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르> 관련 사진.

영화 <엘르> 관련 사진. ⓒ 소니픽쳐스코리아


그녀의 아버지는 우발적으로 이웃주민들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가 있다. 어머니는 젊은 남성과 바람났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신을 다잡으며 자란 그녀, 미셸(이자벨 위페르)은 게임회사의 성공한 CEO로 꽤 성공적인 삶을 산다. 그러다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 범인을 찾아 복수를 계획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엘르>를 두고 섬세한 묘사라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는 바로 사건과 그 해결과정에 집중하기 보단 한 여성의 심리변화에 주목해서다. 그의 이웃, 친구들 간 관계성을 놓치지 않으며 영화는 범인에게 사적 복수를 하려는 미셸이 오히려 숨어있던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는 지점을 파헤친다.

이자벨 위페르

악질의 범죄이고 당사자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지만,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인생의 큰 고통 앞에서 그간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들을 우린 여러 작품을 통해 봐왔다. <엘르>는 보다 자신의 내면에 천착하며 한 인간, 나아가 특정 사회와 조직 안에서 성장해가는 여성을 다뤘다.

연출자가 바로 <원초적 본능>(1992) <쇼걸>(1995) 등을 발표한 폴 버호벤 감독이다. 얕은 수준의 성적 묘사가 아닌 인간의 욕망에 천착해온 그는 이번 작품으로 제6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은 물론,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전미비평가위원회 외국어영화상 등 십여 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수훈감은 당연히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다. 절망 앞에서 묘한 표정으로 또 다른 도약을 암시하고, 지나간 일에 애써 고통 받지 않으려는 미셸은 이자벨 위페르를 통해 완벽하게 태어났다. 범인의 정체를 알고, 그를 향해 복수하는 과정을 결코 감정적으로 소모하지 않고 캐릭터의 성장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건 바로 이자벨 위페르 특유의 밀도 높은 연기 덕이다.

<엘르>의 진짜 묘미는 바로 미셸이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 미셸은 크게 세 종류의 편견에 직면하는데 첫 번째가 살인마 아버지를 뒀기에 그 딸마저 음침할 것이라는 이웃의 편견, 두 번째가 직장 내 직원들 사이에서의 편견, 세 번째가 여성에 대한 편견이다. 이 서로 다른 층위의 편견들은 미셸 주변인물을 통해 강화됐고, 주인공을 가장 괴롭히는 기제로 작용하는데 그걸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신선하다.

 영화 <엘르> 관련 사진.

영화 <엘르> 관련 사진. ⓒ 소니픽쳐스코리아


불륜에 대처하는 방식

분명 이는 개방적이라고 여겨지는 프랑스 사회만의 특수성 때문은 아닐 것이다. 불륜을 대하는 태도 등이 보다 열려있을 순 있어도 관련자들은 충분히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어머니의 불륜에 기겁하는 미셸, 남편 불륜에 절망을 느끼는 미셸의 친구 안나(앤 콘시니) 등의 심경 표현을 놓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극적으로 사용한다. 다만 묘사 자체가 노골적이지 않을 뿐이다.

<엘르>는 알려진 대로 원작이 있다. 필립 지앙의 <오...>라는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관건은 활자 속에 숨어있는 감정 요소를 영상화 하는 것. 낮과 밤, 그리고 호러 장르를 연상케 하는 기괴한 음향 효과 등을 적절하게 넣으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방심하는 순간 튀어나오는 범인이나 고양이 등에 기겁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즐길만한 요소다.

종합하면 <엘르>는 비극을 겪은 한 여성의 분투기라기 보단 우리가 그간 약하다고 치부해온 여성이라는 존재의 진짜 매력을 극대화 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미셸을 젊고 화사한 미인이 아닌 폐경을 앞둔 중년 여성으로 설정한 것도 그 이유라고 본다. 미셸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과 끈질김은 나이, 인종 불문하고 여성만이 품고 있을 법한 덕목으로 영화에 묘사된다. 제법 설득력이 있다.

한 줄 평 : 성역할과 편견 타파에 대한 자유로운 묘사를 만끽하라
평점 : ★★★☆(3.5/5)

영화 <엘르> 관련정보
연출 : 폴 버호벤
원작 : 필립 지앙
출연 : 이자벨 위페르, 로랑 라피트, 얀콘시니
제작 : 사이드 벤 사이드
각본 : 데이빗 버크
음악 : 앤 더들리
수입 및 배급 : 소니픽쳐스
러닝타임 : 130분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 개봉 : 2017년 6월 15일


엘르 이자벨위레프 동생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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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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