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FIFA월드컵 도전 성과

한국축구는 2018년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진출을 꿈꾸고 있다. 만약 축구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 월드컵에 이어 원정 두 번째 성과다. 아시아 최초로 대회 7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아르헨티나(1-4), 나이지리아(2-2), 그리스(2-2)와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종합전적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안타깝게 석패하여 더 이상의 꿈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FIFA월드컵 본선에 8번 출전하여 축구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역사를 4번 써오고 있다. 첫 번째는 1986년 멕시코 FIFA월드컵에서 출전사상 첫 득점을 올리는 개가를 올렸고 두 번째는 2002년 한일 FIFA월드컵 4강을 성취했다. 또한 세 번째는 2006년 독일 FIFA월드컵에서 토고를 2-1로 꺾고 1954년 스위스 FIFA월드컵 출전 이후 52년 만에 거둔 원정 첫 승으로, 한국축구는 역대 FIFA월드컵 본선 원정에서 4무 10패를 기록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한국축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쓰는 원정 16강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축구가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까지는 특별함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도자, 선수의 투철한 사명감이다. 이와 함께 축구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달랐다. 여기에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된 팀웍 역시도 새로운 역사를 쓰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그렇다면 러시아 FIFA월드컵을 불과 5개월여 남겨놓고 있는 한국축구는 과연 러시아 FIFA월드컵 무대에서 어떤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여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하여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 긍정의 역사를 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러시아 FIFA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축구에 대한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한 이유와 원인은 대표팀이 안고 있는 현실로부터 출발한다.

한국은 '걷고'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뛰고'

치열한 승부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의 이승기가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치열한 승부 지난 1월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의 이승기가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대표팀은 그동안 선수 선발이라는 명분으로 러시아 FIFA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을 답습해 왔다. 이는 한국이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출전 32개국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상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때 매우 모순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냉정하게 보면 FIFA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32개국 중 쉬운 상대는 한 팀도 없다.

특히 한국과 조별리그(F조)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될 독일, 멕시코, 스웨덴 앞에서는 이들 국가들의 명성과 팀 전력 등을 봐서 한국축구는 한편으로 초라함까지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열세에 있는 한국축구에 요구되는 것은 하루빨리 과정에 종지부를 찍고 안정된 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다.

한국보다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현재 한국과 같은 장시간의 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 오직 러시아 FIFA월드컵에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선수 구성으로 맞춤 상대에 따른 평가전을 펼치며 러시아 FIFA월드컵 준비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은 걷고 있는데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뛰고 있는것과 다를 바 없다.

이로 인하여 경쟁의 최후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대표팀의 선수 구성은 물론 가뜩이나 경쟁력 약화의 문제점 노출로 '설왕설래'에 휩싸여 있고, 이에 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수비 조합은 완벽하게 100%는 아니지만 70~80%는 갖춰졌다"거나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할 것" 등의 말로 희망만을 외치고 있다.

이제 대표팀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더 이상 논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이 사항 또한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이 공감을 얻기 힘든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되기 힘들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상대였던 콜롬비아부터 이번 터키 전지훈련 중 치른 라트비아전까지 5승 3무  8경기 무패로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지도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결과지만 그에 비례하는 경기력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젊은 신예 선수 발탁은 '뒷전'

신태용 감독의 카리스마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타이타닉 풋볼센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신태용 감독의 카리스마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타이타닉 풋볼센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약팀이 강팀과 대결하여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력까지 아우르는 팀웍이다. 물론 대표팀이 단일 팀과는 다른 특수성이 존재하여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를 추구하는 데는 한계성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전 울리 슈틸리케 체제는 물론 올림픽대표팀과 U-20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오랜 시간동안 대표급 선수들을 지켜봐온 장본인이다. 그러므로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러시아 FIFA월드컵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기 위한 과정만 되풀이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다.

현재 한국축구 선수(K리그, 해외파)의 인재풀 면면을 살펴볼 때 러시아 FIFA월드컵 최정예 멤버 구성에 포함될 수 있는 신예 선수는 특별히 엿보이지 않는다. 이는 곧 그동안 대표급 선수들은 모두 선발되어 검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최정예 멤버 선발을 명분으로 한 평가전은 시간 낭비에 불과했고, 더불어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을 상대로 하여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었다. 이에 차라리 방향을 전환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을 위하여 젊은 선수 선발에 초점을 맞춰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FIFA 규정은 FIFA월드컵 참가 선수 수를 23명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 전력감이 아니더라도 2~3명의 젊은 선수 참가를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현재 러시아 FIFA월드컵 출전 선발 대상 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그 좋은 대상일 수 있고 U-20, U-23세 출신 선수 중 가능성 있는 선수도 이의 대상 선수로서 부족함이 없다.

모든 것은 신태용 감독의 의지에 달려있다. 현실적으로 유럽파의 기성용(29, 스완지시티), 손흥민(26, 토트넘), 권창훈(24, 디종)과 K리거 이근호(33, 강원 FC), 최철순(31, 전북 현대), 박주호(31, 울산 현대), 김신욱(30, 전북 현대), 윤영선(30, 상주 상무), 홍정호(29, 전북 현대), 이재성(26, 전북 현대), 김진수(26, 전북 현대), 조현우(27, 대구 FC), 김민재(22, 전북 현대), 해외파의 정우영(29, 빗셀 고배), 김승규(28, 빗셀 고배), 장현수(27, FC 도쿄), 정승현(24, 사간도스) 등이 러시아 FIFA월드컵 최정예 멤버 포함 선수로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젊은 선수 발탁은 지도자로서도 의미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신태용 감독 실패와 책임감

신태용 감독 개인적으로도 이번 러시아 FIFA월드컵이 가져다주는 의미도 특별하다. 그것은 2016년 브라질 올림픽대표팀과 2017년 U-20 FIFA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모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태용 감독에게 도전의 동기유발의 계기가 될 수 있고 한편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는 모든 것은 결과로 평가된다. 만약 신태용 감독이 이번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또 다시 실패를 하게 된다면, 그동안 지도 이력과 러시아 FIFA월드컵 준비 과정도 모두 부정당하면서 자칫 지도자로서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러시아 FIFA월드컵은 신태용 감독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축구 FIFA월드컵 도전 역사에서 팀을 이끌었던 감독의 수난사는 1990년 이탈리아 FIFA월드컵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부터 시작된 데 이어,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당한 0-5패로 인한 대회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이후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에서는 본선 16년 만의 조별리그 '무승'을 기록했다.

이로 인하여 감독은 자유스럽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런 한국축구 난맥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앞으로 남은 약 5개월여 기간동안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맞상대 할 독일, 멕시코, 스웨덴에 우위는 아니더라도 대등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 선수 구성에 의한 전력 향상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로 러시아 FIFA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동안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과 2017년 동아시안컵 그리고 터키 전지훈련에서 나타난 4-4-2 포메이션 완성과 김신욱의 옵션카드는 긍정적이지만, 팀 조직력 취약, 수비 조합 미흡에 의한 불안정, 골 결정력 부족 그리고 측면 크로스와 패스의 부정확성 등의 문제점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로 대두됐다.

가뜩이나 F조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이 약점으로 손꼽히는 이 같은 문제점까지 해결할 수 없다면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대등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래서 3월 북아일랜드(24일) 및 폴란드(28일)와 갖는 평가전은 진짜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로 거듭나야 하고, 아울러 5월 1번 6월 1~2번 등 총 5번 정도 갖게되는 모의고사에서는 이를 명확히 증명하는 경기로 독일, 멕시코, 스웨덴 잡기에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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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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