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과 그의 딸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정형돈과 그의 딸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 오중석 작가


최근까지 정형돈의 근황이 종종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곤 했다. 2002년 KBS 신인개그맨 선발대회 입상 이후 13년 만에 긴 휴식기를 가지고있는 그의 복귀 여부가 화젯거리였다.

지난해 말 불안장애 증상으로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프로에서 하차한 그의 선택을 두고 사람들은 "왜 하필 지금"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인기의 정점을 찍고있을 때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아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의 뒷모습이 공개됐다. 딸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걷는 모습을 멀찍이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의 지인인 오중석 작가는 해당 사진을 공개하며 "형돈이 잘 있습니다"라는 짧고 굵은 글을 남겼다.

물론 간간히 그의 소식이 올라오곤 했다. 오 작가는 올해 초 해당 커뮤니티에 호주에서 잘 지내고 있는 정형돈의 근황을 알렸고, 김태호 PD는 한 강연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형돈의 이야기를 전하며 청중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김태호 PD의 말 중 이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콩트 개그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던 그가 유독 <무한도전>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자괴감에 빠졌을 때, 매일 밤을 술로 보내며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던 일화였다.

"캐릭터가 재미없다"며 그를 하차시키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었을 때 김 PD는 이렇게 답했다. "처음부터 부족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굳이 그들의 우열을 나눠 잘하는 사람을 남기고 못 하는 사람을 빼는 게 너무 지금의 현실과 닮은 것 같았다, 누가 나가면 다른 누군가가 최하위를 하게 될 것이기에 최대한 보호하면서 갔다"라고.

지난해까지 정점을 찍던 정형돈의 모습은 이러한 기다림 속에서 비롯된 결과였을 것이다. 결과? 이 단어조차 모호하다. 본인 의사와 달리 달리는 차에 몸을 실은 나머지 너무 빠르게 지내온 건 아닌지. 정형돈의 하차 및 휴식 결정은 몸 상태도 상태였겠지만, 아마도 이러한 자기 성찰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그런 맥락으로 정형돈의 뒷모습이 유독 짠하게 다가온다. 최근 만난 정형돈 측 관계자는 "아마도 당분간은 더 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참에 더욱 잘, 그리고 푹 쉬면서 천천히 걸어나오길 바라본다. 그의 존재 자체가 어쩌면 이 사회에선 더없이 소중한 캐릭터니까.

사람들은 용맹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자에만 환호하지 않는다. 때로는 <오즈의 마법사> 속 겁 많은 사자가 우리 마음을 깊게 울리는 법이다. 그의 휴식이 참 보기 좋다.

정형돈 무한도전 김태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