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갈등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대립, 오늘이 바로 운명의 날이다.

▲ 부산국제영화제 갈등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대립, 오늘이 바로 운명의 날이다. ⓒ 정민규


운명의 날이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향방이 오늘(25일) 오후 2시 부산시청에서 열리는 정기 총회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지키려는 이와 바꾸려는 이의 싸움이다.

지키려는 이는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위시한 국내 영화인들이고, 바꾸려는 이는 서병수 부산시장 측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꾼다는 말인가? 이를 따지기 위해선 지난 2014년 제19회 부산영화제로 거슬러 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안일한 관계 당국의 대처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영화제에서 상영하기로 하면서 부산시와 영화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공개적으로 상영을 철회하라는 시의 요구에 영화제 측은 행사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상영을 강행했다.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영화제 예산 축소, 감사원의 조사 및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 등이 이어졌다.

[쟁점 ①] 부산국제영화제 상징,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

 부산시로부터 고발당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부산시로부터 고발당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시와 영화제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최전선엔 늘 이 집행위원장의 퇴진 여부가 따라붙었다. 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부산시는 앞서 언급한 갈등의 상황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퇴진을 일종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16일 '이 집행위원장 연임불가'를 공표했다. 일련의 흐름이 결국 이 집행위원장 몰아내기를 위한 과정이었다는 영화계의 우려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7년 2월 24일 김동호 전임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후 9년째 영화제 살림을 꾸려오고 있다(지난해부터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공동체제). 그는 1996년 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프로그래머 역할을 하며 행사를 키워온 주역이기도 하고, 국내 정치인들이 영화제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려 할 때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온 몸으로 막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부산영화제의 상징적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총회 이후 그의 행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칸-베를린-베니스 등 주요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유력 영화인들이 지지성명을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계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에 의해 영화제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집행위원장의 공식 임기는 3년이다. 그간 총회에서 회원들의 동의로 이 위원장이 연임해왔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 집행위원장의 연임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총회에서 임원이나 회원들이 안건 상정을 요청하고, 참석 회원의 과반 이상이 찬성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서 시장이 '연임불가'를 공표했지만, 과연 그의 뜻대로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영화제 측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에 "본래 상정 안건은 적어도 7일 전에 부산시에서 각 회원과 영화제 측에 알렸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과정도 없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고 전했다. 만일의 사태에서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쟁점 ②] 정관 개정 방향은?... 영화제 독립성-자율성이 핵심

 부산국제영화제 지지 메시지를 보내온 류승완(좌), 최동훈 감독(우측 하단)과 배우 안재홍(우측 상단).

부산국제영화제 지지 메시지를 보내온 류승완(좌), 최동훈 감독(우측 하단)과 배우 안재홍(우측 상단). ⓒ 부산국제영화제


서병수 조직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연직(조직원원장)을 내놓았고, 동시에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부산영화제 측 역시 환영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시에 "그렇기에 정관 개정은 필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실질적이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사실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게 영화제 측의 궁극적인 목표다. 영화제 측은 "정기 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하는 명시적인 조치가 이뤄지면,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는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서병수 조직위원장이 밝힌 총회 안건은 영화제 예결산안 및 사업 계획뿐이었다. 다만 당연직을 내놓고 민간 이양 계획을 밝힌 이상 이에 대한 정관 개정 역시 필수다. 이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부산시는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정관 수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집행위원장이 자문위원 및 상임집행위원 등을 선임할 수 있다는 일부 정관은 부산시가 과거 만들어 놓은 내용이다.

민간이 맡을 조직위원장에 대한 하마평도 솔솔 나오고 있다. 영화계에선 부산영화제의 초기 집행위원장을 역임하며 안팎으로 존경을 받아온 김동호 현 명예집행위원장을 거론하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서병수 조직위원장의 측근 인물들도 해당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후임 조직위원장 선정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총회 전망] 회원 분포는 영화제 쪽이 많지만, 사회권은 서병수 시장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이 있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이 있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 ⓒ 부산영화제


현재까진 서병수 부산시장이 판을 주도해왔다. 어찌됐든, '영화제 흔들기'에는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흔들기만 하고 골을 넣지 못하면 경기는 지는 법. 이제 공은 총회에 참석하는 회원들에게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정기총회에 참석한 회원 수는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대략 70명에서 80여 명 사이다. 총회의 의결정족수는 과반 수 이상 - 재적 중 과반 이상의 참석, 참석자의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은 의결된다. 그렇다면 회원의 구성 분포도가 관건일텐데, 부산시 쪽 회원보다는 영화제 쪽 회원 수가 보다 많다. 지금까지 판을 주도해왔던 서 시장이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총회 사회 마이크는 서 시장이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서 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내놓고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아직 정관에 없기 때문에 상징적 정치적 선언일뿐, 그 실제적인 조치는 총회에서 취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의결권과 사회권의 대결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계의 이목이 다시 부산으로 쏠리고 있다. 총회는 오후 2시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강수연 서병수 부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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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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