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신규 예능 <전체관람가>의 티저 이미지.

JTBC 신규 예능 <전체관람가>의 티저 이미지. ⓒ JTBC


배우 문소리가 올 가을 TV로 돌아온다. 드라마가 아닌 예능이다. 지난 1월 종영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안진주 캐릭터로 반가움을 선사했던 문소리가 최근 JTBC 신규 예능프로그램 출연 소식을 알렸다. 문소리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지난 2014년 이효리와 함께 했던 토크쇼 <매직아이> 이후 처음이다.

문소리가 가수 윤종신, 방송인 김구라와 함께 진행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전체관람가>는 영화감독들이 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는 '신선한' 형식의 예능이다. 영화 제작 에피소드 전 과정을 포함, 매회 제작된 영화의 시사회를 온라인 라이브채널로 공개하고, 각 영화가 관객들의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참여하는 감독들도 화려하다.

<인정사정 볼것없다>의 이명세 감독, <조작된 도시>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대립군>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남극일기> <마담뺑덕>의 임필성 감독,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 <상의원>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계춘할망>의 창감독,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 감독 등이 참여, 다채로운 장르와 이야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체 관람가>는 이들 감독들의 코멘터리와 촬영 에피소드를 곁들여 공개하는 한편 이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수익은 저예산 독립영화를 위해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오는 26일 이 단편영화들에 출연할 신인배우 오디션을 진행중이다.

여기서 문소리는 프로그램 진행과 더불어 영화 제작과정 사이사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카메오로 출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연코 '배우'이자 '감독'인 문소리 덕택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 일을 확정한 '감독' 문소리의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의 특별함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반가움이 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메인 포스터 속 문소리.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메인 포스터 속 문소리. ⓒ 메타플레이


은행 대출상담을 받을 때도 '여배우'라는 유명세가 따라 붙는다. 그렇게 싫은 동네 병원의 협찬 사진도 돈을 생각해 웃으며 찍어 줄 수밖에 없다. 절친한 친구들은 "니가 어때서?"라며 응원보다 못한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해댄다. 매니저도, 감독인 남편도 이 '여배우'의 속내를 알아줄리 만무하다.

그렇게 데뷔 18년차 배우이자 해외 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에 빛나는 '여배우는 오늘도' 이상과 현실 앞에서 고뇌하고 번민한다. 점점 줄어드는 배역의 선택지 때문에 한참 의기소침해 있는 영화 속 문소리는 한국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자기반영의 캐릭터로서 스크린 안팎에서 빛을 발한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문소리의 단편 연출 3부작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모은 프로젝트다. 이미 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로부터 "리듬감 있는 영화, 소소한 반전들이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끌어낸 바 있다.

특히나 서울독립영화제 등 각종 국내 영화제에서 이 단편들이 포함된 섹션이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실과 극적 상황을 오가는 절묘한 구성과 현실에서의 배우 문소리와 일반 중견 여성배우들이 겪었음직한 에피소드 및 대사들이 더해져 영화적 흥미와 긴장을 자아낸다. 여기에 실제 남편인 영화감독 장준환과 제작자 원동연 등이 등장, '아는 사람은 아는' 웃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저희 대학원 프로그램이 원래 2년 안에 작품 3편을 찍고 논문도 써야 해요. 2년 안에 그거 다 하고 학위 따서 나간 사람이 개원 이래 제가 처음이래요. 성적 장학금도 1등으로 받고요. 처음엔 '내가 무슨 장학금이야' 그랬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아이 낳고 작품도 안 할 때인데 그 돈 다 내고 다니기가 아까워서(웃음).

배우 류덕환이 대학원 동기인데 제가 막 정신없이 다니는 거 보고 안쓰러운 듯이 '누나, 공대생 같아...' 그러더라고(박장대소)(중략). 물론 첫 작품이라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그걸 떠나서 사람들과 의논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지난 2월 <여성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연기도 잘하는데, 연출도 잘하면 반칙"?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한 장면.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한 장면. ⓒ 메타플레이


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연출한 단편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영화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국내 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호평과 화제를 모으면서 급기야 극장 개봉까지 확정된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감독은 <여배우는 오늘도>를 두고 "한 편 더 완성해서 장편으로 선보이라고 조언도 했었고,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라고 종용도 했었다"며 "그 만큼 감독으로서 문소리는 감각과 연출력이 뛰어나다"고 귀띔한 바 있다. 이 감독은 몇 년 전 배우 문소리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문소리와 함께했던 임순례 감독 역시 <여배우는 오늘도>를 두고 "연기도 잘하는데, 연출도 잘하면 반칙"이라며,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를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올 가을 문소리는 자신의 데뷔작과 새로운 예능을 들고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두 활동의 공통분모는 물론 '영화'요, 더 깊숙이는 '영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갈수록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배우들의 입지와 캐릭터들에 대한 성찰과 재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주제에 천착하는 영화를 들고 관객들과 만나는 배우, 아니 감독 문소리의 귀환은 반갑기 그지 없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다음달 14일 개봉한다. '빵'터지는 웃음과 함께 여성 배우의 화려함 이면의 삶의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이 재기발랄한 작품을 부디 놓치지 마시길.

여배우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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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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