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은 바깥세상과 다른 규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웃통을 벗고 다니거나,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다니더라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기 나름의 멋을 펼치며 놀면 그만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음악팬들은 영미권의 '글래스턴베리'나 일본의 '후지록' 등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페스티벌 선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에도 최근 몇 년간 페스티벌 문화가 크게 자리를 잡았다.

2017년에도 각양각색의 뮤직 페스티벌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가슴을 뛰게 하는 일. 동시에 술과 음식, 놀이, 그리고 수많은 자본의 전쟁이 페스티벌을 채울 것이다.

최근 뮤직 페스티벌은 수많은 해시태그를 타고 퍼져 나가며,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군인 시절에도 필자는 여름 뮤직 페스티벌을 꼬박꼬박 챙겼다. 이변이 없는 이상 올해 여름밤도 맥주 한잔과 함께 페스티벌을 만끽할 계획이다. 올여름을 수놓을 국내 뮤직 페스티벌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모르고 가도 재미있지만, 읽고 가서 나쁠 것은 없다.

 ULTRA KOREA

ULTRA KOREA ⓒ ULTRA KOREA


1. 울트라 코리아 (2017.06.10 ~ 2017.06.11)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되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이 한국에 상륙한 지 5년이 지났다. 올해는 잠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개최된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결국 잠실 개최를 확정했다. 페스티벌 동안 강력한 사운드와 폭죽, 조명과 함께 잠실 운동장은 '초대형 클럽'으로 변모한다.

특별히 EDM을 즐겨 듣지 않던 관객들이라도 분위기에 취해서 춤출 수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이 페스티벌 기간 타임라인이 #UMF#ULTRAKOREA로 도배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드웰, 니키 로메로, 스티브 안젤로 등 세계적인 디제이들을 비롯한 뜨거운 라이브 무대로 정평이 난 영국 일렉트로닉 밴드 펜듈럼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제 코앞이다.

 5tardium

5tardium ⓒ 5tardium 공식 페이스북


2. 5tardium -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2017.07.08)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맥주 회사 하이네켄, 그리고 비이피탄젠트, 브이유이엔티가 합작한 페스티벌이다.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5tardium의 핵심은 플로어를 감싸고 있는 다섯 개의 무대다. 각기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다섯 개의 무대에서 각각 하우스, 드럼&베이스, 트랩, 일렉트로 하우스, 트랜스 장르의 음악이 울려 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2014년에 첫 문을 연 5tardium은 화려한 레이저 쇼와 시각 효과, 거대 인형 '둔두'의 댄스 등이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바 있다. 5tardium은 '쇼 자체의 힘'을 앞세우며, 유명 아티스트의 티켓 파워에 의존하던 페스티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산밸리록 뮤직앤아츠페스티벌

지산밸리록 뮤직앤아츠페스티벌 ⓒ CJ E&M


3.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2017.07.28  ~ 07.30)
경기도 이천 지산 리조트

8년째 이어지고 있는 CJ 주최 뮤직 페스티벌. 오아시스와 라디오헤드, 푸 파이터즈 등 초대형 뮤지션들이 거쳐 간, 캠핑형 록페스티벌이다. '록'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지만 일렉트로니카, 힙합, 알앤비 등 다양한 장르의 '핫한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올해 지산에는 고릴라즈, 시규어 로스, 메이저 레이저, 루카스 그레이엄, 로드, 혁오, 지코, 이적, 칵스 등이 출연한다. 해가 지날수록 록 페스티벌보다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비피 클라이로 등이 포진했던 작년에 비해 중량감있는 록밴드가 부족하다는 것은 가장 아쉬운 점이다.

올해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고릴라즈(Gorillaz)다. 블러의 내한 공연 이후 20년만에 '만능 아티스트' 데이먼 알반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오랜만에 재결성한 슈게이징 밴드 슬로우다이브(Slowdive)나 시규어 로스, 아우스게일도 음악팬들로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름이다. 야외에서 만끽하는 이들의 몽환적인 음악이 기대된다.

 The XX

The XX ⓒ 페이크버진


4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7.07.29 ~ 07.30)
서울 난지공원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은 공연 기획사 페이크 버진의 3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페스티벌이다. '도심 속 휴양지'를 모토로 내세우며 '지산 밸리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과 정면 승부를 펼친다.

전세계 음악 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디록 밴드 The XX를 비롯, 이어스 앤 이어스, 나오, Rhye 등 요즘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올해 신보 <Drunk>를 발표한 흑인 베이시스트 썬더캣의 무대를 권하고 싶다. 우수한 라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 가격이 메리트다.

 사운스 퍼레이드 & 워터워

사운스 퍼레이드 & 워터워 ⓒ RYUS


4. 2017 사운스 퍼레이드 & 워터워 (2017.08.05 ~08.06)
서울 난지공원

'월디페'가 7년 만에 서울 난지 공원으로 돌아왔다. '사운스 퍼레이드 & 워터워'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10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힙스터들을 위한 축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EDM 디제이나 래퍼를 섭외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라인업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  'i hate u, i love u'를 히트시킨 싱어송라이터 지내쉬, 애디 슐레이먼, R.LUM.R 등 다양한 색을 가진 뮤지션들의 내한을 확정했다. 테크노 버스킹으로 유명한 거리 예술가 다리오 로시도 이 페스티벌을 찾는다. 라인업 구성에 있어서 가장 참신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놀이도 준비되어 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예스컴


5. 2017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17.08.11 ~ 08.13)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캠핑형 록 페스티벌. 펜타포트는 10년의 경험을 녹여 매우 쾌적한 페스티벌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1호선 국제업무지구역과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 또한 좋다. 지금까지의 펜타포트는 록 음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일렉트로닉을 비롯, 타 장르의 아티스트에 힘을 많이 쏟았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많이 섭외되어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펜타포트를 '록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겼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온 듯하다.

송도 달빛 축제 공원으로 부지를 옮긴 후 쭉 지적되고 있는 '드림 스테이지'의 열악한 음향이 개선되었는지도 관건이다. 현재 헤드라이너 국카스텐, 저스티스,바스틸을 위시하여, 찰리 XCX, 두아 리파, DNCE, 파이브 세컨즈 오브 섬머, 피아, 이디오테잎, 장기하와 얼굴들, 바세린, 서카 웨이브스, 허 네임 인 블러드 등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서울 소울 페스티벌

서울 소울 페스티벌 ⓒ Southernstar ENT


6. 2017 서울 소울 페스티벌(2017.08.14 ~ 08.15)
서울 잠실 보조경기장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흑인 음악(힙합,알앤비) 아티스트의 방문이 적은 편이다. R&B의 트렌드를 이끄는 위켄드, 프랭크 오션, 미구엘 중 아직 단 한 명도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않았다. 힙합계의 거물인 제이지와 에미넴, 나스, 카니예 웨스트 등이 우리나라를 찾긴 했지만, 단 한 번에 그쳤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흑인음악팬들에게 서울 소울 페스티벌의 존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서소페'의 1차 라인업이 얼마 전 발표되었다. 'Panda'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괴짜 래퍼 디자이너, 베테랑 알앤비 스타 트레이 송즈, 메이어 호손이 이끄는 듀오 '턱시도'가 내한한다. 그리고 2017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은 박재범 역시 출연을 확정 지었다. 작년 첫 회에서 숱하게 지적되었던 운영 미숙, 음향 문제 등이 해결되었을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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