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많은 시청자를 행복하게 했다. 이 드라마에 응답하고 공감한 시청자 중에는 드라마가 그리는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많았고, 이들은 함께 이야기할 추억이 있다는 것의 행복감을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물론 시대적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 시청자일지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였지만 어디 "저건 내 이야기야"라고 말하며 볼 수 있는 사람만 하랴.

1세대 아이돌의 응답, S.E.S.도 신호 보내와

 바다가 자신의 SNS를 통해 S.E.S.의 재결합 논의 사실을 알렸다.

바다가 자신의 SNS를 통해 S.E.S.의 재결합 논의 사실을 알렸다. ⓒ 바다 인스타그램


우리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느낀 '행복감'을 MBC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역시 '추억 소환'이었다. 16년의 공백을 깨고 재결합한 젝스키스는 단연 추억 소환의 '끝판왕'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오빠'로 젝스키스를 가슴 한 쪽에 묻어놓았던 '소녀'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분명 지금보다 행복했을) 예전으로 돌아갔다. 과거에 열렬히 사랑했던 누군가를 10여년 만에 재회하여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는, 누구에게든 흔히 있을 법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 '90년대의 우리'는 또 다른 기대를 품게 됐다. 젝스키스와 함께 당대를 풍미했던 H.O.T와 S.E.S., 핑클과의 재회도 바라게 된 것.

그 바람이 생각보다 빨리 실현됐다. '원조요정' S.E.S.가 재결합 소식을 알린 것이다. S.E.S.의 멤버 바다는 지난 3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S.E.S.가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해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저희도 최근에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부터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저희가 다시 뭉친다는 소식만으로도 팬분들이 행복해하는 반응들을 보니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다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와의 만남도 언급하며 새로운 시작의 대략적인 청사진도 공개했다. 젝스키스가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한 것처럼 S.E.S 역시 이들의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고받으며 20주년을 기념할 무언가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7년 데뷔한 S.E.S.는 2002년 12월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해체됐다.

걸그룹의 신비로움, '요정' S.E.S.에서 시작

 그린하트 바자회를 위해 다시 모인 S.E.S의 포스터.

그린하트 바자회를 위해 다시 모인 S.E.S의 포스터. ⓒ 그린하트 바자회


1세대 걸그룹의 귀환에 벅찬 가슴을 부둥켜안는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S.E.S.는 7년 동안 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H.O.T, 젝스키스, 핑클 등과 함께 K-POP의 기반을 닦은 장본인이었다. 소녀들에겐 '워너비 스타', 소년들에겐 '첫사랑 그녀'였으며 모두에게는 '세 명의 요정'이었다. 지금은 아이돌 걸그룹을 '요정'이라 부르면 분명 '오그라들' 일이겠지만 그때 방송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S.E.S.를 요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S.E.S.는 요정이란 수식어가 꼭 어울리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걸그룹이었다. 걸그룹이라 하면 마치 '미지의 세상 속 존재'인 듯 신비롭게 바라보는 지금의 전형적 시선도 그 원조가 S.E.S.가 아니었나 싶다. S.E.S.는 팀명도 알쏭달쏭했다. 알고 보니 바다(sea), 유진(Eugene), 슈(shoo) 세 멤버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단순한 이름이었지만 모든 게 베일에 싸인 듯 신비로웠다. 이들은 1997년 1집 앨범 < I'm Your Girl >로 데뷔한 이후 '너를 사랑해', 'Dreams come true', '달리기', '꿈을 모아서', 'Just A Feeling', 'Oh, My love' 등 많은 히트곡을 냈는데 특히 'Dreams come true'는 S.E.S.의 몽환적이고 '요정스러운' 팀 색깔을 듬뿍 담은 대표곡이다.

2002년 12월 팀 해체가 이뤄지고 난 후 한 동안 보이지 않던 세 멤버는 각자의 삶 속에서 요정 이상의 인간미를 보이며 엄마 슈, 엄마 유진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거나 예능인 슈, 연기자 유진으로 좋은 활동을 선보여왔다. 노래 잘하기로 이미 유명한 바다는 꾸준히 솔로 앨범 활동과 뮤지컬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의 커리어를 쉼 없이 쌓아왔다. 지난 2014년 <무한도전> '토토가'에서 바다와 슈는 S.E.S.로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유진은 출산 관계로 함께 하지 못했다. 완전체 S.E.S.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추억 소환'은 유행처럼 흘러가버릴 이벤트일까, 아니면 가요계의 새로운 흐름일까. 이미 재결합하여 활동 중인 젝스키스와 재결합을 논의 중인 S.E.S.가 어떤 음악으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지속성 있게 보여줄 것인가가 무엇보다 큰 관건이 될 것이다. S.E.S. 노래 중 '달리기'(윤상 원곡)란 곡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 쉴 수 있다는 것."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쉰 S.E.S.가 이제 새롭게 달리기 위해 출발선에 서 있다.


S.E.S 재결합 젝스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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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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