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모터스 FC 홈페이지

전북 현대 모터스 FC 홈페이지 ⓒ 전북 현대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전라북도 전주는 축구 도시이기도 하다. K리그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낯설지 모르지만, 전주를 연고로 하는 전북 현대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고를 다투는 팀이다. 지난 시즌에는 김신욱과 레오나르도, 로페즈, 김보경, 이재성 등 국가대표에 버금가는 선수들을 앞세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일궈낸 큰 성과다. 올 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기도 대단하다. 전북은 2015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음은 물론이고, 홈경기 평균 관중 1만 7413명(1위)을 불러 모으며 최고 인기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발표한 23라운드까지 구단별 관중 수 집계에 따르면, 전북은 경기당 평균 1만 985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며 서울에 이은 최다 관중 2위를 기록했다.

전북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뜨겁게 타오른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관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고, 유니폼을 포함한 구단 상품을 살 수 있는 매장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경기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어마어마한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전북의 득점이 터졌을 때 모두 하나 되어 외치는 '오오렐레'는 전율이 느껴질 만큼 대단하다. 대한민국에서 유럽 못지않은 축구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아시아 최고로 손꼽히는 팀과 팬들이 머무르는 전주.

나는 누구보다 전주를 사랑하고, 전북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2016년 10월 3일, 연맹이 내린 전북의 승부 조작 사건 징계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작성했다. 그 이후에도 연맹과 전북의 행태에 관한 비판 기사를 꾸준하게 기재했다.

지난해 11월 4일, 승부 조작에 관한 징계에도 리그 우승을 노리는 전북과 서울의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는 <전북·서울의 최종전이 막장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이유>란 기사를 썼다. 전북이 AFC에 의해 2017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자 항소를 결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전북과 승부 조작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연맹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승리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주성을 찾는 팬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했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으로 놀라운 득점 감각을 보여준 마그노, '좌-기훈 우-형범' 시절, 에닝요와 레오나르도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북은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구단으로 더욱 강한 비판과 징계를 받아야 했다.

언제까지 침묵으로 버틸 건가

 <엠스플뉴스>의 보도 이후 네이버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엠스플뉴스>의 보도 이후 네이버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 네이버 갈무리


하지만 연맹은 전북을 보호하는 데 급급했다. 승부 조작에 대한 무난한 징계는 둘째 치고, 이를 비판하는 기사까지 숨겼다. 지난 20일, 2016년 10월 3일 기사가 연맹 홍보팀장과 네이버 이사에 의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휴일에도 일을 손에 놓을 수 없었던 연맹 홍보팀장과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한 번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란 문자메시지에 응답한 네이버 이사의 합작품이었다(관련 기사 : 네이버, 축구연맹 청탁받고 '비판 기사' 숨겼다).

이번 부정 청탁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이 네이버로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즉각 사과했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온당하다. 우리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이자, 언론사는 물론 청와대와 삼성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는 '절대권력'의 변화를 요구하고, 이루어내야 한다. 사과문 한쪽과 내부 변화만으로는 네이버 권력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연맹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자신들을 향한 비판 기사를 숨겨달라고 청탁한 쪽은 잘못이 없는 것일까.

당시 연맹은 내 기사에 상당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부 조작에 대한 징계로 승점 9점 삭감과 1억 원의 벌금이 타당치 않다고 외친 목소리. K리그 심판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신들에 대한 발언(사과)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한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불만 혹은 반론을 제기하기보다 네이버 이사에게 연락을 취해 기사를 숨겼던 것은 아닐까.

연맹은 치졸했고, 여전히 비겁하다. 그들은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의 보도가 세상에 나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음에도 묵묵부답이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다. 세간의 시선이 네이버로 향하면서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 

연맹은 언제까지 팬들을 기만할 것인가. K리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대구 FC와 전북 경기, 바로 25일 FA컵 4강전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경기의 오심 논란에 따른 실망감이 팬들의 몫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들의 안일한 대처가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사실을 언제까지 모른 체할 텐가.

연맹은 부정 청탁 사건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마지막 신뢰까지 잃었다. 이번에도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숨길 것인가. 부끄러운 일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음에도 기본적인 사과조차 없는 뻔뻔함 혹은 무지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자신들이 한국 축구 발전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인가.

연맹 총재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현대가'라 한들, 한국 축구의 주인은 '현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축구에 대한 사랑을 아끼지 않는 수많은 팬이 있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AFC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국이란 명예를 가지게 됐다. 연맹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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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부정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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