의식이 낮다고 생각하는데 카운터스 활동의 부흥보다는 일본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반혐오-반차별 기록 이일화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카운터스' 이일하, 반혐오-반차별 기록한 감독 이일하 감독이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이정민


이토 다이스케 역시 "법 제정 이후 눈에 띄게 혐오 데모 참가자는 줄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데모를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더라"며 "거기서도 정치적, 법률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표현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서 어떻게 싸워 나가야 할지 우리 내부에서도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18년 동안 일본에서 살며 학업과 직업 활동을 해 온 이일하 감독도 설명을 보탰다. "도쿄 내 코리아타운에서 직접 혐한 시위를 접한 뒤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며 그는 "TV나 신문에서 보던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와는 사뭇 분위기 달랐다"고 전했다.

"마음 속 혐오는 사회적으로 교육이나 여러 방법을 통해 접근해볼 수 있지만 직접 겉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증오하는 표현을 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헤이트 스피치가 발생시킨 폭력을 말하고 싶었다. 지금 제정된 법안은 이념법이라 어긴다고 해도 제재나 벌칙은 없다. 국회에서 '헤이트 스피치는 나쁘다'라고 정의한 개념 정도다. 하지만 효과는 상당했다. 지자체나 경찰에서 이들에게 시설을 빌려주지 않거나 통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법안이 생기며 일본인들의 헤이트 스피치 지지도도 낮아졌지만 근본적으로 마음 속 혐오는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증거가 인터넷이다. 한국의 일베가 있듯 일본에서도 투채널(2ch)이란 곳이 있다. 굉장한 비하의 말과 혐오의 말이 넘친다. 특히 이런 우경화는 젊은 세대일수록 심해지더라. 재특회의 전략이 먹힌 것이다. 처음부터 그들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곤 했다."

이어 이일하 감독은 "거듭된 취재 요청에 재특회 등 우익 단체는 접할 수 있었는데 일본 경찰이 가장 대하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끈질긴 요청 끝에) 1년이 지나 재특회 사무실 내부까지 들어가 인터뷰 할 수 있었으나 경찰은 문제 생기는 걸 가장 싫어해서 취재하는 걸 막기도 했다"고 어려웠던 점을 밝혔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카운터스>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한다. 국내 개봉을 시작으로 일본 개봉 또한 추진할 예정이다. 이토 다이스케는 "한 분이라도 더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일본에 나쁜 사람도 많지만 그걸 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시마자키 로디 역시 "인권 문제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럴수록 이 (혐오) 문제에 대해 더욱 다루고 더 자주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하는 정의로 뭉친 '카운터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 참석한 주역들. 카운터스 창립멤버 이토 다이스케, 이일하 감독, 멤버이자 사진가 시마자키 로디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실천하는 정의로 뭉친 '카운터스' 1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시사회에서 카운터스 창립멤버 이토 다이스케, 이일하 감독, 멤버이자 사진가 시마자키 로디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시작된 반혐오-반차별시민운동의 선봉에 선 사람들인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5일 개봉. ⓒ 이정민



카운터스 이일하 일본 혐오발언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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