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했음에도 타고투저 현상은 지난해에도 지속됐다.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한 투수는 전무했고 3점대 투수는 10명에 그쳤다. 그 가운데 외국인 투수가 6명으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팀을 떠나서 리그 전체적으로 봤을 때 토종 선발들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가능성을 보인 영건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규시즌 전반기와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임기영(KIA), 선발투수로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함덕주(두산), 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세웅(롯데), 씩씩한 투구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장현식(NC), 팀을 묵묵히 이끈 최원태(넥센)가 그 주인공들이다.

나란히 KS 무대 밟았던 임기영과 함덕주, 더 완벽해져야 할 시즌

 지난해 나란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임기영과 함덕주.

지난해 나란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임기영과 함덕주. ⓒ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임기영은 팀의 전반기 상승세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전반기 14경기에 등판해 7승 2패 ERA 1.72를 기록, 완봉승도 무려 두 차례나 거둘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폐렴 증세와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위력이 떨어졌지만, 한국시리즈와 APBC에서 각각 한 차례씩 선발로 등판해 무결점 피칭을 선보였다.

KIA는 헥터, 양현종이라는 화려한 원투펀치 활약 못지않게 임기영의 호투가 팀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임기영이 없었다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팀 입장에서 마운드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젊은' 토종 선발이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투수다.

두산에서 찾기 어려웠던 좌완 영건, 함덕주는 지난해 불펜이 아닌 선발로 시즌을 소화했다. 선발투수로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는데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차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5선발이기는 했지만 후반기(15G 6승 1패 2홀드 ERA 2.91) 기록만 보면 2~3선발급 활약이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선발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임기영과 달리 함덕주의 보직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대로 선발진에서 머무를지, 아니면 불펜으로 이동할지 결정된 바가 없다. 다만 함덕주는 지난 30일 1차 전지훈련지인 호주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아직 정해진 보직이 없지만 선발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아무래도 작년에 9승에 머물러 10승을 해보고 싶다"라고 선발투수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두 투수 모두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흡한 점은 분명 존재했다. 건강과 페이스 조절, 임기영과 함덕주의 활약 여부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완 정통파 3인방의 시원한 투구, 모든 야구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완 정통파 박세웅, 장현식, 최원태. 올해도 이들의 호투를 보고싶은 야구팬들이 많다.

우완 정통파 박세웅, 장현식, 최원태. 올해도 이들의 호투를 보고싶은 야구팬들이 많다. ⓒ 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넥센 히어로즈


양현종(KIA), 장원준(두산), 김광현(SK), 차우찬(LG) 등은 현재 KBO리그 최고의 토종 투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대부분이 좌완 투수라는 점이다. 확실한 토종 우완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투수는 윤성환(삼성) 정도에 불과하다. 젊은 토종 우완 에이스가 필요한 이유였다.

그런 측면에서 박세웅, 장현식, 최원태의 활약은 그 어느 투수의 활약보다도 반가웠다. 박세웅, 장현식 두 명의 투수는 포스트시즌과 APBC에 출전하며 큰 경기 무대까지 밟았고 최원태는 넥센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의 위안거리가 됐다.

박세웅의 경우 28경기에 등판해 12승 6패 ERA 3.68로 리그에서 유일한 3점대 토종 우완 선발 투수였다. 외국인 투수, 토종 좌완 투수들의 이름이 가득한 순위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전년도(27G 7승 12패 ERA 5.76)와 비교했을 때 눈부신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장현식은 28경기에 등판해 12승 6패 ERA 3.68로 전년도(27G 7승 12패 ERA 5.76) 31경기 동안 9승 9패 ERA 5.29로 수치상으로 큰 임팩트는 없었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바지했다. 장현식 특유의 시원한 투구는 NC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최원태는 신재영의 부진과 외국인 투수 교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선발진에서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 25경기에서 11승 7패 ERA 4.46으로 전년도보다 안정감 있는 투구로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했다. 올 시즌에도 그의 호투를 기대하는 넥센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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