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팀은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팀이 올 시즌 5강 이상, 나아가서는 우승 후보로 가장 유력하다고 입을 모은다.

두 팀의 중심에는 각각 김경문과 김성근이라는 두 백전노장이 버티고 있다. 두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KBO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30여 년 전 OB(현 두산)시절에는 감독(김성근)과 선수(김경문)로서 사제의 연을 맺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KBO 최다승 2위, 김경문 감독이 7위로 모두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700승 이상을 달성한 감독 중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이 두 사람 뿐이다.

두 감독은 2000년대 중반 KBO를 대표하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결과는 대선배인 김성근 감독의 완승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는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야구의 새로운 왕조를 건설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세 번이나 진출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다.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당시 모습.

한화 김성근 감독. ⓒ 연합뉴스


특히 단기전에서 김성근 감독은 김경문 감독의 천적이었다. 김경문의 두산은 2007·2008 한국시리즈와 2009년 플레이오프까지 3년 연속 단기전에서 김성근의 SK에게 '역스윕'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어찌보면 김경문 감독에게 무관의 제왕 징크스를 안겨준 결정적인 인물이 바로 김성근 감독인 셈이다.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금메달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바 있으며 엄밀히 말하면 무관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소속팀에서 만년 2등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김경문 감독의 오랜 콤플렉스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역대 KBO 역대 7번째로 정규시즌 700승을 돌파했는데, 700승 이상을 거둔 감독 중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것도 김 감독이 유일하다.

두 김 감독이 각각 SK와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난 직후 한동안은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신생구단 NC의 사령탑을 맡았고, 김성근 감독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무대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을 맡아 프로에 복귀하면서 두 감독은 다시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됐다.

지난해 첫 대결은 말 그대로 김경문 감독의 완승이었다. NC는 한화를 상대로 11승 5패로 완벽하게 우위를 점했다. NC는 정규리그 2위로 1군 진입 3년 만에 창단 최고 성적을 올렸다. 한화는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6위에 만족해야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올 시즌야말로 진검승부다. NC와 한화의 전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삼성-두산-넥센-SK 등 그동안 포스트시즌 단골이었던 팀들은 적지 않은 전력누수를 겪으며 변수를 안게 됐다. 전력상승 요인이 있는 롯데나 기아 등도 아직은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한화는 지난 시즌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팀 자체의 전력도 불안 요솨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지난해 핵심 전력들이 건재한 가운데 윌린 로사리오, 정우람 등이 가세하며 전력이 크게 향상됐다.

야구계에서는 한화가 올 시즌 승부를 걸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몇 년째 계속된 구단의 파격적인 투자와 선수 영입의 결실이 올해는 나와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혹사 논란과 후반기 부진으로 체면을 구긴 김성근 감독도 올 시즌 우승을 공공연하게 목표로 할 만큼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김경문 감독의 환한 미소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완투승을 거둔 스튜어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 김경문 감독의 환한 미소 지난해 10월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완투승을 거둔 스튜어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NC를 바라보는 기대치도 높다. NC는 테임즈-해커-스튜어트 등 지난해 주력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건재하고 FA시장에서 96억을 들여 리그 최고 3루수인 박석민까지 영입했다.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한층 높아졌고 기존 젊은 선수들의 경험까지 축적되며 이제는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제는 한번쯤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됐다. NC는 지난 2년간 정규시즌에 비하여 포스트시즌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며 "김경문 야구가 단기전에서는 안통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친정팀인 두산은 지난해 NC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깜짝 우승까지 차지하며 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감독이 올 시즌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여 가을야구에서 다시 맞붙게 된다면 그야말로 빅매치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그 무대가 한국시리즈라면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두 감독 모두 야구 철학이나 지도 스타일은 차이가 있지만, 나란히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지도자라는 점은 같다. 김경문 감독이 상대적으로 좀더 선이 굵고 역동적인 야구를 표방한다면, 김성근 감독은 좀더 세밀하고 짜임새 있는 야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된다. 상이한 야구색깔의 충돌이 두 감독의 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과연 올 시즌 두 김 감독이 벌이는 7년 만의 가을야구 리턴매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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