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NC를 시즌 첫 5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지난 7일 통합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4개를 포함해 13안타를 터트리며 6-1로 승리했다. 두산의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5.1이닝 동안 사사구 7개를 내줬지만 산발 4피안타 1실점으로 NC 타선을 묶으며 시즌 8승을 기록했다.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은 5회와 7회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고(시즌 20, 21호) 최근 두산의 3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박건우도 3회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하지만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박건우도 김재환도 아니었다. 7월 들어 타율 .471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오재일이 2회 결승 솔로포를 포함해 3안타를 터트리며 두산의 3연승을 견인했다.

프로 입단 12년 만에 잠재력 폭발... 대기만성 거포 1루수

 두산 오재일

두산 오재일 ⓒ 두산 베어스


경기도 구리 출신인 오재일은 구리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성남 분당 야탑고로 진학했다. 3학년 시절이던 2004년에는 야탑고를 황금사자기 준우승으로 이끌며 주목 받았는데 당시 야탑고의 에이스가 바로 KIA 타이거즈의 전 에이스 윤석민이다. 오재일은 고교 시절의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24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입단 초기 주로 2군에 머물던 오재일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히어로즈에 복귀해 이숭용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87cm 95kg의 좋은 신체 조건을 갖췃음에도 장타력을 활용하는 기술이 부족했던 오재일은 전역 후 3년 동안 128경기에서 2홈런 24타점으로 기대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오재일은 2012년 7월 이성열(한화 이글스)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두산 이적 첫 해 8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오재일은 2013년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9 3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으로부터 결승 홈런을 때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재일은 최준석(롯데 자이언츠)이 이적한 2014년 주전 도약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타율 .242 3홈런 18타점으로 주춤했다.

2015년 홍성흔(은퇴)의 부상과 부진을 틈 타 후반기부터 주전 기회를 잡은 오재일은 단 66경기에 출전하고도 타율 .289 14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시즌 52안타 중 절반에 해당하는 26개가 장타였을 정도로 탁월한 장타 생산 능력을 과시했다. 오재일은 2015년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 데뷔 11년 만에 우승 반지를 끼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오재일은 지난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의 부진을 틈 타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한 후 105경기에서 타율 .316 27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생애 최고의 성적을 경신했다. 오재일은 데뷔 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에 3할 타율을 돌파했고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27홈런을 때려내는 폭발적인 장타력을 과시했다.

두 달 침묵 후 부쩍 살아난 타격감, 두산의 7월 상승세 주도

지난 시즌 연봉 9500만 원을 받았던 오재일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큰 공을 세우면서 올 시즌 연봉이 1억9800만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2년 연속 6할에 가까운 장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장타력을 갖고 있는 오재일은 홈런 한 방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 올 수 있다고 믿는 김태형 감독의 야구 철학에 딱 맞는 선수였다.

하지만 오재일은 가장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출발했던 2017년 최악의 부진으로 두산팬들을 실망시켰다. 5월까지 오재일의 성적은 타율 .206 4홈런 21타점. 타격이 중요한 1루수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심각한 부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4월 말 충격 요법으로 오재일을 퓨처스리그로 보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재일이 다시 허점 투성이 미완성 거포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 오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 간의 조정기간(?)을 거친 오재일은 6월부터 조금씩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재일은 6월 한 달 동안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42 3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5월까지 2할 타율도 위태로웠던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반전이었다. 그리고 오재일은 7월에 열린 4경기에서도 .471의 타율(.17타수 8안타)을 기록하며 두산의 반격을 이끌고 있다.

오재일은 7일 NC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터트리며 두산의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2회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장현식의 변화구를 잡아당겨 시즌 8번째 홈런을 결승 홈런으로 장식했다. 오재일은 7월에 열린 4경기 중 3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273까지 끌어 올렸다.

마이클 보우덴이 복귀하는 7월, 무더위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띄우려 했던 두산은 민병헌과 양의지의 잇따른 부상이란 복병을 만났다. 때문에 김태형 감독의 계획도 다소 어긋나고 말았다. 하지만 두산은 7월에 열린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하며 핵심 멤버 2명이 없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두산 상승세의 중심에는 조금 길었던 방황을 끝내고 작년의 위용을 되찾고 있는 곰들의 주전 1루수 오재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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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오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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